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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해진 네이버 이사회 의장이 25일 오후 제주도 롯데호텔에서 열린 '중소기업 리더스포럼'에 참석해 중소기업 CEO들을 대상으로 특강을 하고 있다.<뉴시스> |
“다음카카오 솔직히 두렵다.” “매년 1등 하기 위해 엄청난 노력하고 있다.” “나는 해외 시장을 위해 최전선에서 뛰는 공격수다.”
이해진 네이버 이사회 의장이 오랜만에 공식석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이 의장은 ‘은둔의 경영자’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로 대외활동에 관심을 두지 않았다. 그런 그가 여러 현안에 대해 솔직하게 심경을 털어놓았다.
이 의장이 25일 제주도에서 열린 ‘2014 중소기업 리더스포럼’의 강연자로 나섰다. 그는 이 자리에서 500여 명의 중소기업 CEO들에게 ‘네이버 스토리’라는 주제로 강연했다. 그는 강연이 끝나고 이어진 기자간담회에서 최근 있었던 다음카카오 합병, 페이스북을 비롯한 해외기업의 공세 등 여러 IT업계 현안에 대해 생각을 밝혔다.
◆ “다음카카오, 솔직히 두렵다”
이 의장은 다음카카오 합병에 대한 경계심을 숨기지 않았다. 카카오의 모바일 경쟁력과 다음의 PC 경쟁력이 더해지면 네이버를 위협할 수 있다는 위기의식을 드러냈다.
그는 “다음과 카카오의 합병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정말 위협적 경쟁자가 나타났다”며 “솔직히 두렵다”고 대답했다. 이 의장은 “네이버가 PC에선 잘해왔지만 카카오가 모바일의 절대강자이고 PC에서 좋은 콘텐츠를 가진 다음과 합쳐 긴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이 의장은 “다음카카오보다 더 두려운 경쟁자는 외국기업들”이라고 말했다. 그는 “시가총액만 봐도 구글이 380조 원, 페이스북이 160조 원, 요즘 무섭게 성장하고 있는 텐센트가 140조 원으로 25조 원인 네이버보다 규모가 훨씬 크다”며 “거대한 시장을 발판으로 해외로 뻗어나가는 중국기업들이 가장 두렵다”고 밝혔다.
이 의장은 이어 “텐센트의 경우 국내 게임사에 투자한 금액이 총 6150억 원 가량이며 구글은 세금 회피처에 모아둔 금액만 30조 원인데 이를 인수합병에 사용하겠다고 했다”며 “국경이 없는 인터넷시장에서 이들과 어떻게 싸워 이겨갈지가 큰 숙제”라고 말했다.
페이스북이나 유튜브 등 외국기업들이 막대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국내에서 공격적 투자활동을 벌이며 국내시장을 잠식하고 있는 상황에 대한 우려를 드러낸 것이다.
그는 이어 “다음카카오도 해외업체들과 경쟁을 해야 한다”며 “네이버와 함께 글로벌업체와 싸워서 이길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 “15년 동안 회사를 하면서 15번 창업한 느낌”
이 의장은 급변하는 IT환경에서 네이버를 이끈 경험에 대해 “두렵고 힘들었다”며 소회를 밝혔다.
그는 “네이버를 설립한 지 15년 동안 언제가 가장 힘들었느냐는 질문을 많이 받았는데, 저는 늘 올해가 가장 힘들다고 얘기한다”면서 “15년 동안 회사를 하면서 매년 망할 것 같았고 15번 창업한 느낌”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세계 1위 휴대폰 업체인 노키아가 순식간에 저렇게 되고 닌텐도가 갑자기 적자에 허덕일 정도로 IT업계는 빠르게 변하고 국경도 없이 경쟁하고 있다”며 “PC시대에 그런 대로 잘 해왔는데 모바일시대가 열리면서 새로운 걱정거리와 도전과제가 생겼다”고 덧붙였다.
