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한국앤컴퍼니그룹은 조현범 사장을 회장으로 선임하는 내용 등을 포함한 2022년도 정기 임원 인사를 발표했다.
이와 함께 형인 조현식 부회장은 고문으로, 아버지인 조양래 한국앤컴퍼니그룹 회장도 명예회장으로 경영일선에서 물러났다. 사실상 ‘조현범 체제’가 구축된 것이다.
아버지 조양래 명예회장의 성년후견심판이 앞으로 그룹 경영권 향방에 변수가 될 수 있지만 성년후견심판 청구 소송이 지연되고 있어 현재 구도가 뒤집히기는 사실상 쉽지 않다는 시선이 많다.
성년후견심판은 과거 조양래 명예회장이 과거 자신의 지분을 조현범 회장에게 매각해 한국앤컴퍼니 최대주주에 오르게 한 일이 자발적 의사로 이뤄졌는지 법률적 판단을 받아보겠다는 절차다.
성년후견심판 청구 소송이 마무리되더라도 이를 바탕으로 조현식 고문이 과거 조 명예회장과 조 회장 사이의 한국앤컴퍼니 지분 거래를 무효화하고자 해도 다시 긴 법적 다툼을 벌여야 한다는 점에서 현재 경영권에 위협이 될 가능성은 적은 셈이다.
이뿐 아니라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노조와 2021년 단체교섭도 마무리하면서 그룹 내부에서 발생했던 굵직한 갈등들이 사실상 대부분 봉합됐다.
조현범 회장으로서는 한국앤컴퍼니그룹을 타이어를 넘어 모빌리티 기업으로 전환하려는 전략을 본격화할 여건을 마련했다고 볼 수 있다.
조현범 회장은 2020년 경영에 복귀한 뒤로 한국앤컴퍼니를 사업형 지주회사로 전환하면서 적극적으로 신사업에 뛰어들 준비를 해왔다.
한국앤컴퍼니는 2020년 11월26일 이사회를 열고 배터리 자회사인 한국아트라스비엑스를 흡수합병하는 안건을 의결했다. 같은 날 조현범 회장도 당시 한국앤컴퍼니 대표이사에 선임되면서 경영에 복귀했다.
이후 형인 조현식 부회장이 올해 3월 정기 주주총회 이후 한국앤컴퍼니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나면서 조현범 회장은 단독 대표이사로서 모빌리티 기업으로 전환을 이끌어왔다.
특히 창립 80주년을 맞아 한국앤컴퍼니의 비전으로 새 비전으로 ‘스트림(S.T.R.E.A.M)’을 내놓으면서 모빌리티 기업으로 전환을 추진하겠다는 비전을 내놨다.
S.T.R.E.A.M은 △친환경 배터리 및 신재생 에너지(Smart Energy) △타이어 및 관련 핵심산업(Tire & Core biz) △미래 신기술 활용 사업 다각화(Rising Tech) △전동·전장화부품, 기술, 솔루션(Electrification) △로봇, 물류 등 자동화 및 효율화(Automation) △모빌리티산업 전반(Mobility) 등 한국앤컴퍼니그룹에서 앞으로 추진할 핵심사업분야의 앞 글자를 모아 만들었다.
조현범 회장이 그룹 실권을 쥔 만큼 신사업 발굴을 위해 더욱 적극적으로 인수합병을 추진할 가능성이 나온다.
대표적으로 한국앤컴퍼니는 11월 캐나다 초소형 정밀전자기계(MESM) 업체인 프리사이슬리마이크로테크놀로지 지분 36.7%를 1277억 원에 인수하면서 신사업 확대에 투자를 단행했다.
한국앤컴퍼니와 함께 주력계열사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도 프리사이슬리마이크로테크놀로지 지분 20.4%를 인수해 한국앤컴퍼니그룹은 모두 57.1% 지분을 확보했다.
프리사이슬리마이크로테크놀로지는 광학 초소형 정밀 전자기계의 부품을 설계 및 판매하고 있는데 올해 초에 자율주행차에 사용되는 라이다(LiDAR)센서용 초소형 정밀전자기계 상용화에 성공했다.
한국앤컴퍼니로서는 프리사이슬리마이크로테크놀로지를 통해 자율주행차 사업에 처음 뛰어든 셈이다.
조현범 회장은 과거부터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의 신사업 관련 인수합병을 주도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조현범 회장이 2018년 당시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사장을 맡고 있을 때 한국타이어는 소프트웨어기업인 모델솔루션의 지분 75%를 인수하는 등 타이어 이외에 분야 진출에 적극적으로 움직여왔다.
조현범 회장은 과거 뉴스웨이와 인터뷰에서 “자동차 관련 분야에서는 자율주행, 커넥티비티, 전기차 관련 사업에 진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으며 타이어와 관련 없는 분야 기업들도 인수합병 대상에 올려놓고 있다”고 말했다.
조 회장은 한국앤타이어앤테크놀로지 사명을 한때 한국테크놀로지그룹으로 변경하기도 하며 타이어사업을 넘어서 모빌리티를 비롯한 신사업에 진출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기도 했다.
한국앤컴퍼니 관계자는 “조현범 신임 회장이 올해 11월 캐나다 정밀기계 회사 지분 인수 등을 주도하면서 한국앤컴퍼니그룹의 신성장 동력 발굴과 신사업 개발에 있어서 탁월한 성과를 보여왔다”며 “앞으로도 신규 사업 발굴을 위한 투자도 적극적으로 진행해 한국앤컴퍼니그룹의 새롭게 정립된 미래 혁신방향을 중심으로 사업을 추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장은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