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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29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2018 평창 동계올림픽대회 및 장애인동계올림픽대회 회의에 참석했다.
조 회장은 평창동계올림픽 조직위원장으로 참석해 황교안 국무총리와 악수를 나누는 등 공식행보를 했다. 하지만 조 회장의 표정은 어두웠다.
조 회장은 이날 한진해운 회장에 오른 지 만 2년을 맞았다. 그는 2014년 4월29일 ‘육해공’을 아우르는 종합물류그룹으로서 포부를 안고 위기에 빠진 한진해운 소방수로 나서 회장에 공식 취임했다.
조 회장은 2년 전 취임사에서 “경영 정상화 노력을 차질 없이 수행하고 한진그룹 계열사 일원으로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하면 초일류 해운기업으로 재도약할 것”이라며 “한진그룹의 인적·물적 자원을 회사에 최대한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진해운 취임 2주년을 맞는 조 회장은 좌불안석의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한진해운 경영권 포기각서까지 제출하고 4천억 원 규모의 자구안을 담아 한진해운 자율협약을 신청했지만 채권단의 기류가 심상치 않다.
채권단은 한진해운에 대해 조건부 자율협약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자료보완 요구에서 명시하지는 않았지만 현정은 회장이 300억 원의 사재를 내놨듯이 조 회장은 물론이고 최은영 유수홀딩스 회장 등 대주주 일가의 사재출연 등 고통분담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조 회장은 채권단의 이런 압박에 아직까지 굳게 입을 다물고 있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최근 "대주주는 기업 부실과 관련해 채권자나 근로자와 함께 고통 분담을 해야 한다”며 “사재를 출연하는 등의 방법이 있다”고 직접 언급했다.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 측도 법정관리 가능성을 열어두며 압박을 늦추지 않고 있다.
한진해운은 조만간 추가 자구안을 마무리해 5월 초 채권단에 전달할 것으로 알려졌다. 한진해운은 용선료 협상, 사채권자 채무조정, 터미널 유동화를 통한 1750억 원 확보, H라인 지분 및 벌크선 매각, 상품권 유동화, 사옥 매각 등을 통해 모두 4112억 원의 유동성을 확보할 계획을 내놨다.
한진해운 부채는 5조6천억 원에 이른다. 은행대출 7천억 원과 공사모채 1조5천억 원, 매출채권 등 자산유동화 규모 2천억 원, 선박금융 3조2천억 원 등이다.
한진해운은 당장 5월23일 358억 원 상당의 무보증 신주인수권부사채(BW)에 대한 상환일이 다가온다. 또 6월27일 1900억 원 공모사채 만기가 돌아온다. 올해 만기채권 규모만 6천억 원이며 이밖에도 운영자금도 절실한 상황이다.
현재 한진해운과 현대상선 등 양대 국적 해운사가 벼랑 끝에 서 있다. 두 곳 가운데 만약 한 곳이 살아남는다면 회생 가능성도 있다고 업계는 파악한다.
글로벌 해운업 불황이 장기화하고 있지만 수출의존도가 높은 국내 산업구조상 국적 해운사의 생존도 국가경제 차원에서 필요한 것으로 지적된다.
그런 만큼 조 회장의 한진해운에 대한 회생의지가 중요하다. 채권단에 경영권 포기각서를 내긴 했으나 이는 채권단의 뜻에 따르겠다는 의지의 표현일 뿐 진심으로 경영권을 내려놓겠다는 의중은 아닐 수 있다.
조 회장의 경영권 포기각서 제출을 놓고도 조원태 대한항공 총괄부사장의 경영권 승계를 대비해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조치 등 여러 추측이 난무했던 것도 조 회장이 너무 쉽게 경영권을 내놓을 리 없다는 관측 때문이었다.
조 회장은 5월1일~4일 박근혜 대통령의 이란 국빈방문 경제사절단에 동행할 계획이었으나 이를 취소한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 관계자는 “조 회장이 한진해운에 대한 고민이 그만큼 깊다는 뜻”이라며 “경영정상화 때까지 연봉을 한푼도 받지 않겠다는 열의와 애정을 보였던 만큼 채권단의 마음을 돌려놓을 회생방안을 마련할지 주목된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