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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성준 방송통신위원장 |
최성준 방송통신위원장이 새로운 휴대폰 보조금 가이드라인을 만들기 위한 토론회를 연다. 여론을 수렴해 적정한 보조금 기준을 마련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이해관계자마다 입장 차이가 커 합의점을 찾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방송통신위원회는 24일 이동통신 단말기 보조금 가이드라인에 대한 공개 토론회를 연다고 18일 밝혔다. 이번 토론회에 업계와 학계, 소비자단체 등이 참석한다. 공개 토론회인 만큼 일반시민들도 참여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방통위는 이번 토론회에서 단말기 보조금 상한선을 논의하기로 했다. 방통위는 지난 13일 이와 관련한 사전 토론을 했지만 성과가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방통위의 한 관계자는 “보조금 가이드라인에 대한 설명과 함께 참석자들의 의견을 듣는 방식으로 토론회가 진행될 것”이라며 “아직 토론에서 다룰 구체적 내용이나 방식은 정해지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방통위가 보조금 가이드라인 수정에 나서는 까닭은 현행 27만 원인 상한선이 현실성이 부족하다는 비판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방통위가 27만 원이란 상한선을 만든 때는 2010년이다. 아직 스마트폰 보급 이전이어서 현재 평균 70~80만 원인 단말기 출고가를 반영하지 못했다.
법적 근거가 없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방통위는 법정 상한선을 따로 법으로 명시하지 않았다. 다만 이용자 차별을 금지하는 ‘전기통신사업법 시행령’ 제42조를 원용하고 있을 뿐이다.
최성준 방송통신위원장은 취임 전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이 통과되면 법안에 따라 보조금 상한선을 다시 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국회를 통과한 단통법은 오는 10월부터 시행된다. 이에 따라 최 위원장은 단통법 하위 규정으로 보조금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고시해야 한다.
◆ 이해 관계자마다 팽팽한 입장차
소비자들은 현행 보조금 기준이 실효성이 떨어지는 만큼 당연히 높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찬진 드림위즈 대표는 “보조금 상한선을 지금보다 대폭 높이면 보조금 대란과 소비자 피해 모두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보조금 한도를 50만 원 정도로 현실화 하는 것이 답”이라며 “고객의 경우 최대 50만원 수준의 스마트폰을 공짜로 얻게 되고 통신사들은 굳이 규정을 어기며 엄청난 보조금을 쓰지 않아도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대표는 미국에서 출고가가 70만 원대인 단말기가 약 20만 원대에 팔리는 것을 50만원 상한선의 근거로 제시했다.
이 대표는 “다만 번호이동 제도를 악용해 단말기를 되팔아 이익을 남기는 폰테크족을 막고 통신사의 부담을 고려해 약정 요금할인을 없애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통신사들은 현행을 유지하거나 오히려 낮춰야 한다고 주장한다. 국내 이동통신사의 한 관계자는 “과거 통신사들이 대부분 조 단위의 이익을 냈지만 지금은 시장이 포화상태에 빠져 이익이 크게 줄어든 상태”라며 “보조금 상한선을 내리는 게 맞다”고 말했다.
통신사들이 보조금 상한선을 올리는 것을 반대하는 까닭은 단통법 시행과 관련이 있다. 단통법이 시행되면 각 통신사들은 매장에 보조금 규모를 공개해야 한다. 지금까지 고객별로 보조금을 다르게 줄 수 있었지만 단통법 시행 이후 모든 고객에게 동일한 보조금을 지급해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보조금 상한선이 올라가면 통신사들의 비용 부담이 더 커지는 것이다. 고객을 유인하려면 결국 상한선 전액을 보조금으로 줄 수밖에 없다는 게 통신사들의 주장이다.
제조사들의 입장도 엇갈린다. 국내 1위 삼성전자는 35만 원 선이 적절한 상한선이라고 보고 있다. 팬택도 현행 27만 원보다 높은 40만 원을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팬택은 시장 지배력이 낮아 다른 업체보다 높은 수준의 상한선을 적용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LG전자는 27만 원 상한선을 동결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휴대폰 유통협회는 이찬진 대표와 같은 50만 원을 제시했고 알뜰폰협회는 통신사 의견처럼 상한선을 내려야 한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 진퇴양난 방통위, 묘수가 필요한 시점
방통위는 적정 보조금에 대한 이해 관계자들의 입장 차가 팽팽한 만큼 단통법 시행 전까지 최대한 여론을 수렴하기로 했다. 소비자 편에 서자니 통신사들의 반발이 예상되고 27만 원이란 상한선이 현실성 없다는 것을 스스로 인정하는 꼴이 된다. 그렇다고 통신사들의 입장을 들어주게 되면 소비자 권익을 무시했다는 비판을 받게 된다.
다만 내부적으로 상한선을 30만 원 선으로 높여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불법 보조금 지급 업체를 줄이려면 소비자단체의 주장처럼 보조금을 현실화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방통위가 불법 보조금 추가제재를 위한 시장조사에 들어갔음에도 불구하고 지난 10일 120만 원에 달하는 보조금이 지급됐다.
방통위의 다른 관계자는 “보조금 상한액을 올려야 한다는 주장과 동결해야 한다는 주장 모두 합리적 이유가 있다”며 “소비자 이익을 최우선에 놓고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방통위는 보조금 상한선을 고정하지 않고 요금제와 휴대폰 출고가에 따라 차등적용하는 방안도 대안으로 검토하고 있다. 통신비가 비쌀수록 더 많은 보조금을 주겠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상한선을 분기별로 고시해 보다 유연하게 시장변화에 대처하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방통위의 보조금 규제가 소용이 없다는 주장은 계속 제기되고 있다. 보조금 상한선을 높여도 법정 보조금을 가뿐히 넘는 대란을 막을 수 없다는 것이다. 방통위 내부에서도 불법 보조금 근절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다.
소비자단체인 컨슈머워치의 김진국 대표는 “보조금을 규제하는 정책은 목소리가 큰 소수 이해관계자나 공급자를 대변하는 것”이라며 “이는 소비자 권익을 무시하는 정책이므로 적극적으로 고쳐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