도석구 LS니꼬동제련 대표이사 사장이 기존 구리(동) 제련 중심에서 벗어나 전기차배터리 소재 같은 신사업을 추진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LS니꼬동제련이 23년 동안 파트너십을 맺어온 일본 니꼬그룹과 관계를 청산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이런 주주 구성 변화를 계기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확대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1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LS니꼬동제련의 2대 주주인 JKJS컨소시엄이 국내 사모펀드 컨소시엄에 지분 전량 매도를 추진하고 있어 향후 LS니꼬동제련의 사업방향에 변화가 있을지 주목된다.
JKJS컨소시엄은 일본 니꼬그룹의 JX금속과 미쓰이금속광업, 마루베니가 각각 80%, 10%, 10%의 비율로 구성됐는데 LS니꼬동제련 지분 49.9%를 보유하고 있다.
LS니꼬동제련은 1999년 LG금속(현 LS)과 JKJS컨소시엄이 50.1%와 49.9%의 비율로 설립한 합작법인이다.
현재 LS니꼬동제련은 세계 2위인 구리 제련소인 온산제련소를 스마트팩토리로 전환하는 방안을 우선 추진하고 있다. 생산비용을 절감하는 등 효율성을 높이고 안전성도 높이기 위해서다.
JKJS컨소시엄이 지분 매각을 마무리하면 현재 LS니꼬동제련의 사내이사 9명 가운데 5명, 감사 2명 가운데 1명이 교체될 것으로 예상된다.
사모펀드 컨소시엄이 LS니꼬동제련의 새 주주로 참여한다면 기업가치를 올리기 위해 새 성장동력 마련을 요구할 공산이 크다.
도 사장도 구리 제련 이외의 LS니꼬동제련의 새 사업을 추진해야 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LS니꼬동제련은 알짜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지만 업황에 따라 영업이익이 들쑥날쑥하는 경향을 보였다.
LS니꼬동제련은 2020년 개별기준 영업이익 1889억 원을 올렸는데 2019년과 비교해 33.7% 줄었다. 2021년 사업보고서는 3월말 나올 예정인데 영업이익이 300억 원으로 또다시 급감한 것으로 추산된다. 이는 원자재 비용 부담 요인이 커진 탓으로 분석된다.
도 사장이 LS니꼬동제련 신사업으로 추진할 분야로는 우선 전기차배터리 소재 동박분야가 꼽힌다.
동박은 배터리용 음극재를 감싸는 얇은 구리막인데 세계적 구리제련 기술을 보유한 LS니꼬동제련이 뛰어들 만한 사업영역으로 평가받는다.
LS니꼬동제련이 동박사업을 하게 되면 LS그룹 차원에서도 구자은 회장이 과거 LS엠트론의 동박사업을 정리했던 아쉬움을 일부나마 달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LS엠트론은 2018년 3월 동박사업부문을 글로벌 사모펀드인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에 3천억 원에 매각했다.
그 뒤 SKC는 2019년 6월 콜버그크래비스로버스로부터 1조2천억 원에 이 사업부문을 사들였다. 이 사업부문이 현재 세계 동박시장점유율 16%를 차지한 1위 업체로 성장한 SK넥실리스다. SK넥실리스는 2021년 매출 6632억 원, 영업이익 795억 원을 거뒀다.
LS니꼬동제련처럼 비철금속 제련사업을 하던 고려아연이 2020년 3월 동박사업에 뛰어들었다는 점도 LS니꼬동제련이 동박사업에 진출할 수 있다는 관측을 뒷받침한다.
제련과정에서 추출한 은 분말을 활용해 태양전지용 페이스트 사업을 진행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태양전지용 페이스트는 태양전지 겉면에 얇게 도포돼 태양광에서 얻어진 에너지를 전달하는 선로 역할을 하는 전극재를 말한다.
LS니꼬동제련은 2021년 1월 기준 태양전지용 페이스트와 관련한 국내외 특허 33건을 보유하고 있다.
버려진 IT기기 및 가전제품에서 금속을 추출해 재활용하는 사업을 확대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LS니꼬동제련은 2008년 유가금속 재활용 전문 자회사 지알엠을 설립해 금속 재활용사업을 시작했다. 10여 년 이상 금속 재활용사업을 꾸준히 펼쳤는데 최근 SK네트웍스와 폐휴대폰에서 금속을 회수하는 사업을 진행하기로 협약을 맺었다.
JKJS컨소시엄이 보유한 지분을 사들일 사모펀드 컨소시엄에 참여한 VL인베스트먼트가 최근 친환경사업 투자에 적극적 모습을 보이고 있는 점도 LS니꼬동제련이 금속 재활용사업을 확대할 수 있다는 관측의 근거로 꼽힌다.
반면 구리업계 일각에서는 전문경영인인 도석구 사장 체제에서 LS니꼬동제련이 신사업 확대에 본격적으로 나서기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도 사장은 LS그룹이 LG그룹으로부터 분리되기 전에는 LG 회장실 재무관리팀에서 근무했고 LS그룹의 지주사인 LS에서 최고재무책임자(CFO)를 역임한 재무전문가다. 신사업을 추진하는데 필요한 자금을 조달할 능력은 충분한 것으로 평가된다.
다만
구자홍 전 LS그룹 회장이 2월11일 별세한 뒤 신사업을 강력하게 추진할 수 있는 오너가 당장 눈에 띠지 않는다는 점에서 신사업을 공격적으로 진행하는데 동력이 부족할 수 있다는 것이다.
1984년생 오너3세인 구본권 LS니꼬동제련 전무가 있지만 2021년 11월 이뤄진 2022년도 임원인사에서 상무에서 전무로 갓 승진했다는 점에서 신사업 확대 전면에 나서기는 쉽지 않다는 시선도 있다.
LS니꼬동제련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현재 JKJS 컨소시엄이 지분매각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일정 등은 아직 구체적으로 정해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신사업 추진과 관련해선 현재로선 별도로 언급할 내용이 없다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비즈니스포스트 최영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