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통령선거 후보가 '통합정부'를 앞세워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와 가까워지려 하고 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와 안 후보의 야권 단일화 재논의 가능성을 차단하고 안 후보가 완주하는 4자구도에 힘을 실으려는 것으로 보인다.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통령선거 후보(왼쪽)와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가 2월21일 서울시 마포구 MBC 미디어센터에서 열린 중앙선거방송토론위원회 주관 제20대 대통령선거 후보 초청 1차 토론회에서 토론을 준비하고 있다. <연합뉴스>
22일 정치권에 따르면 안철수 후보의 단일화 결렬 선언 이후 안 후보를 향한 이재명 후보와 민주당의 러브콜이 이어지고 있다.
이재명 후보는 이날 KBS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서 전날 TV토론 때 안 후보를 상대로 '통합정부'와 관련해 의견을 물은 배경을 놓고 "안 후보가 가진 새정치의 꿈이 평소 제가 말씀드리던 정치 개편, 정권 교체를 넘어선 정치 교체, 시대 교체와 일치하는 면들이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안철수 후보는 제가 한때 대표로 모시던 분이고 제 나름대로는 존경하는 분"이라고 치켜세웠다.
이 후보는 집권하게 되면 거대양당 독점체계를 극복하기 위해 진영과 이념을 가리지 않고 인재를 등용하겠다면서 연일 통합정부론을 강조하고 있다. 안 후보도 양당체계 종식을 위해 다당제가 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는 만큼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부분이 없지 않다.
이 후보는 전날에도 기자들과 만나 "(새로 출범하는) 정부는 통합 정부여야 한다"며 "이를 위해 개헌을 포함한 대대적 정치개혁이 필요하고 이를 통해 정권 교체를 넘어 정치 교체, 시대 교체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도 통합정부론을 내세워 안 후보를 향해 구애의 손짓을 이어가고 있다. 대선 이후 통합정부의 파트너로서 안 후보의 이름을 맨 위에 올려놓았다.
송영길 민주당 대표는 20일 "일관되게 말씀드렸듯 안 후보가 주장하는 과학기술강국을 이 후보가 전폭 수용해 과학기술부총리 공약으로 흡수했다"며 "이번 선거에서 (정치)공학적 단일화 여부를 넘어 저희가 집권해도 통합정부를 구성하겠다는 자세를 갖고 항상 열려 있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강조했다.
고용진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22일 최고위원회 회의 뒤 기자들과 만나 "단기적 선거 연대보다는 더 큰 차원에서 정치교체 이런 것에 같이 공감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며 "안 후보가 통합정부에 공감할 수 있도록 꾸준히 대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안 후보가 단일화 결렬 선언 뒤 열린 윤석열 후보를 향해 공세를 강화하고 있는 점은 민주당으로선 안 후보와 연대 가능성에 기대감을 높일 수 있는 부분이다.
안 후보는 전날 TV토론 내내 윤 후보를 몰아세웠다.
한국은행이 금리를 올리는 상황에서 추가경정예산 규모가 작다고 말한 것이 엇박자가 아니냐는 질문에 윤 후보가 "(코로나19가) 지나가면 빨리 재량 지출을 줄여서 건전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말하자 안 후보는 "핀트를 못 잡고 있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여기에 윤 후보가 "일반적 해답은 없고 시장과 가계가 부담을 느끼지 않도록 미세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대답하자 안 후보는 "깊이 고민을 안한 것 같다"고 평가절하하며 자신이 제시한 '코로나19 특별회계' 도입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이외에 안 후보는 플랫폼 기업, 빅데이터, 디지털 경제 등과 관련해서도 윤 후보를 향해 날 선 공세를 이어갔다.
일각에선 안 후보가 이 후보 측과 연대할 가능성은 그리 크지 않다는 시선이 있다.
안 후보로선 정권교체를 내걸고 대선에 출마한 만큼 민주당과 연대의 가능성을 열어놓는 모습을 보이는 것만으로도 정치적 명분을 잃을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이 후보와 안 후보의 연대를 위한 움직임도 눈에 띠지 않는다.
권은희 국민의당 원내대표는 21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민주당 비주류 세력들은 예전부터 인간적 교류가 있었기에 관련돼서 편하게 이야기는 듣는 상황"이라면서도 "핵심관계자와 공식적 접촉은 전혀 없었다"고 말했다.
다만 이 후보와 민주당은 통합정부를 매개로 안 후보에게 연대를 제안함으로써 윤 후보 중심의 야권 단일화를 견제하고 안 후보의 완주를 유도하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안 후보와 연대까지 이어지지 않는다고 해도 4자구도가 형성되면 민주당으로선 나쁘지 않은 상황인 것이다.
실제로 지난해 연말부터 연초까지 여론조사에서 안 후보 지지율이 오르자 윤 후보 지지율이 하락해 이 후보가 윤 후보를 상당한 격차로 따돌리는 모습이 나타나기도 했다.
야권 단일화가 사실상 무산된 만큼 안 후보와 연대 가능성을 내비치면 중도보수 표심을 흡수할 수도 있다.
이와 관련해 우상호 총괄선대위원장은 21일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야권 단일화 재개 여부를 놓고 "윤 후보 측은 여지를 남겨 두고 있으나 최종 결렬로 비춰질 때 올 수 있는 후폭풍이 두려워서 말하는 거지 다시 이어질 수 있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은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저희는 4자 구도로 가는 것만으로도 불리하지 않다고 보고 있다"며 "만약 안 후보 쪽과 우리가 뭘 같이해 볼 수 있다면 선거 국면 자체가 유리해질 수 있지만 모든 것은 결국 안 후보가 고뇌하고 결단해야 될 문제"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남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