살아남기 위해서 끊임없이 변화가 필요했고 지금도 모바일시대에 맞춘 지속적 변화가 필요하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그는 또 “아무리 큰 IT기업도 한 순간에 망한다”면서 “매년 1등 하기 위해 엄청난 노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 “데이터를 먼저 파악하고 규제해야”
이 의장은 정부의 네이버 규제에 대해 불만스럽다는 의견도 조심스럽게 내놨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해 네이버가 시장지배적 지위를 남용했다며 불공정거래 행위를 조사하고 검색결과에서 광고와 정보를 구분하지 않는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는 네이버가 1천억 원의 상생자금을 내놓는 것을 포함한 시정방안을 내놓으면서 일단락됐다.
이 의장은 “규제 이전에 시장을 정확하게 파악해야 한다”며 “PC 검색에서 네이버가 70%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 점은 사실이지만 동영상 서비스의 경우 구글, 유튜브가 다 갖고 있고 국내 광고매출이 가장 급격하게 늘고 있는 곳이 페이스북”이라고 말했다.
국내기업과 외국기업에 다르게 적용되는 정부규제에 대해 불만을 표시한 것이다.
그는 이어 “이들 글로벌기업들은 회사 형태도 유한회사고 점유율, 매출 데이터 등이 나오지 않아 매출액이 공개되는 네이버만 타깃이 되는 것 같다”며 “무게중심이 이미 PC에서 모바일로 옮겨간 상황에서 이제 어떤 기업들이 얼마만큼의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데이터를 먼저 정확하게 파악한 다음 규제가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 “구글과 애플, 수익 30% 가져가면 인터넷 수익모델 답 없다”
이 의장은 현재와 같이 구글과 애플이 수익을 많이 떼 가는 구조에서 콘텐츠업체가 발전하기 어렵다는 의견을 밝히기도 했다.
이 의장은 콘텐츠 업체와 수익을 배분할 때 “모바일에서 구글과 애플이 30%를 가져가면 그 다음부터 인터넷업체들이 수익모델을 가져가기 어렵다”면서 “이러한 문제가 잘 풀려야 콘텐츠업체들이 가장 큰 혜택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구글이 제공하는 모바일 앱스토어 ‘구글플레이’와 애플의 ‘앱스토어’가 높은 시장점유율을 차지하는 상황에서 이들이 가져가는 수익이 지나치게 많다고 비판한 것이다. 구글플레이와 앱스토어의 국내시장 점유율을 합치면 전체의 80%에 달한다.
게다가 플레이스토어나 앱스토어를 통해 게임을 출시할 경우 수익의 30%를 구글과 애플이 가져가게 된다. 여기에 ‘카카오톡 게임하기’를 통해 게임을 출시하면 남은 70%의 30%를 카카오톡이 가져가 총 51%가 플랫폼 사업자들에게 돌아간다. 콘텐츠를 개발한 개발사의 몫은 49%에 불과하다.
이 의장은 “검색엔진이 잘 되려면 좋은 콘텐츠가 많이 만들어지고 좋은 기업이 만들어져야 한다”면서 “올해 2월에 세운 희망재단을 통해 중소기업을 돕고 콘텐츠를 만드는 곳에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전했다.
◆ “나는 글로벌시장을 뚫고자 뛰어야 하는 공격형 윙”
이 의장은 김상헌 네이버 사장과 자신의 역할을 축구에 빗대 설명했다. 네이버는 2009년부터 법조인 출신 전문경영인인 김상헌 사장이 이끌고 있다.
이 의장은 “김상헌 대표가 경기 전반의 흐름을 조율하는 미드필더라면 나는 해외시장을 위해 최전선에서 뛰는 공격수”라고 말했다. 그는 “15년 동안 자신의 창의성이 많이 떨어졌기 때문에 골을 직접 넣는 역할을 맡기 어려워졌고, 골게터들이 골을 잘 넣을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하겠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은든의 경영자라는 자신의 별명에 대해 “억울하다”고 하소연했다. 이 의장은 “내가 잘하는 것은 대외에 나서는 것이 아니라 서비스를 개발하고 해외시장을 공략하는 것이기 때문에 공개석상에 나타나지 않는 것뿐”이라며 “한 사람이 모든 것을 잘 할 수 없듯 잘하는 사람을 영입해 팀을 짜고 기업성장을 돕는 게 내 역할”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