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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밑 서점에서 떠올린 단상, 더 많은 기업인 책이 필요하다

이강필 kpillee@careercare.co.kr 2021-12-23 11:4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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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밑 서점에서 떠올린 단상, 더 많은 기업인 책이 필요하다
▲ 이강필 커리어케어 출판사업본부장.
다시 서점에 갔다. 그 사이 어떤 책이 나왔고 어떤 책이 독자의 선택을 받고 있는지를 확인하려는 책 만드는 이의 일상이다. 

온라인 서점의 위세가 이미 오프라인 서점을 압도하고 있음을 알고 있음에도 직접 실물을 마주할 때의 느낌은 다르다.

지금은 사라진 서울 종로2가의 양우당이니 종로서적이니 하는 장소를 순회하던 시절을 아련히 기억하는 사람들의 잘 바뀌지 않는 버릇이다. 

예상대로 사람들은 많지 않았다. 예전이라면 사람들이 웅성이며 만들어내는 ‘서점스러운’ 소음은 캐롤이 대신하고 있었다. 

날이 푹한 탓만은 아닐 것이다. 연말이 연말 같은 느낌이 안 드는 것은, 분주히 움직이는 사람들 사이에 마치 모든 것이 정지한 듯한 느낌이 드는 것은 아마도 그 끝을 알 수 없는 역병의 영향 때문일 터. 

생각해보면 이런 변화는 어쩌면 너무도 당연하다. 불필요한 외출을 자제하라는 얘기가 연일 뉴스에 나오는 마당에 서점에서만 예전의 분주함을 기대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서점에 나오지 않더라도 책을 살 수 있는 방법은 차고 넘친다.

서점은 책을 업으로 삼은 사람들이 가장 좋아하면서도 두려워하는 공간이다. 

남들이 내놓은 새로운 지식과 아이디어의 집결체를 대놓고 훔쳐볼 수 있는 즐거움과 함께 시험 본 학생이 성적표를 받는 심정을 몸으로 느껴야 하기 때문이다. 아마도 내가 내놓는 책들이 쏟아지기 시작하면 기대보다는 두려움의 비중이 더 커질 것이다.

서점에서 돌아와 최근 한 대형서점이 내놓은 올해의 베스트셀러 목록을 살펴봤다. 대개는 서점에서 자주 마주친 낯익은 제목의 책들이다. 

다만 세상의 흐름을 읽는 장소인 서점 안에서 생각한 것과 발표된 목록이 차이 나는 것은 돈을 벌어야 한다고 사람들의 등을 떠미는 각종 재테크 실용서 만이 올해 나온 출판의 전부는 아니라는 점이다.

사람들은 여전히 소설과 시를 읽고 있으며 역사와 예술 과학을 읽으며 삶의 의미를 찾고 있었다.

여러 출판쟁이들이 받아 든 성적표 목록을 살펴보며 드는 아쉬움도 있다.

바로 필자가 관심을 갖고 출간에 골몰하고 있는 기업인 저자, 혹은 경영자를 다룬 책이 많은 사랑을 받지 못했다는 점이다. 나온 종류 자체가 몇 권 되지 않으니 판매를 얘기하는 것이 큰 의미가 있겠나 싶기도 하다.

그나마 눈에 들어온 이 분야의 책은 동아일보 허문명 기자가 쓴 ‘경제사상가 이건희’와 롯데그룹 신격호 회장을 기리기 위해 롯데지주가 펴낸 ‘열정은 잠들지 않는다’ 정도다. 

이 회장을 다룬 책은 관찰자의 눈으로 분석한 평전에, 신회장을 다룬 책은 타인이 쓰긴 했으나 자서전으로 분류된다. 당사자들에게 물어보니 두 권 모두 기대한 정도의 호응을 얻었다고 한다.

단, 여기서의 기대란 ‘출판시장의 위축상황을 감안’하고 잡은 것이다. 출간된 지 한 달 보름 남짓 밖에 지나지 않았으니 앞으로의 추이는 달라질 수 있다.

전기물은 주인공이 종사했던 분야가 어디였건 국내에서 그다지 인기 있는 출판 분야가 아니다.

