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곽재선 KG그룹 회장은 KG그룹의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편입에 대비해 순환출자구조 2개를 해소해야 한다. <그래픽 씨저널> |
[비즈니스포스트] KG그룹은 2025년 현재 KG제로인과 KG케미칼을 중심으로 한 2개의 순환출자구조를 가지고 있다.
하나는 ‘KG제로인-KG케미칼-KG이니시스-이데일리-KG제로인’의 순환출자, 또 다른 하나는 ‘KG제로인-KG케미칼-이데일리-KG제로인’의 순환출자다.
순환출자는 지분이 꼬리에 꼬리를 무는 구조를 말한다. 적은 자본으로도 여러 계열사를 효과적으로 지배하는 효과가 있어, 주로 오너 일가의 경영권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기 위해 활용된다. 하지만 이 때문에 지배구조가 왜곡되고 소액주주의 이익을 침해한다.
KG그룹은 오너 일가가 소유한 회사인 KG제로인을 순환출자의 시작과 끝에 위치시키고 그 가운데 주요 계열사를 둠으로써, 지분 결속을 강화하고 오너 일가의 지배력을 확대하는 구조를 만들었다.
KG제로인(옛 제로인)은 1996년 설립된 R&C네트워크가 전신으로, 펀드 평가와 컨설팅 사업을 하고 있다. 2007년 이데일리에 인수됐다가 2010년 KG그룹이 이데일리를 인수하면서 KG그룹 계열사가 됐다.
이후 2017년 KG네트웍스와 합병하면서 KG그룹 지배구조의 핵심에 서게 됐다. KG네트웍스는 창업주인
곽재선 KG그룹 회장이 1985년 세일기공이라는 이름으로 세운 KG그룹의 모체였다.
그간 KG그룹은 순환출자구조를 해소하는 것이 그다지 시급하지 않았다. 그런데 2025년 기준 자산총액이 9조6200억 원에 달하면서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편입을 눈앞에 두게 됐다.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은 자산총액이 국내총생산(GDP)의 0.5% 이상인 기업집단을 말한다. 2025년 기준선은 약 11조6천억 원이다.
원래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기준은 ‘자산총액 10조 원 이상’이었다. 하지만 2020년 공정거래법이 개정되면서 ‘자산총액이 GDP의 0.5% 이상’으로 바뀌었다.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은 신규 순환출자를 형성해서는 안 되며, 기존 순환출자는 공시해야 하고 이를 강화해서는 안 된다. 아울러 순환출자구조 내에서 보유한 주식은 의결권 행사가 제한된다.
KG그룹의 경우 당장
곽재선 회장이 신규 인수합병(M&A)을 추진하거나 KG모빌리티 등 계열사의 실적이 대폭 개선되는 경우 1~2년 안에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에 편입될 가능성이 있다. 이에 따라 KG그룹은 순환출자구조 해소를 눈앞의 과제로 받아안게 됐다.
2025년 현재 KG그룹은 자산총액 5조 원 이상의 공시대상기업집단에 포함되며, 재계순위는 54위다.
▲ KG그룹 순환출자구조와 곽정현 KG그룹 사장 중심의 소유지분도 < 그래픽 채널후 김여진 PD > |
◆ KG그룹의 순환출자구조 형성
KG그룹은 2023년 말 기준으로 5개의 순환출자구조를 가지고 있었다.
그 내용을 보면 ①KG제로인-KG케미칼-KG이니시스-이데일리-KG제로인 ②KG제로인-KG케미칼-KG에코솔루션-이데일리-KG제로인 ③KG제로인-KG케미칼-이데일리-KG제로인 ④KG제로인-KG케미칼-KG이니시스-KG에코솔루션-이데일리-KG제로인 ⑤KG제로인-KG에코솔루션-이데일리-KG제로인 등이다.
이 같은 순환출자구조를 통해 오너 일가는 그룹의 중간지주사 역할을 하는 KG에코솔루션과 KG이니시스를 안정적으로 지배해 왔다.
곽재선 회장 일가의 두 회사 지분율은 0.19%, 1.25%에 불과하다.
또한 모든 순환출자구조의 시작과 끝에는 KG제로인이 있음을 알 수 있다.
원래 KG그룹은
곽재선 회장 등 오너 일가가 KG케미칼을 통해 KG에코솔루션과 KG이니시스, 그 이하 기타 계열사들을 지배하는 구조였다. 공정거래위원회도 KG케미칼을 그룹 지배구조의 중심에 있는 주축 회사로 보고 있다.
KG제로인은 2012년부터 KG케미칼 지분을 조금씩 사들였다. 2017년에는 KG제로인과 KG네트웍스의 합병으로 KG제로인이 KG네트웍스가 보유한 KG케미칼 주식과 신주인수권을 확보했다. KG제로인이 신주인수권을 행사하면서 KG케미칼 최대주주가
곽재선 회장에서 KG제로인으로 바뀌었다.
이에 따라 지배구조의 최정점에 KG제로인이 서게 됐고, 당시 이데일리가 보유하고 있던 KG제로인 지분으로 인해 순환출자구조가 완성됐다.
KG제로인과 KG네트웍스의 합병은 당시 KG네트웍스 지분 23.73%를 가지고 있던 곽정현 KG케미칼 대표이사 사장을 지배구조 정점에 서게 하고 순환출자구조를 완성하기 위한 것이었다. 곽정현 사장은
곽재선 회장의 아들이다.
현재 KG제로인은 KG케미칼 지분율 20.91%로,
곽재선 회장(16.29%)에 앞선 최대주주다. 또한 KG제로인의 최대주주(34.84%)는 곽정현 사장이다.
KG제로인은 곽 회장의 가족 지분이 58.67%에 달하는 가족회사다. 곽정현 사장에 이어 곽 회장(15.40%), 곽 회장의 딸인 곽혜은 이데일리엠 대표이사 겸 이데일리 경영지원실장(6.33%), 곽 회장의 부인인 김영란씨(2.10%) 순이다. 계열사 이데일리도 7.35%를 갖고 있다.
가족회사가 핵심 계열사인 KG케미칼의 상단에 위치해 지배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점에서 KG제로인의 존재를 옥상옥 구조로도 볼 수 있다.
◆ 남은 2개 순환출자구조는 어떻게 해소하나
KG그룹은 2024년 12월 KG에코솔루션이 보유했던 이데일리 지분(34.98%)을 KG이니시스에 매각함으로써 KG에코솔루션이 들어가 있던 3개 순환출자구조(②,④,⑤)를 해소했다.
나머지 순환출자구조(①,③)도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편입에 대비해 신속히 해소할 필요가 있는데, 현재로서는 이데일리가 보유한 KG제로인 지분(7.35%)을 매각 또는 증여하는 것이 가장 현실적으로 보인다.
KG제로인이 보유한 KG케미칼 지분(20.91%)을 처분하는 방법은 지배구조와 2세 승계 작업에서 중대한 변화를 초래하므로 선택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데일리가 보유한 KG제로인 지분을 처분한 다음에는 지배구조 단순화를 위해 KG제로인과 KG케미칼의 합병을 추진할 가능성도 있다.
KG그룹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KG그룹은 공시대상기업집단으로서 순환출자 해소 의무는 없으나, 그룹의 성장과 발전에 따라 순환출자 해소 방안을 찾고 있다”며 “순환출자 해소를 통해 앞으로도 각사의 주력사업에 집중하고 주주 권익과 지배구조 투명성 강화를 위한 사회적 요구에 적극 부응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승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