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커머스 등 성장주 투자 열풍이 금리 인상의 여파로 식어가고 있다.
SSG닷컴과 컬리(마켓컬리 운영사)는 이커머스 시장에서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해 기업공개로 자금을 대거 조달하겠다는 구상을 세워놓고 있는데 기대만큼 기업가치를 인정받지 못할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 강희석 이마트 대표이사 겸 SSG닷컴 대표이사 사장. |
19일 세계 각 나라의 증시를 살펴보면 소위 성장주로 꼽히는 기업들의 주가가 최근 2주 사이에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성장주란 흔히 미래의 기업이익을 놓고 성장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예상돼 고평가를 받는 기업의 주식을 말한다. 현재의 이익이나 매출 규모는 작지만 실적이 가파르게 증가할 잠재력이 높다는 뜻이다.
미국 증시에서는 테슬라와 애플, 아마존 등이 대표적 성장주다. 기업가치가 끊임없이 높아질 수 있다는 기대감이 반영된 기업들이다.
하지만 금리 인상이 성장주에 직격탄이 되고 있다. 성장주의 기업가치는 미래의 실적을 할인해 현재가치로 환산한 것으로 평가받는데 금리가 오르면 할인율이 높아지면서 성장성이 낮아지기 때문이다.
실제로 테슬라 주가는 1월3일만 해도 1주당 1200달러까지 올랐지만 18일 기준으로 14% 넘게 빠졌다. 아마존과 애플 주가도 같은 기간 각각 6.7%씩 내렸다.
성장주 가운데서도 타격이 가장 큰 분야는 이커머스기업이다.
쿠팡은 금리 인상이 가시화하면서 주가가 급락했다. 2021년 12월 말만 해도 1주당 30달러 안팎을 오갔던 쿠팡 주가는 1월4일 8% 하락한 것을 기점으로 꾸준히 빠져 18일 기준으로 20.61달러까지 내려왔다. 불과 11거래일 만에 주가가 30%가량 하락한 것이다.
쿠팡 주가는 공모가 35달러와 비교할 때 약 57% 수준이다.
북미의 대표적 이커머스 플랫폼 쇼피파이 주가도 같은 기간 23% 주저앉았을 정도로 이커머스기업에 대한 투자매력은 급격히 식고 있다.
이커머스기업에 대한 투자심리 약화는 올해 상장을 앞둔 SSG닷컴과 컬리에게 악재일 수밖에 없다.
두 회사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상장을 추진했다.
당시만 해도 성장주 열풍이 강했던 시기였고 이런 흐름을 탄다면 기업가치를 극대화해 기업공개가 가능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다. 공모시장의 훈풍까지 더해진다면 대규모 자금 조달을 가시화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됐다.
쿠팡도 성장주 투자 열풍이라는 흐름에 올라탄 덕분에 2021년 3월 미국 뉴욕증시에 상장하면서 단숨에 조 단위의 투자자금을 유치하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금리 인상 기조는 SSG닷컴과 컬리의 계획을 틀어지게 할 수 있다.
SSG닷컴은 2021년 10월 기업공개를 위한 대표 주관사를 선정하면서 “국내 상장을 통해 확보한 자금으로 물류 인프라와 IT 분야에 투자하는 한편 온라인과 백화점, 이마트를 연계한 온오프라인 커머스 생태계를 강화할 것이다”고 말했다.
SSG닷컴이 스스로 기대하는 기업가치를 구체적으로 밝힌 적은 없지만 증권가에서는 SSG닷컴의 가치를 10조 원 안팎으로 추정하고 있다.
SSG닷컴의 최대주주는 이마트(50.08%)이며 2대주주는 신세계(26.84%)다. 이들이 안정적 지배력을 구축하기 위해 지분 절반(50%)를 남겨둔다고 가정하면 증권가 추정에 비춰볼 때 최소 2조6천억 원의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
하지만 성장주 투자심리 약화 기조가 이어진다면 기대했던 가치를 인정받지 못할뿐 아니라 자금 조달 규모도 턱없이 작아질 수 있다.
불안하기는 컬리도 마찬가지다.
컬리는 올해 1월 안에 한국거래소에 예비심사청구서를 제출하고 상반기 안에 기업공개 일정을 마치겠다는 목표를 세워놨다.
컬리는 이미 2021년 말 상장 전 지분투자(프리IPO) 과정에서 기업가치로 4조 원을 인정받았다. 컬리가 인정받은 기업가치는 2021년 총거래액(GMV) 기준 2배가량의 수치다.
김슬아 컬리 대표이사는 최근 직원들과 타운홀 미팅에서 지난해 사업 성과와 올해 목표를 공유하며 올해 총거래액(GMV) 목표를 3조2천억~3조3천억 원으로 제시했는데 이를 감안하면 기업가치를 6조 원대까지 바라보고 있다는 뜻으로도 읽힌다.
컬리 역시 기업공개로 확보한 자금을 새벽배송(샛별배송) 확대와 물류인프라 투자 등에 활용하겠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그러나 최근 쿠팡의 밸류에이션(적정 주가수준)이 하락하고 있는 만큼 투자자들이 컬리의 기대치를 너무 높다고 판단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투자심리 약화와 별개로 본질적으로 SSG닷컴와 컬리 모두 흑자전환의 확신을 투자자에게 심어주지 못하고 있다는 점도 우려 요인으로 꼽힌다.
SSG닷컴은 2021년 1~3분기에 순매출 1조731억 원, 영업손실 677억 원을 냈다. 2020년 같은 기간보다 순매출은 12.3% 늘었지만 적자 규모도 311억 원이나 늘었다.
컬리 역시 가파른 매출 성장과 동시에 영업손실 규모도 급증해 현재까지 누적 적자만 5500억 원이 넘어 완전자본잠식 상태에 빠져있다. [비즈니스포스트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