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3월 말 퇴임을 앞두고 기준금리를 한 번 더 올리는 선택을 할지 주목된다.
이 총재는 현재 기준금리가 실물 경제상황과 비교해 여전히 완화적 수준이라고 보고 있어 기준금리를 추가로 인상할 가능성을 열어둔 상태다.
다만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민심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도 있는 기준금리 인상을 선택하기에는 부담이 될 수 있어 이번에는 기준금리를 동결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20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24일 열리는 금융퉁화위원회에서 현재 기준금리 연 1.25%를 인상할지 여부가 결정된다.
이 총재는 현재의 기준금리가 여전히 완화적 수준이라고 본다.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을 전망하는 이유다.
이 총재는 1월14일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연 1%에서 연 1.25%로 인상하면서 국내 경제성장과 물가를 고려할 때 연 1.5%까지도 기준금리를 올릴 수 있다고 했다.
이 총재는 1월 금융통화위원회를 마친 뒤 기자간담회에서 “기준금리를 한 번 더 인상해 연 1.5%가 된다고 해도 긴축으로 볼 수 없다”며 “경제 상황에 맞춰서 기준금리를 추가 조절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글로벌 투자은행(IB)인 JP모건도 한국은행이 올해 최대 연 1.75%까지 올릴 수 있다며 이 총재가 퇴임하기 전에 인상을 단행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박석길 JP모건 금융시장운용부 본부장은 4일 보고서를 통해 올해 4월과 3분기에 0.25%씩 추가로 기준금리가 인상될 것으로 예상하면서도 이 총재의 퇴임 전인 2월로 인상시기가 앞당겨질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다만 기준금리 인상에 변수가 있다. 3월9일 치러지는 대통령 선거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 인상을 연이어 진행한다면 취약계층의 대출부담이 한층 커질 수 있는데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있어 정치적 판단을 할 수밖에 없다는 시선이 나온다. 이 총재가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하기 조심스러울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총재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보다 선제적으로 기준금리를 인상해 아직 금리 운용에 여유가 있다는 점도 고려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미국 기준금리는 0.25%다.
한국은행은 원화가치의 하락, 자금의 해외유출 등의 충격을 줄이기 위해 선제적으로 기준금리를 올려 미국과의 기준금리 격차를 일정 수준으로 유지하고 있다.
최근 미국 연방준비제도 내부에서도 금리인상의 속도를 조절하자는 의견이 나오고 있어 이 총재가 기준금리를 서둘러 인상할 필요성도 다소 낮아지고 있다.
메리 데일리 샌프란시스코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13일 CBS방송과 인터뷰에서 과격한 금리인상은 성장과 물가안정에 불안정한 영향을 줄 수 있다며 신중한 접근을 강조했다.
이에 증권가에서도 기준금리의 추가인상은 이 총재의 퇴임 이후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윤여삼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올해 기준금리가 연 1.75%까지 오를 것으로 예상하며 물가부담이 높은 2분기(5월), 3분기(8월) 정도에 인상이 단행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안예하 키움증권 연구원은 “한국은행은 2월24일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1.25%로 만장일치 동결할 것으로 전망한다”며 “대통령 선거와 이 총재의 임기종료 등의 일정을 고려하면 금리인상 시점은 5월 수정경제전망 발표와 함께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승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