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재희 기자 JaeheeShin@businesspost.co.kr2022-01-25 16:0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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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욱 크림 대표이사가 창업 성공신화를 이어나갈까?
김 대표는 직접 만든 기업을 연달아 성공시킨 이력으로 ‘연쇄창업가’로 불린다. 그가 이끄는 한정판 제품 거래 플랫폼인 크림이 성공한다면 그의 n번째 창업 성공신화 이력에 한 줄이 더 추가될 수 있다.
▲ 김창욱 크림 대표이사.
25일 크림에 따르면 김창욱 대표가 크림을 '아시아 크로스보더 플랫폼'으로 완성하겠다는 전략을 추진하는 데 속도를 내고 있다.
크림은 24일 싱가포르의 이커머스 업체 키스타의 지분 2.71%를 36억 원에 인수했다.
키스타는 현지에서 가전 중고수리(리퍼) 제품 거래를 중개하는 플랫폼 리벨로를 운영하고 있다. 김 대표는 리벨로를 통해 싱가포르 리셀시장 진출의 발판을 마련한 셈이다.
김 대표가 크림을 한국과 일본, 싱가포르, 태국 등을 잇는 아시아 크로스보더 플랫폼으로 구축하는 데 한 발 다가서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김 대표가 구상하고 있는 아시아 크로스보더 플랫폼은 크림이 투자한 각각의 해외 리셀플랫폼을 하나로 묶어 리셀 상품을 통합거래할 수 있는 플랫폼이다. 국가별로 흩어졌던 한정판 아이템의 물량이 합쳐져 판매상품의 전체 규모도 커지는 효과를 누릴 수 있다.
크림 관계자는 "인도네시아와 필리핀의 현지 리셀플랫폼 인수를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크림을 동남아시아 전역에 걸친 리셀플랫폼으로 만들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크림은 실제로 아시아 크로스보더 플랫폼 구축을 위해 지난해부터 해외 리셀플랫폼 인수에 적극적으로 뛰어들었다.
크림은 2021년 5월 태국 리셀플랫폼 사솜(Sasom)을 운영하는 '사솜컴퍼니'의 지분 20.10%를 인수하며 동남아 시장에 첫 발을 내딛었다.
2021년 7월에는 일본의 스니커즈 거래플랫폼 스니커덩크를 운영하는 '소다'에 356억 원을 투자하며 지분 14.89%를 사들이기도 했다. 소다는 8월 일본의 경쟁 리셀플랫폼 '모노카부'를 인수해 일본 리셀시장에서 성공적으로 자리를 잡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일본은 한정판 리셀시장이 가장 활발한 나라다. 운동화와 같은 패션 아이템뿐 아니라 애니메이션, 게임 등의 콘텐츠 관련 피규어, 포스터, 생활용품 등 다양한 한정판 제품들이 거래되고 있다.
크림이 해외 리셀기업의 지분에 적극적으로 투자하는 것은 현지 기업을 통해 리셀 제품의 검수와 판매분쟁조정 등의 거래절차를 진행하는 것이 언어문제나 고객 대응측면에서 유리하기 때문이다.
크림을 손자회사로 두고 있는 네이버는 유럽의 중고거래 플랫폼에 투자하며 힘을 싣고 있다.
네이버는 2021년 2월 스페인의 중고거래 플랫폼 '왈라팝'에 1550억 원을 투자했다. 해당 투자는 네이버가 2016년 ‘코렐리아 캐피탈 K-펀드1’에 참여하며 글로벌 투자를 선언한 이후 최대 규모다.
김 대표가 해외 진출에 주목하는 것은 크림이 이미 국내 리셀시장에서 선두를 굳혀가고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국내 한정판 리셀시장은 네이버의 크림과 무신사의 솔드아웃이 양강구도를 형성하고 있다. 하지만 크림에 따르면 거래규모나 이용자 수에서는 크림이 솔드아웃과 점차 격차를 벌리고 있다.
크림의 가입자 수는 2021년 말 기준으로 약 190만 명이며 연간 거래액은 8천억 원을 돌파한 것으로 추정된다. 한정판 국내리셀 기업 가운데 거래규모와 가입자 수가 모두 1위인 것으로 파악된다.
모바일 빅데이터플랫폼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 크림의 월간활성이용자수도 68만 명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솔드아웃은 21만 명, 리플은 4만7천 명에 그쳤다.
김 대표는 앞으로 다양한 상품군에서 한정판 리셀 거래가 일어날 수 있다고 본다. 크림의 초기 사업모델인 한정판 스니커즈뿐 아니라 앞으로 명품과 레고, 베어브릭, 스포츠 카드, 심지어 자동차나 가구 등 마니아층이 있는 분야에서 한정판 리셀 거래가 일어날 것으로 보고 있는 것이다.
크림은 이미 아트토이, 명품, 가전제품으로 카테고리를 확장하며 한정판 리셀플랫폼의 범위를 계속 키우고 있다.
김 대표가 크림을 성공적으로 시장에 안착시킨다면 그의 n번째 창업 성공 신화에 한 줄이 더 추가될 수 있다.
김 대표는 연세대학교 경영학과 출신이다. 병역특례로 네오위즈에 입사해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세이클럽, 게임포털 피망 등의 출시를 맡으며 서비스 기획자의 길을 걸었다.
김 대표는 2007년 여행정보 서비스업체 윙버스를 창업해 네이버에 2009년 매각하고 2010년에는 맛집 정보 서비스업체 데일리픽을 창업해 6개월 만인 2011년 1월 티켓몬스터에 매각했다. 이 때부터 기획하는 서비스마다 성공을 거두는 사례가 알려지며 업계에서 ‘연쇄창업자’라는 별명도 얻었다.
데일리픽을 매각한 뒤로 티켓몬스터(티몬) 기획총괄이사를 거쳐 네이버의 자회사 캠프모바일에서 2015년 스노우 사업부장을 맡으며 카메라 애플리케이션(앱) 스노우를 출시했다. 스노우는 아시아시장에서 사람들이 즐겨 쓰는 카메라 앱으로 확고하게 자리잡았다는 평가를 받는다.
김 대표는 스노우가 캠프모바일에서 분사한 2016년 8월 이후 스노우 대표이사에 오른 뒤 현재까지 이끌고 있다.
김 대표는 현재 가장 주목받는 산업인 '메타버스' 분야에서도 일찌감치 성공을 경험했다. 그가 스노우를 통해 2017년 출시한 제페토 서비스는 2022년 1월 기준으로 전 세계에서 사용자 수 2억5천만 명을 확보하는 등 메타버스에서도 성공신화를 이어가고 있다.
김 대표는 2020년 3월 스노우에서 한정판 스니커즈 거래플랫폼 크림을 출범했고 크림이 급격하게 성장하자 2021년 물적분할로 크림을 분리시키며 크림 대표이사도 겸직하고 있다.
그가 수많은 스타트업을 성공시킨 경험을 두고 일각에서는 박진영 JYP엔터테인먼트 대표이사와 같다고도 평가한다.
김민국 크림 전략마케팅리더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김 대표를 두고 "동시대 가장 감이 좋은 서비스 기획자라 생각한다"며 "손대는 것마다 대박을 터뜨리는데 K팝 분야의 박진영 같은 서비스 기획자다"고 평가했다.
김 대표는 네이버에 합류한 뒤에도 공식석상에 모습을 드러내는 일이 적다. 경영 스타일이나 평소 생활과 관련해 알려진 것도 거의 없다. [비즈니스포스트 신재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