위인전을 읽고 자란 세대가 주인공에 대한 공과의 크기를 보는 눈이 바뀌는 경험을 많이 한 탓인지, 아니면 잘했다고 하는 일만 나오는 내용에 질린 탓인지 모르겠다.

이도 아니면 위인이 사라진, 위인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지금 우리 시대를 반영한 모습일 수도 있다. 

자신을 드러내기보다 조용히 사는 것을 미덕으로 삼는 우리 정서 역시 이런 흐름에 한 몫 했을 법 싶은데 선거를 앞둔 정치인들을 논외로 하면 쓰려는 사람도 많지 않다. 

기업인, 특히 현직에 있는 경영자들에게서 이런 현상은 더욱 심하게 나타난다. 시간 부족, 글쓰기 자체에 대한 두려움, 혹시 모를 구설에 휘말리기 싫어서 등등 이유는 다양하다. ‘내가 뭐라고 책을 쓰겠느냐’는 겸양도 자주 나온다. 

그러나 생각을 달리해보자. 당신의 얘기를 기다리고 있는 고객이 있다고 말이다. 책 쓰기는 안 해도 무방한 가욋일이 아니라 당신이 해야만 하는 책임 있는 경영활동의 하나가 되지 않을까.

우리는 어쨌든 서로 기대어 살고 있다. 각 개인은 서로를 비추는 그물코의 보석이 돼 사방에 널린 상대를 비추고 또 거기에 비춰지는 내 모습을 보면서 성장하며 생존한다. 불교경전인 화엄경에 나오는 인드라망의 교훈이다.

여기에 기업인이란 보석이 매달린 그물 안에는 본인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많은 이들이 당신으로부터 반사되는 빛을 기다리고 있다. 

기업인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그의 경영과 인생 철학이 무엇인지를 알고 싶어하는 독자들의 욕구는 절대 작지 않다. 

앞서 언급한 두 권의 책이 ‘평타’ 이상을 친 것과 함께 일본 교세라의 창업주 이나모리 가즈오 회장이 쓴 ‘왜 일하는가’가 당당히 올해 베스트셀러 반열에 오른 것은 작은 방증이다.

이나모리 회장은 이미 ‘일심인언’ ‘왜 사업하는가’ ‘생각의 힘’ 등 자신의 경영철학과 삶의 태도를 서술한 여러 권의 책을 낸 전문 저술가다. 

교세라 이외에도 현재의 KDDI를 창업했고 파산상태에 놓인 일본항공의 구원투수로 들어가 단기간에 회사를 살려내 ‘경영의 신’으로 불리는 그가 과연 다른 기업인들보다 시간이 널널해서 공명심에서 자신을 드러냈을까?

아니다. 그는 좋은 세상을 만드는데 일조한 자신의 생각을 나누고 남기고 싶어서 책 내는 일을 멈추지 않았다.

기업인과 관련된 책은 그 내용과 형식이 무엇이건 많이 나와야 한다. 또 많은 이들이 그들의 책을 읽어야 한다.

그가 직접 썼건 타인이 살핀 평전이건 가릴 필요도 없다. 생각과 말, 행동, 일화의 한 대목에 함의된 비범함을 찾아내는 독자가 단 몇 명이라도 있다면 그 책은 세상에 나올 충분한 이유가 있다.

혹시 아는가. 그의 책을 읽은 통찰력 있는 독자가 마침 위기에 처한 기업을 책임진 경영인이고 그가 선배 기업인이 남긴 한 구절에서 난국돌파의 교훈을 얻어 마침내 자신의 회사를 세계적 기업의 반열에 올려 놓을지 말이다. 

책 한 권, 한 구절이 더 많은 사람에게 일자리와 먹을 거리를 제공하고 세상을 이롭게 하는 이 기적은 생일을 이틀 앞둔 예수가 행한 오병이어에 비유될 것이다.

내년 베스트셀러 목록에는 올해보다 더 많은 기업인 책이 오르길 고대하며, 메리 크리스마스. [커리어케어 이강필 출판사업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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