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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운업계 운임담합의 공정위 과징금 줄어드나, 시정명령 불씨는 남아

김지효 기자 kjihyo@businesspost.co.kr 2021-12-22 17: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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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운업계가 운임담합 혐의에 따른 과징금 부담을 덜 수 있을까?

공정거래위원회가 과징금 수위를 대폭 낮출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어 해운업계가 한숨을 돌릴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해운업계 운임담합의 공정위 과징금 줄어드나, 시정명령 불씨는 남아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

다만 과징금에 뒤따르는 시정명령을 두고는 다시 한번 해운업계의 반발이 예상된다.

22일 해운업계와 공정위 안팎의 말을 종합하면 해운업계의 운임담합 혐의와 관련한 과징금을 두고 공정위가 다음달 열리는 전원회의에서 당초 예상치인 8천억 원보다 더 낮은 수준의 과징금을 부과할 것이라는 의견이 나온다. 

해운업계는 과징금을 부과하면 소송도 불사하겠다는 강경한 태도를 보이고 있는 데다 해운사의 공동행위가 공정거래법에 적용되지 않도록 명시한 ‘해운법 일부개정법률안’이 국회 첫 관문인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법안소위를 통과하는 등 변화도 있어 과징금을 최대치로 부과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그동안 해운업계는 운임담합 혐의를 두고 릴레이 시위와 함께 기자회견을 여는 등 강하게 반발해왔다. 

국회와 해양수산부도 해운업계의 손을 들어주며 해운법 일부개정안을 발의하는 등 공정위의 태도 변화를 촉구했다. 

위성곤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해운법 일부개정안은 9월28일 국회 농해수위 법안소위에서 수정의결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소위의 체계자구심사를 앞두고 있다.

농해수위는 개정안 논의 과정에서 부칙을 추가해 해운법 개정안을 소급해 적용할 수 있도록 했다. 

이 개정안이 국회 문턱을 최종적으로 넘게 되면 공정위가 문제 삼은 담합행위에 대한 과징금을 부과할 수 없게 되는 것이다. 

이런 해운업계 안팎의 거센 반발에 공정위가 과징금 수위를 낮출 것으로 예상되면서 해운업계는 실적 부담을 어느 정도 털어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과징금에 뒤따르는 공정위의 시정명령은 해운업계의 또 다른 반발을 부를 불씨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해운업계는 과징금에 뒤따르는 시정조치가 국내 해운업계에 미칠 악영향이 크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제 막 해운업황이 좋아졌는데 이번 제재로 해운업계가 다시 어려워질 수도 있다는 것이다. 

김영무 한국해운협회 부회장은 11월3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과징금이 소액이라도 나오면 공동행위가 막혀 외국 초대형선사와 경쟁해야 한다”며 “국내 12개 선사를 다 합쳐도 싱가포르 선사에 안 된다. 단언컨대 중소형 선사들이 시장에서 다 없어질 것이다”고 주장했다. 

해운업계의 한 관계자는 “해운업계의 공동행위는 해운법에도 명시돼 있다”며 “과징금 금액보다 공동행위가 국내에서 문제라는 판정을 받는다면 해외 경쟁당국도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다”고 말했다. 

해운법 29조에 따르면 해운사는 운임·선박 배치와 화물의 적재, 그 밖의 운송조건에 관한 계약이나 공동행위를 할 수 있다. 

다만 공동행위를 하려면 화주단체와 사전협의, 해양수산부 신고, 자유로운 입·탈퇴 등의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면 부당한 공동행위가 된다.

엄기두 해양수산부 차관은 9월28일 열린 농해수위 법안소위에서 “해운시장은 절대적으로 화주 우위의 시장이기 때문에 공동행위가 법에서 인정돼 왔다”며 “이번에 공정위가 조사한 2003년부터 2018년까지 16년 동안 선사들은 2조 원의 적자를 봤다. 한진해운이 입은 적자금액은 포함이 안 된 것으로 선사들은 수익을 못 보고 있는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은 해운업계 운임담합에 따른 과징금 부과를 두고 그동안 완고한 태도를 보여왔다. 

조 위원장은 10월21일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의 종합 국정감사에 출석해 “해운업계 담합은 저희가 가진 절차를 밟아가며 원칙대로 처리할 것이다”며 “여러 해운사가 피심인인 사건이라 의견서가 굉장히 많고 심의 준비하는 과정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같은달 27일 열린 기자회견에서도 “해운업계 담합은 해운법 29조를 넘어선 불법행위라고 보고 있고 어떤 사건이라도 상정이 되면 심의를 거쳐야만 종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해운법 개정안은 행정부 내에서 국무조정실이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보고 논의의 장이 마련된다면 적극 참여할 것이다“며 해운법 일부 개정안과 관련해 협상의 여지를 남기기도 했다. 

공정위는 해운업계 운임담합과 관련해 아직 결정된 것이 없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공정위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와의 통화에서 “해운업계 운임담합 사건에 관한 법 위반 여부 및 과징금 등 제재 수준은 아직 결정되지 않았으며 추후 공정위 전원회의 심의를 통해 최종 결정될 것이다”며 “과징금 등 제재 수준은 담합으로 발생한 경쟁제한 효과, 해운시장 상황, 부당이득의 규모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결정된다”고 말했다.

공정위는 최근 주요 선사들에게 내년 1월12일 국내외 23곳 해운사의 운임담합의 공정거래법 위반 여부를 다루기 위한 전원회의를 연다고 통보했다. 심사보고서를 발송한 지 8개월 만이다. 

공정위는 2003∼2018년 국내외 해운사 23곳과 동남아정기선사협의회가 한국~동남아 항로에서 운임담합을 한 혐의가 있다는 심사보고서를 올해 5월 발송한 바 있다. 

이에 따라 공정위가 부과할 것으로 예상되는 과징금은 해당 기간에 해운사들이 벌어들인 매출의 8.5~10%로 최대 8천억 원에 이른다. 

이번 담합과 관련해 당초 공정위 안팎에서는 빠르게 결론이 날 것이라는 시선이 나왔지만 해운업계의 거센 반발이 이어지자 공정위는 그동안 전원회의 일정을 확정하지 못하고 미뤄왔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지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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