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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동현 SK텔레콤 사장. |
장동현 SK텔레콤 사장이 고민이 커지고 있다.
SK텔레콤의 중장기 사업목표로 세운 ‘플랫폼사업자’ 작업이 시작부터 난관에 봉착했기 때문이다. 야심차게 추진해 온 CJ헬로비전을 인수할 수 있을지 단언할 수 없는 상황이 되고 있다.
장 사장 입장에서 CJ헬로비전 인수는 매우 중요하다. SK텔레콤의 플랫폼 위주 사업에서 한 축을 맡게 될 방송미디어사업 개편전략의 성공이 CJ헬로비전 인수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장 사장이 만약 CJ헬로비전을 인수하는 데 실패할 경우 SK텔레콤 수장에 오른 지 1년 만에 위기를 맞게 된다.
◆ CJ헬로비전 문제로 고민 깊어지는 장동현
24일 업계에 따르면 CJ헬로비전을 인수하겠다는 SK텔레콤의 계획이 실현될지가 ‘미궁’ 속에 빠져 있다.
인수를 심사하고 있는 공정거래위원회가 아직 이렇다 할 방향을 잡지 못하고 있다. 정재찬 공정위원장은 21일 “심사를 신중하게 진행하고 있다”며 심사가 장기화할 가능성도 내비쳤다.
SK텔레콤은 지난해 12월1일 공정위에 인수심사 서류를 제출했는데 4달이 넘도록 심사가 진행되고 있다.
공정위에 이어 '방송'의 관점에서 인수를 심사하는 방송통신위원회는 22일에야 사전심사 가이드라인을 마련했다. 방통위와 미래창조과학부의 심사기간까지 고려하면 이번 심사는 언제 끝날지 알 수 없다.
이번 총선으로 새로 구성되는 20대 국회에서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 문제를 다루겠다고 나설 가능성도 점쳐진다. 정치권이 개입하면 상황은 더욱 복잡해 진다.
장동현 사장은 CJ헬로비전과 SK브로드밴드의 합병작업을 가급적 신속히 마무리하려고 했는데 전혀 다른 상황으로 나아가고 있는 셈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장동현 사장 입장에서 CJ헬로비전 인수심사가 이토록 장기화할 것이라고 예상하지 못 했을 것”이라며 “인수작업이 순조롭게 마무리될 것으로 기대했던 SK텔레콤 입장에서 속이 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 장동현, 플랫폼사업자 시작부터 삐걱
장 사장에게 CJ헬로비전 인수는 매우 중요하다. CJ헬로비전의 인수가 장 사장이 세워놓은 SK텔레콤의 중장기사업계획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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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K텔레콤은 지난해 연말 이인찬 SK브로드밴드 대표이사 전무를 부사장으로 승진시켜 그에게 SK텔레콤의 신설 사업조직인 '미디어부문장'도 겸직하게 했다. 이는 방송미디어사업 확대를 위한 사전포석이었다. |
장 사장은 2018년까지 SK텔레콤의 사업체질을 ‘플랫폼사업자’로 바꾸겠다는 목표를 추진하고 있다.
SK텔레콤은 본연의 사업인 통신에 집중하고 방송미디어와 이커머스, 모바일사업 등은 전문 자회사에게 일임해 기업가치를 100조 원으로 키운다는 것이다.
이 가운데 방송미디어사업의 기여도가 매우 높다. 현재 SK텔레콤과 자회사가 진행하는 사업 가운데 방송사업은 통신에 이어 매출 2위를 기록할 정도로 비중이 큰 사업이다.
장 사장은 CJ헬로비전과 SK브로드밴드를 결합해 방송미디어분야 몸집을 키운다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중장기적으로 방송과 콘텐츠, 이를 활용한 통신, 모바일사업도 고려하는 대상이다.
CJ헬로비전 인수심사가 장기화하면서 장 사장이 세운 ‘플랫폼사업’ 전략에도 큰 차질이 빚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만일 인수가 불발될 경우 그의 전략에 치명타를 맞게 된다.
SK브로드밴드의 ‘IPTV’(인터넷방송) 시장점유율은 KT에 이어 2위다. 성장 속도가 빠르다고 하지만 업계 특성상 빠른 시간 안에 KT의 ‘올레TV’를 따라잡는 데 한계가 있다.
방송미디어 사업의 덩치를 키우지 못하게 되면 SK텔레콤이 추진하는 플랫폼사업에서 이 분야가 차지하는 비중도 줄어들게 된다. 지난해 ‘미디어부문’을 신설하고 SK브로드밴드 대표이사의 직급을 전무에서 부사장으로 올리는 등 사전준비작업이 헛수고로 돌아갈 수도 있다.
◆ 외부상황 갈수록 SK텔레콤에 불리
장 사장을 더욱 곤혹스럽게 하는 것은 CJ헬로비전 인수를 둘러싼 외부상황이 점점 더 SK텔레콤에 불리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점이다.
경쟁기업과 유료방송업계에서 인수를 불허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공정위가 과거 SK텔레콤의 인수합병 계획을 모두 승인하며 비판을 받았던 데 대한 부담도 크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20대 국회가 여소야대로 구성된다는 것도 SK텔레콤에게 여간 신경쓰이는 부분이 아닐 수 없을 것”이라며 “조건을 달고 인수를 허용한다고 해도 과거처럼 호락호락한 조건이 아닐 공산이 커졌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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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J헬로비전을 인수해 방송미디어사업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SK텔레콤의 목표가 달성될 수 있을까? 사진은 CJ헬로비전의 로고(CI). |
공정위는 과거 SK텔레콤이 신세기이동통신, 하나로통신과 기업결합을 맺는 과정에서 시장점유율을 낮추라는 조건을 달았다. 하지만 이런 조건부 승인은 결국 SK텔레콤의 덩치만 키워줬다는 비판을 받았다.
이번에도 CJ헬로비전이 하고 있는 사업 가운데 ‘알뜰폰’ 사업을 다른 기업에 매각하는 조건으로 인수를 승인할 것이라는 관측이 일각에서 제기된다.
하지만 공정위가 법정 인수심사 기일인 120일을 훌쩍 넘겨서까지 심사를 진행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이 것보다 훨씬 더 SK텔레콤에 불리한 조건을 달 가능성이 높다.
실제 최근 영국에서 통신기업 규제기관인 오프콤(ofCOM)이 현지 통신사업자간 인수합병을 심사하며 ‘사업자가 줄어드는 것을 막기 위해 새로운 사업자를 끌어 들이라’는 조건을 달아 화제가 된 적이 있다.
이는 사실상 사업자간 기업결합을 허용하지 않겠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공정위도 이런 해외사례를 이번 심사에 반영하고 있기 때문에 SK텔레콤에 부담을 주는 조건을 달 가능성이 낮지 않다.
SK텔레콤이 CJ헬로비전을 손쉽게 인수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해 졌다. 인수를 하더라도 조건이 달릴 공산이 큰데 그 조건마저 SK텔레콤이 쉽게 납득할 수 없는 것이 될 가능성이 높다.
SK텔레콤이 CJ헬로비전을 품더라도 목표한 중장기사업계획에 차질이 생길 수 있는 것이다. 장 사장 입장에서 곤혹스러울 수밖에 없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SK텔레콤과 자회사인 SK브로드밴드가 전사적 역량을 동원해 CJ헬로비전 인수를 관철하려 노력하고 있을 것”이라면서도 “정부가 시장의 눈치를 과거보다 더 살피고 있기 때문에 결론을 쉽게 내리지 못 하고 있어 심사가 장기화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서정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