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수진 국민의힘 선대위 공보단장이 12월21일 국회 국민의힘 당대표실을 나서며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
조수진 국민의힘 최고위원과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의 갈등이
이준석 대표의 공동상임선대위원장 사퇴라는 극한상황으로 치달았다.
조 위원과 이 대표의 개인적 앙금이 작용했다는 분석과 함께 국민의힘 선대위 내부의 역학구도에 따른 힘겨루기라는 해석이 나온다.
20일 국민의힘 안팎에선
윤석열 후보의 부인 김건희씨를 둘러싼 허위이력 의혹 논란이 채 수습되기도 전에 당내 내홍이 다시금 불거지면서 엎친데 덮친격이 됐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이 대표는 이날 맡고 있던 공동상임선대위원장 직책을 내려놨다. 20일 선대위 회의에서 조수진 최고위원이 "내가 왜 그쪽의 명령을 들어야 하느냐"고 사실상 항명하면서 '울산합의'로 봉합했던 당내 갈등을 수면위로 끄집어 낸 셈이다.
이 대표는 기자회견에서 "울산회동이 일군의 무리에게는 한번 얼렁뚱땅 마무리했으니 앞으로는 자신들이 마음대로 하고 다녀도 부담을 느껴서 지적하지 못할 것이라는 잘못된 자신감을 심어준 모양"이라며 "그리고 이때다 싶어 솟아나와 양비론으로 한마디 던지는 윤핵관(
윤석열 핵심 관계자)을 보면 어쩌면 이런 모습이 선거기간 내내 반복될 것이라는 비통한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조 최고위원과 이 대표의 충돌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두 사람은 곽상도 전 의원 문제를 놓고도 정면으로 충돌한 적이 있다.
10월 이 대표는 최고위원회의를 소집해 곽상도 의원 아들의 '화천대유 퇴직금 50억 원' 문제 등 현안을 논의하려 했다. 조 최고위원은 이를 제명 추진으로 받아들이고 "전두환 신군부도 이렇게 안 한다"며 반발했다.
그러자 이 대표는 "'우리는 (곽)상도수호 없다'는 당 대표 말이 나오기 무섭게 들이받을 기회만 노리고 있다가 바로 들이받고 기자들에게 '언플' 해대는 모습을 보면서 무한한 자괴감을 느낀다"며 "훈계하지 말라"고 응수했다.
이후 조 최고위원은 당내 최고위원회의에 한동안 참석하지 않았다.
최근에는 조 최고위원이 선대위 공보단장을 맡은 뒤 내놓은 카드뉴스를 이 대표가 폄하한 일도 있었다.
조 최고위원이 6일 페이스북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를 비판하는 카드뉴스 게시물을 올리자 이 대표는 "카드뉴스 이래서 안 만든다고 한 건데"라는 댓글을 달았다.
이번 사태를 놓고 조 최고위원이 이 대표를 당대표로 인정하는 것이 아니라 당에 소속된 청년 정치인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있다.
조 최고위원은 1996년 국민일보에 입사해 사회부 기자로 활동한 뒤 2004년 동아일보로 옮겨 사회부 기자를 거쳐 12년 6개월 동안 정치부 기자로 활동했다. 여야, 정당, 정파를 떠나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원로급 정치인들과 각별한 관계를 맺은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평론가 장성철 대구가톨릭대학교 특임교수는 이날 연합뉴스TV에 출연해 "조수진 최고위원은 정치권에서 기자생활을 하며 핵심인물들과 교류했다"며 "조 최고위원이 보기에 10년 전에 비대위원으로 정치에 입문한 이 대표의 정치력이 부족하다고 생각하고 얕잡아 본것 아닌가 한다"고 말했다.
홍준표 의원도 20일 청년플랫폼 청년의꿈에 이번 사태를 놓고 "당대표를 깔보니까"라고 진단했다.
조 최고위원의 '항명'은 표면이고 본질은 당내 역학구도에서 발생한 문제라는 시선도 있다. 선대위 내부에 구심점이 없고 각자 목소리를 내는 형국이라는 것이다.
김한길 위원장이 젠더 문제를 놓고
이준석 대표와 대립했던 신지예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 대표를 새시대위원회 수석부위원장으로 영입한 것과 이번 조 최고위원의 반발이 같은 맥락에서 해석되는 이유다.
홍 의원은 20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밖에서 보면 우리당 선대위는 김종인 총괄위원장 그룹, 김한길 새시대위원회 그룹, 그리고 속칭 파리떼 그룹 세 갈래로 갈라져 있다"며 "이렇게 선대위가 갈라져 각자 이해에 따라 움직이니 일사불란할 리도 없고 현안 대처 능력도 없어 후보만 매일 속이 타들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남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