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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 겸 KB국민은행장. <뉴시스> |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이 강력한 리더십을 구축했다.
윤 회장은 현대증권 인수가격으로 1조 원이 넘는 금액을 과감하게 제시해 KB금융의 인수합병 실패 트라우마를 벗겨냈다.
이는 전임 임영록 회장이나 어윤대 회장이 이사회의 벽에 부딪혀 인수합병에 실패했던 과거와 전혀 다른 모습이다.
윤 회장은 임영록 전 회장과 이건호 전 국민은행장의 갈등으로 리더십이 붕괴된 KB금융에서 회장과 은행장을 동시에 맡은 지 1년 만에 어느 금융지주 회장 못지 않은 강한 리더십을 세우는 데 성공했다.
이로써 윤 회장은 연임가도에 불을 밝혔다.
◆ 이사회 사실상 장악
윤 회장은 1일 기자들과 만나 “현대증권 인수가격을 결정하는 데 KB금융 사외이사들이 전폭적으로 지지해줬다”며 “이사회가 가격결정에 관해 내게 전권을 사실상 줬다”고 밝혔다.
윤 회장은 현대증권 인수가격을 직접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증권 인수가격은 1조 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는 현재 주가보다 3배 가까이 비싸다.
윤 회장은 이번 ‘베팅’의 성공으로 KB금융의 이사회에 대한 장악력을 보여준 것으로 평가된다.
전임 KB금융 회장들은 이사회의 벽에 막혀 인수전에서 번번이 실패했다.
어윤대 전 회장은 2013년 ING생명을 인수하려 했지만 사외이사들과 심각하게 갈등한 끝에 중도에 포기했다. 임영록 전 회장도 우리투자증권(현 NH투자증권) 인수를 추진했지만 이사회에서 인수가격 상한선을 낮게 책정해 NH농협금융지주에 밀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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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영록 전 KB금융지주 회장. |
금융권 관계자는 “KB금융 사외이사들은 인수합병 안건에서 경영진과 충돌했지만 윤 회장은 이사회와 친밀한 관계를 맺고 있다”며 “사외이사들이 최근 전원 연임하면서 윤 회장이 사실상 친정체제를 구축했다는 평가가 나온다”고 말했다.
KB금융은 지난해 지배구조 개편안에서 사외이사 1~2명의 연임을 제한하는 내용을 넣었다. 하지만 올해 사외이사 전원이 연임됐다.
윤 회장은 사외이사 전원 연임을 놓고 논란이 일자 “사외이사의 헌신 덕분에 지배구조가 점차 안정화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고 적극 옹호했다.
◆ 대내외적 리더십 굳혀
윤 회장은 리더십 불안을 극복해야 한다는 과제를 안고 2014년 11월 취임했다.
임영록 전 회장과 이건호 전 국민은행장의 내분으로 격화한 ‘KB사태’로 KB금융의 리더십은 뿌리가 흔들렸다.
윤 회장은 KB사태를 오히려 기회로 잡아 지난해 3월 KB금융의 사외이사 전원을 새로 선임했다. 윤 회장은 새롭게 구성된 KB금융 이사회의 지지를 이끌어내면서 강력한 리더십을 구축했다.
윤 회장이 KB금융 최초의 내부 출신 회장으로서 실적과 재무건전성을 개선해 좋은 평가를 받고 있는 점도 이사회의 지지를 확보하는 데 한몫했다.
윤 회장은 이를 바탕으로 KB금융의 주요 경영진도 윤 회장 중심으로 개편했다.
윤 회장은 김옥찬 KB금융 사장을 임명해 KB금융 사장직을 부활했다. 겸직하고 있는 은행장을 내놓을 것을 금융당국으로부터 요구받았으나 이를 물리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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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옥찬 KB금융지주 사장. |
윤 회장은 KB금융 사장을 결정할 때도 임영록 전 회장과 이건호 전 은행장의 주도권 싸움을 감안해 권력의지가 상대적으로 약한 인물을 선택하기 위해 고심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윤 회장은 또 측근으로 꼽히는 양종희 KB금융 부사장을 KB손해보험 사장에 배치하고 윤웅원 KB국민카드 사장도 KB금융으로 복귀하도록 해 KB금융 계열사까지 친정체제를 강화했다.
윤 회장은 금융당국과 관계에서 ‘불가원 불가근’ 원칙을 지키며 외풍이 KB금융의 리더십에 영향을 끼치는 것을 막는 데 주력하고 있다.
국민은행 상임감사를 장기간 공석으로 남겨놓고 있는 것도 이를 잘 보여준다. 상임감사는 금융감독원 출신이 주로 임명된 자리였다.
◆ 윤종규, 연임하나
윤 회장은 KB금융 회장 가운데 최초로 연임할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역대 KB금융 회장(직무대행 포함) 4명 가운데 황영기 전 회장, 강정원 전 회장 직무대행, 임영록 전 회장이 중징계를 받아 임기만료 전에 퇴임했다. 어윤대 전 회장은 퇴임한 뒤 징계를 받았다.
KB금융 이사회는 올해 상반기 현직 회장에게 연임우선권을 주는 방안을 논의하기로 했다. 현직 회장이 연임에 동의하고 좋은 경영성과를 냈을 경우 차기회장 선임의 우선권을 주겠다는 것이다.
사실상 윤 회장의 연임을 보장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이고 윤 회장의 리더십이 인정받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것이다.
물론 관건은 현대증권 인수 이후 윤 회장이 밝힌대로 은행과 증권을 포괄하는 ‘뱅크오브아메리카-메릴린치’ 같이 성장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느냐다.
특히 KB금융이 현대증권을 인수하면서 실적에 대한 기대가 높아진 만큼 그 기대에 걸맞은 성과를 내야 한다는 점도 윤 회장에게 부담이다.
윤 회장은 “현대증권 인수에 관련된 모든 책임은 내게 있다”고 밝혔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