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모리반도체시장에서 경쟁이 치열해지며 M램과 Re램, X포인트 등 기존의 D램과 낸드플래시를 대체할 수 있는 차세대 기술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삼성전자는 수년 전부터 관련기술을 확보하고 연구개발에 나서 시장변화에 대응할 채비를 갖췄다. SK하이닉스 역시 도시바와 협력해 차세대 반도체기술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인텔과 마이크론 등 대기업들이 차세대 반도체의 상용화에 앞서나가고 있는 만큼 삼성전자가 시장지배력을 유지할지 주목된다.
◆ 삼성전자, M램 기술 선점효과 기대
20일 김기남 삼성전자 반도체총괄 겸 시스템LSI사업부 사장은 서초사옥에서 열린 수요사장단회의에 참석해 "삼성전자의 M램과 Re램 기술개발은 계속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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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기남 삼성전자 반도체총괄 겸 시스템LSI사업부 사장. |
M램은 D램과 같이 정보를 계속해 기록하거나 읽어들일 수 있는 메모리반도체다. 하지만 처리속도가 압도적으로 빠르고 D램과 달리 정보를 계속 저장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Re램은 기존의 낸드플래시보다 정보기록 등 사용횟수를 100만 배 가까이 반복할 수 있는 높은 내구성을 갖췄으며 소비전력이 적고 속도도 1천 배 가까이 빠르다.
M램과 Re램은 빅데이터와 인공지능, 가상현실 등 많은 양의 정보를 빠르게 처리해야 하는 산업이 발달하며 기존의 D램과 낸드플래시의 성능한계를 뛰어넘을 수 있는 기술로 평가받는다.
반도체업계의 한 관계자는 "그동안 D램과 낸드플래시로 양분됐던 메모리반도체시장은 여러 차세대 기술에 따라 분화될 것"이라며 "미세공정 개발만으로 성능향상에는 한계가 있어 차세대 반도체기술의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삼성전자는 현재 D램 미세공정과 3D 낸드플래시 등 메모리반도체 기술력에서 경쟁업체들보다 크게 앞서있다. 후발주자로 나선 반도체 제조사들과 기술격차가 최소 1~2년 정도라는 관측도 나온다.
삼성전자는 세계 낸드플래시 시장에서 40%, D램에서 50%에 가까운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그런데 향후 시장이 차세대 반도체로 재편될 경우 삼성전자는 메모리반도체 시장지배력에 타격을 받을 수도 있다. 하지만 김 사장이 삼성전자의 M램과 Re램 기술개발을 진행하고 있다는 입장을 재확인한 것은 반도체시장이 향후 차세대 기술로 재편돼도 지배력을 유지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보여주는 것으로 해석된다.
삼성전자는 2011년 이미 M램의 원천특허를 보유한 미국 반도체기업 그랜디스를 인수하며 차세대 기술개발에 빠르게 뛰어들었다. 이후 2013년 'M램 이노베이션' 프로젝트를 가동하고 연구개발을 지속하고 있다.
당시 삼성전자가 이르면 2015년 M램을 양산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지만 아직 뚜렷한 수요가 확보되지 않아 출시가 미뤄진 것으로 보인다. 향후 차세대 산업이 성장해 M램 수요가 본격화되면 시장선점 효과를 누리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SK하이닉스 역시 2011년부터 도시바와 M램 개발에 대한 기술협력을 맺고 시장에 진출할 채비를 갖추고 있다. 두 업체가 이르면 올해부터 M램 양산에 들어갈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김민지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M램 등 차세대 반도체는 D램의 고속성과 낸드플래시의 고용량을 모두 갖추고 있다는 장점이 있다"며 "삼성전자는 이미 기술을 보유하고 있어 향후 시장상황에 빠르게 대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 3D X포인트 메모리에서 인텔 앞서나가
삼성전자와 인텔 등 세계 최대 반도체기업들이 뛰어든 Re램과 3D X포인트 메모리의 기술경쟁도 주목받고 있다.
3D X포인트 메모리는 내구성이 높은 메모리반도체인 Re램의 구조를 3D낸드와 같이 3차원으로 쌓아올린 기술로 기존의 고성능 낸드플래시를 대체할 수 있는 기술로 평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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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텔이 개발한 3D X포인트 메모리의 구조. |
삼성전자는 3D X포인트 메모리의 개발기술 역시 일찍부터 확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향후 고성능반도체의 수요 성장에 수혜를 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받고 있다.
하지만 X포인트 메모리의 경우 인텔과 마이크론, 소니 등 세계 대형 업체들이 상용화를 앞당기며 기술경쟁을 벌이고 있어 삼성전자가 낸드플래시와 같은 시장지배력을 유지하기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인텔과 마이크론이 독점기술로 공동개발한 X포인트 메모리는 이미 지난해부터 샘플 양산을 완료해 고객사들에 배포됐다. 이들은 주로 데이터베이스센터 등에 제품을 공급한다.
인텔은 중국 다롄에 위치한 3D낸드 생산공장이 향후 3D X포인트의 생산도 가능하도록 설계했다고 밝혀 양산체제도 이미 준비단계에 있음을 알렸다.
마이크론과 소니는 Re램을 이용한 고용량 SSD(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 제품의 상용화에도 나서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낸드플래시 대신 Re램을 사용한 SSD는 가격이 높지만 속도와 수명이 압도적으로 높아 서버와 차세대 기술분야 등에서 수요가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김 연구원은 "삼성전자는 인텔이나 마이크론과 달리 아직 Re램과 X포인트 제품을 상용화할 계획을 세워두지 않고 있다"며 "시장수요가 충분하지 않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세계에서 PC와 스마트폰 등 IT기기의 수요가 둔화하며 메모리반도체의 업황은 점차 악화하고 있다. 하지만 빅데이터와 가상현실, 인공지능 등 많은 정보량을 처리하는 새 산업분야가 발달하며 차세대 고성능반도체 시장은 빠른 성장이 예상된다.
삼성전자가 M램과 X포인트 등 차세대 메모리반도체에서 기술력을 확보하고 있다고 하지만 아직 구체적인 양산시기 등 실체가 확인되지 않은 만큼 향후 시장이 예상보다 빠르게 재편된다면 인텔 등 경쟁사의 선점효과로 메모리반도체 시장지배력에 타격을 받을 가능성도 있다.
김 연구원은 "아직 D램과 낸드플래시를 대체할 차세대 메모리반도체는 수요가 확실치 않고 양산성이 떨어진다"며 "하지만 차세대 사업분야의 성장으로 시장이 빠르게 확대될 경우 삼성전자가 빠르게 대응해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