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6G통신을 향해 뛰고 있다.
6G통신이라는 단어는 우리에게 참 멀게 느껴지는 단어다. 최근에 언론에 많이 오르내리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5G통신도 아직 제대로 서비스되지 않는 상황에서 6G통신을 논하기는 이르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 지금 산업을 강타하고 있는 메타버스, 자율주행, 인공지능, 가상현실 등 첨단 정보기술(IT)들이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6G통신이 반드시 필요하다.
과연 왜 삼성전자의 미래, 정보통신기술의 미래에는 6G가 필수일까? 그리고 삼성전자는 6G 통신장비 시장에서는 과연 중국, 더 특정해서 말하면 화웨이라는 강대한 적을 이길 수 있을까?
● 메타버스와 가상현실, 자율주행과 인공지능의 중심에는 6G가 있다, 5G는 '과도기'일 뿐
극단적으로 이야기하자면 5G통신은 6G통신으로 가기 위한 과도기에 불과하다고 말할 수도 있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5G통신 요금제를 사용하고 있지만 그 사람들 가운데 가상현실, 클라우드 게임 등 5G요금제 전용 서비스를 사용하는 사람들의 비율은 많지 않다.
5G통신이 2019년 4월에 상용화가 됐으니 이제 상용화 3년을 향해 가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5G통신으로 실현할 수 있을 줄 알았던 수많은 서비스들은 전혀 대중화되지 못하고 있다는 뜻이다.
이와 관련해 여러 가지 원인 분석이 있다. 킬러콘텐츠가 없다는 것이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히지만, ‘킬러콘텐츠가 없는 이유’에 주목하는 분석도 나온다. 현재 5G통신기술이 미래기술들을 확실하게 뒷받침해주지 못한다는 것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발표한 ‘6G시대를 선도하기 위한 미래 이동통신 R&D 추진전략’ 이라는 보고서는 “5G통신의 전송속도로는 다수가 이용하는 초고속 융합서비스(자율주행, 가상현실) 보편화에 한계가 있다”며 “특히 5G통신의 지연구간은 무선구간에서는 1ms(밀리초) 내외지만 유선구간에서는 여전히 수십ms인데, 6G통신은 유선 지연시간을 5ms 내외로 단축시킬 수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한쪽에서는 3G와 5G를 비교하는 시선도 나온다. 3G가 LTE로 가는 발판이 됐던 것처럼, 5G 역시 6G로 가는 발판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는 것이다.
최남곤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최근 ‘통신서비스 2022 전망’ 이라는 제목의 레포트에서 “왜 통신3사가 28GHz 대역 라이선스 반납 이슈에 직면하면서도 망 구축 의무를 다하지 않는지 생각해 봐야 한다”며 “2007년에 도입된 3G는 이렇다 할 킬러앱 없이 그저 그런 서비스를 제공하다가 생각보다 빠르게 퇴장(2011년) 하는 모습을 보여줬는데 5G의 상황이 마치 데자뷰같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 삼성전자는 중국 화웨이를 이길 수 있을까, 미국이 깔고있는 판에 삼성전자가 올라탄다
그렇다면 과연 삼성전자는 6G통신시장에서 중국이라는 거대한 상대를 넘어설 수 있을까?
이에 대한 해답은 미국이 쥐고 있다. 정확히 말하면 미국을 둘러싼 지정학적 문제들이 바로 이 해답의 열쇠라고 볼 수 있다.
미국과 중국의 분쟁은 이미 통신장비시장에서 표면화됐다. 미국은 5G통신장비시장에서 끊임없이 중국의 화웨이를 견제해왔다.
하지만 화웨이는 탁월한 ‘가성비’를 바탕으로 굳건하게 통신장비시장 점유율 1위 자리를 놓지 않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델오로에 따르면 2021년 상반기 기준 화웨이의 시장 점유율은 2위인 에릭슨의 거의 두 배에 가깝다. 지금으로서는 5G통신장비시장에서 중국이 판정승을 거뒀다고 볼 수 있다.
