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연 전 경제부총리가 창당한 '새로운물결'은 이번 대통령선거에서 어느 만큼의 파괴력을 보여줄까?
이번 대선이 '51대 49 싸움'이 될 것으로 보여 영향이 없지는 않을 것이다. 문제는 '대선 너머'에 독자생존의 공간이 협소하다는 점이다.
▲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가 24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누리꿈 스퀘어 국제회의실에서 열린 ‘새로운물결(가칭)’ 창당 발기인 대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25일 정치권 안팎에서는 김 전 부총리가 제 3지대에 새로운 물결을 일으키겠다며 새로운물결을 창당함에 따라 이번 대선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모이고 있다.
이번 대선을 완주한다면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후보 양쪽 표를 빼앗아 올 것인데 어느 쪽을 더 많이 들고올지 계산이 엇갈린다.
김 전 부총리는 일단 대선 완주 의지를 여러 차례 밝히고 있다.
그는 이날에도 오전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대선을 완주할 것이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그렇다. 제 소신껏 뚜벅뚜벅 갈 생각이다"고 답했다.
김 전 부총리는 '송영길 민주당 대표와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러브콜을 보내지 않겠느냐'는 물음에 "그런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겠지만 양당이 지금 자기 코가 석자가 아닐까"라며 "혹시 제 뜻에 맞아서 저희 쪽으로 오겠다면 저희가 받겠다"고 응답했다.
실제 24일 열린 새로운물결 창당식에는 송 대표와 이 대표,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등이 참석해 창당을 축하했다. 여야가 똑같이 그를 경쟁상대가 아니라 연대의 대상으로 러브콜을 보내고 있는 셈이다.
김 전 부총리가 줄곧 거대 양당체제를 깨야 한다고 외친 데다가 이제 실제 창당에 나섬에 따라 당분간 독자노선을 걸을 것으로 예상된다.
창당준비위원회 위원도 기성 정치인은 배제하고 교수, 환경운동가 등으로 꾸려 새로운 정치 패러다임을 내세우고 있다.
하지만 '선거는 현실'이라는 측면에서 그의 앞길에는 가시밭길이 놓여있다는 시선이 많다.
이제 막 걸음마를 뗀 정당에는 선거실무를 볼 사람도, 각 분야 정책과 공약을 가다듬을 전문가집단도 거의 없다. 국민의힘에서 대선후보에 도전했던 최재형 전 감사원장을 떠올리는 사람도 있다. 한마디로 아마추어라는 것이다.
여기에 '대선 너머'가 불확실하다는 점에 또 다른 한계로 지적된다.
김 전 부총리가 대통령에 당선될 것이라 믿는 사람은 별로 없다. 대신 이번 대선에 일정한 영향을 미치고 그 과정에서 쌓아올린 정치적 성과를 바탕으로 제3지대에서 독자세력을 구축하는 것을 현실적 목표로 삼을 만하다.
그런데 향후 정치일정이 독자생존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
독자세력이 되기 위해선 국회의원 선거를 통해 국회 내 의석을 차지해야 한다. 몇 석이라도 들고 있어야 현실 정치권에서 발언권을 가진다. 안철수 대표의 국민의힘도 3석(비례대표)을 들고 있다.
이런 차원에서 볼 때 내년 3월 대선 이후 국회의원 선거가 없다는 점이 결정적이다. 다음 총선은 한참 뒤인 2024년 4월에 공간이 열린다. 기껏 내년 6월 지방선거가 있을 뿐이다. 김 전 부총리가 서울시장후보로 출마하는 정도가 그려볼 만한 정치 경로다.
이런 상황을 고려해 김 전 부총리가 이번 대선에서 캐스팅보트를 쥐려 할 것이라는 관측이 정치권 일각에서 벌써부터 나온다.
일정한 지지세를 구축해 민주당 또는 국민의힘 후보와 손을 잡음으로써 '새로운 정치'라는 자신의 뜻을 현실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김 전 부총리가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나 심상정 정의당 대선 후보와 연대할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인다. 제3지대 후보단일화라 주장할 수 있지만 정치적 목표와 노선이 너무 다르기 때문이다.
다만 김 전 부총리는 안철수 대표나 심상정 대선 후보와 뜻이 맞으면 함께 할 의향이 있다고 가능성을 열어놨다.
그는 이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함께 뜻이) 맞으면 충분히 서로 간에 손잡고. 협력할 수 있는 여지가 있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을 종합해 결국 김 전 부총리는 여전히 민주당과 국민의힘 쪽에 매혹적인 연대의 대상이다.
김 전 부총리의 지지율은 각종 여론조사에서 아직 미미한 수준에 머물고 있다. 하지만 창당에도 나섬에 따라 지지율에 탄력을 받을 가능성이 없지 않다. 우리나라에는 기존 양당체제, 민주당과 국민의힘 모두에 반대하는 유권자층이 일정하게 존재한다. 규모가 크지 않더라도 전체 대선 결과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여야 지도부는 벌써부터 '김 전 부총리 모셔오기'에 시동을 걸고 있다. 민주당과 국민의힘의 대회전에서 김 전 부총리 쪽에서 또 하나의 작은 전투가 벌어지고 있는 셈이다.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전날 새로운물결 창당식에 참석해 "김 전 부총리의 새로운물결은 대한민국 정치를 자극하면서 새로운 아젠다를 만드는데 큰 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송 대표는 김 전 부총리의 정치선언 전에 수차례 전화를 걸어 민주당 경선을 함께 뛰자고 권유했다고 알려졌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역시 같은 자리에서 "행사에 오면서 '저희 편인가 아닌가' 궁금함 속에서 왔는데 김 전 부총리가 말하는 내용을 들으면서 '우리 편이구나' 확신했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국민의힘과 새로운물결은 같은 방향을 향하는 같은 뜻을 지닌 동지"라며 "우리 당 대선 후보가 선출되는 11월5일 이후 하나의 물줄기로 합쳐져 같은 방향으로 나갈 것이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서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