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 대우건설 대표이사 사장이 리비아를 중심으로 해외수주 확대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대우건설은 주력시장 가운데 하나였던 리비아 수주시장이 다시 열릴 것으로 보고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는데 중흥그룹에서도 대우건설 인수를 계기로 해외사업을 적극적으로 키우겠다는 방침을 세운 만큼
김형 사장이 해외수주에 더욱 힘을 낼 것으로 예상된다.
5일 대우건설과 해외건설업 관계자의 말을 종합하면 리비아 정부는 12월 총선과 대선을 준비하며 발전, 도로, 보건 등 기본 인프라 사업부터 정유사업까지 내전으로 파괴된 시설의 재건투자를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리비아는 국제유가가 배럴당 80 달러를 웃돌고 있는 상황에서 원유 생산량도 증가해 전후복구에 투자할 여력을 갖춰 나가고 있다.
리비아의 원유 생산량은 2021년 하반기에 들어와 하루 120만 배럴 안팎을 보이고 있는데 이는 2014년 무아마르 카다피 독재정권이 무너진 뒤 안전문제로 국내건설사들이 철수했을 당시 하루 22만 배럴 수준보다 6배 가까이 늘어난 셈이다.
김형 사장은 1일 리비아 수도 트리폴리에 위치한 리비아 국영석유공사(NOC) 본사로 대표단을 보내 협력방안을 논의하도록 했다.
최일영 대우건설 중동지사장 상무와 무스타파 사닐라 국영석유공사 회장은 협력회의를 열고 리비아에서 추진하는 육상·해상 가스전과 정유 플랜트사업 관련 이야기를 나눈 것으로 전해진다.
리비아는 대우건설의 주요 시장 가운데 하나였다.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대우건설이 1977년부터 2021년 4월까지 리비아에서 따낸 사업은 162건으로 금액으로는 114억3982만 달러(12조8천억 원)다. 주요 건설사 가운데 가장 많은 건수와 금액이다.
김형 사장은 리비아의 내전이 일단락되고 3월 임시통합정부가 출범하는 등 정치상황이 안정되면서 멈췄던 공사현장을 재개하기 위해 움직였고 더 나아가 새로운 수주를 따내려고 힘을 쏟고 있다.
대우건설은 1월24일 리비아 전력청(GECOL)과 만나 즈위티나 발전소의 공사재개와 관련한 논의를 진행했다. 압둘-하미드 모함메드 드베이바 신임총리가 2월부터 새로운 통합정부 구성에 착수한 점을 고려하면 매우 빠르게 움직였던 셈이다.
즈위티나 발전소사업은 공사비 4억3300만 달러(4800억 원)로 500메가와트(MW)급 가스터빈발전소에 폐열회수 열교환기 등을 설치하는 것이다. 2014년에 공사를 72% 정도 진행했지만 내전으로 중도에 철수해야만 했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즈위티나 발전소 공사가 아직 재개되지는 못했다”며 “리비아의 정치상황이 안정화 됨에 따라 공사재개에 관한 기대감이 크다”고 말했다.
중흥그룹도 대우건설의 해외사업 확대를 적극 지원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왔다.
대우건설은 과거 매각이 무산됐을 때 해외사업 부실이 문제로 지적됐는데 현재 인수 과정이 마무리 단계에 있는 만큼 이제는 적극적으로 해외사업을 펼칠 수 있는 시점이 다가온 것으로 풀이된다.
대우건설은 10월28일 열린 실적 발표회를 통해 “나이지리아와 이라크, 리비아 등 거점국가를 중심으로 수주를 이어가겠다”며 “액화천연가스(LNG) 플랜트 및 원전 등 전략공사 위주로 글로벌사업을 확장하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정부도 건설사들이 리비아에서 수주를 할 수 있도록 지원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여승배 외교부 차관보는 10월31일부터 11월2일까지 리비아를 방문해 라마단 아흐마드 아부 잔나 부총리를 비롯해 임시통합정부 외교부의 정무차관, 국제협력차관, 내무차관, 전력청장 등과 면담을 나눴다.
여 차관보는 한국기업들이 리비아 발전소 건설사업에 참여할 수 있도록 적극적 협조를 요청했고 이에 리비아측은 한국 기업이 리비아에서 활동을 재개하는 것을 적극 환영한다며 안전보장을 위해 최대한 협력하겠다고 화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우건설은 2021년 3분기에 시장 기대치를 밑도는 실적을 냈다. 이는 해외현장에서 코로나19 영향 등에 따른 공기지연 및 자재가격 상승 등이 반영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분위기는 4분기부터 반전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대우건설의 나이지리아 액화쳔연가스 현장과 이라크 알포(Al Faw)항만 준설 공사 등 고수익성 현장들의 수익이 본격적으로 반영될 것으로 예상됐다.
김현욱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원유와 가스 가격 상승으로 2022년부터 거점국가 발주환경이 개선돼 대우건설의 해외사업 성장이 기대된다”며 “체코와 폴란드에서 한국수력원자력을 중심으로 원전 입찰을 추진하고 있는 점도 긍정적이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류수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