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대형 조선사에 흩어져있는 방위산업부문을 통폐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조선업계 불황에 따라 생존위기에 내몰린 국내 조선사의 구조조정에 속도를 붙이면서 국가 차원에서 방산부문에 규모의 경제를 구축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 정부, 조선사간 방산부문 통폐합 구상
25일 업계에 따르면 정부가 대우조선해양과 현대중공업, 한진중공업, STX조선해양 등에 흩어져 있는 방산사업을 하나로 모아 방산전문기업을 만드는 방안을 구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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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
유일호 경제부총리는 24일 경제현안회의를 열고 조선업계 구조조정을 지원하기 위한 자금 재원조달 방안을 중점적으로 논의했다.
이 회의에서 대형 조선사의 방산부문만을 따로 분리해 방산전문기업을 새로 세우는 방안이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관계자는 “조선산업 구조조정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개별 기업의 방산부문을 떼어내 합병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며 “합병했을 때 시너지가 있다고 판단하면 대형 조선 방산기업을 만들 수도 있다”고 말했다.
국방부도 정부의 방안에 관심을 두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대형 조선사들의 부실이 중장기 전력증강 계획에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대우조선해양 등 국내 조선업체 4개 회사는 연간 2~3조 원의 잠수함과 전투함, 상륙함 등을 건조하고 있다.
정부는 일정한 수익이 나는 방산사업을 한 곳으로 합치면 개별 조선사들이 인력과 설비에 대한 구조조정을 실시하고 우량자산을 매각해 재무구조를 개선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 방산부문을 걷어내면 조선업계에 해양플랜트와 액화천연가스(LNG)선, 컨테이너선 등 민수부문만 남아 구조조정 작업을 가속화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 해양판 한국항공우주 탄생하나
정부와 조선업계는 해양 방산부문이 통합되면 국내 최대 방산기업으로 손꼽히는 한국항공우주 규모에 육박하는 기업이 탄생해 규모의 경제를 실현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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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성립 대우조선해양 사장. |
해양판 방산기업이 만들어지면 과도한 경쟁없이 정부의 발주 물량을 기반으로 안정적 성장을 꾀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항공우주는 1999년 외환위기 당시 삼성항공(현 한화테크윈)과 대우중공업, 현대우주항공 등 3사가 국내 대기업 계열사의 항공사업을 따라 분리해 설립됐다.
한국항공우주는 2000년에 영업이익 179억 원을 냈는데 지난해는 영업이익이 2856억 원으로 16배나 급증했다.
특수선 건조가 조선업계의 불황을 극복할 대안으로 떠오르는 점도 정부의 방산부문 합병 추진의지에 힘을 싣는다.
글로벌 특수선시장의 규모는 연간 20조 원에 이르는 것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국내 조선사가 특수선시장에서 차지하는 점유율은 상대적으로 낮다.
업계 전문가들은 상선분야가 이미 중국에 추격당하는 상황에서 최첨단 기술력과 건조 능력이 뒷받침되는 특수선분야가 후발주자의 추격을 따돌리기 적합한 시장이라고 입을 모은다.
대우조선해양은 4월 안에 영국 해군으로부터 수주한 군수지원함을 인도하기로 했다. 군수지원함은 척당 2억 달러 수준으로 가장 큰 규모의 유조선 건조금액이 척당 1억 달러 수준인 점을 감안할 때 2배에 이르는 금액이다.
특히 선박 건조 과정에서 비용의 상당부문을 차지하는 철판 사용량이 유조선의 20% 수준에 불과해 일반 선박보다 최소 5~6배의 고부가가치가 있는 선박으로 알려진다.
하지만 한국항공우주가 출범 당시 각 기업의 의견 조율에만 2년이 넘는 시간이 걸린 점을 감안할 때 방산부문간 빅딜이 추진되려면 꽤 많은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비즈니스포스트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