그럼 미국의 전략은 어떨까? ‘5G통신’이 아니라 ‘6G통신’에 방점을 찍는 다는 점에서 삼성전자와 같지 않을까?
최근 미국통신산업협회(ATIS)는 6G시대에 미국의 통신주도권 확보를 목표로 ‘넥스트G’ 연합이라는 단체를 출범시켰다. 이 단체에는 버라이즌, AT&T 등 미국의 통신사를 포함해 에릭슨과 삼성전자 등 ‘미국의 동맹국’의 통신장비회사도 참여하고 있다.
미국이 미국과 동맹국들을 위주로 6G 밸류체인을 만들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는 셈이다.
삼성전자는 일찍부터 6G통신기술 선점을 위해 달려왔다. 이미 2019년부터 삼성리서치 산하 차세대통신연구센터에서 6G통신 선행연구를 진행해왔고, 올해 7월에는 ‘6G통신 백서’라는 문서를 발간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에서 6G통신 실험을 위한 전파 사용승인 허가를 받았다.
삼성전자는 미국의 눈으로 볼 때도 최적의 파트너 가운데 하나인 셈이다. 중국 기업을 넘어서겠다는 목표도 같고, 또 그걸 해낼 수 있는 준비도 착착 진행해왔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통신장비시장에서 지금까지는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고 있었다.
3G시절에도 삼성전자는 CDMA 장비 등을 생산해 외국에 수출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때는 화웨이, 에릭슨 같은 통신장비시장의 강호들을 뚫어내기 어려웠다. 그래서 삼성전자는 신흥국 시장 위주로 공략하는 방법을 선택했다.
그러다가 5G통신의 시대가 왔다. 삼성전자에게 기회가 온 셈이다. 그리고 실제로 삼성전자는 5G통신장비시장에서는 어느 정도 성과를 거뒀다. LTE에서는 막혀있던 유럽시장을 뚫어내기도 했다.
하지만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델오로에 따르면 2021년 상반기 기준 세계 통신장비시장 점유율 1, 2위인 화웨이와 에릭슨의 점유율은 28.8%, 15%인데 비해 삼성전자의 점유율은 3.2%에 불과하다. 물론 예전과 비교하면 많이 늘어난 수치지만 여전히 좋은 성적이라고 말하기엔 어렵다.
그렇기 때문에 삼성전자는 현재 열려있는 시장인 5G통신장비시장에서도 당연히 끈을 놓지 않고 주력하면서 6G시장에서 이번에야말로 제대로 시장의 주도권을 쥐기 위한 기회를 노리고 있는 셈이다.
● 냉혹한 현실 체감했다는 이재용, 6G통신을 뉴삼성의 새로운 기둥 가운데 하나로 세울까
결국 미국과 중국 분쟁이라는 특수한 상황, 그리고 그리 밝지 않은 5G통신의 미래 등을 살펴보면 삼성전자의 통신사업 승부처는 사실상 6G통신이 될 수밖에 없다고 말할 수 있다. 사실 글로벌 통신시장의 경쟁상항은 이미 6G로 넘어갔다는 시선도 나온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6G시대를 선도하기 위한 미래 이동통신 R&D 추진전략’ 문서는 “이미 해외 주요 나라들 사이에서는 6G 국제표준 선점 경쟁이 이미 시작됐다”며 “5G의 한계를 뛰어넘는 6G 준비를 본격 추진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이재용 부회장은 미국을 방문한 다음 “냉혹한 현실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통신사업의 현실도 예외는 아닐 것으로 보인다. 5G통신 상황뿐 아니라, 삼성전자가 가장 앞서서 뛰고 있긴 하지만 우리나라의 6G통신기술 개발상황은 미국, 중국과 비교해 늦은편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과연
이재용 부회장은 삼성전자의 앞에 펼쳐진 ‘냉혹한 현실’ 앞에서 통신장비사업을 ‘뉴삼성’의 새로운 기둥 가운데 하나로 우뚝 세울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채널Who 윤휘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