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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롯데백화점이 지난해 12월 에비뉴엘 본점에서 스위스 명품시계 브랜드 '보메 메르시에'의 전세계 단 30개만 있는 '미닛 리피터 포켓 워치'의 첫번째 작품인 1번 제품을 공개했다.보메 메르시에 창립 185주년 기념 제품인 '미닛 리피터 포켓 워치'는 가격이 6천5백만원이며, 18K 레드 골드 케이스와 버튼, 양가죽 스트랩이 장착됐다.롯데백화점 에비뉴엘 보메 메르시에 매장에서 모델이 제품을 선보이고 있는 모습. <뉴시스> |
명품시계가 불황 속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명품시계의 원조’ 스위스의 전 세계를 대상으로 한 시계 수출은 줄었지만 한국으로 수출은 늘었다.
명품시계를 찾는 사람들이 늘면서 한국의 시계산업은 고사 위기에 내몰렸다.
◆ 한국, 아시아에서 명품시장으로 부상
2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최근 명품시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국내 명품시계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다. 글로벌 경기침체로 전 세계 시장이 위축되고 있는 것과 달리 한국에서 명품시계가 잘 팔린다.
스위스시계산업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스위스의 시계 수출액은 218억 스위스프랑(약 26조원)으로 2014년보다 3.3% 줄었다. 최대 시장인 홍콩에서 23% 감소하는 등 미국 중국 등 3대 시장 모두에서 1~5% 감소세를 보였다.
하지만 한국으로 수출하는 스위스 시계는 204년 18.8%, 지난해 0.2% 늘어나는 등 2년 연속 성장했다.
롯데백화점 현대백화점 신세계백화점 등 국내 백화점의 명품시계 매출은 지난해 20~30% 늘어난 데 이어 올해 1~2월에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0~40% 늘었다.
한국이 신흥시장으로 떠오르면서 한국에 신설매장을 내는 업체들도 늘었다.
파네라이는 3월 1일 글로벌 직영 1호점을 서울 삼성동(현대백화점)에 열었는데 이 회사 사장이 이례적으로 직접 매장을 찾아 기념식을 열었다.
브레게는 2010년 이후 매장을 열지 않다가 2월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에 매장을 신설했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원래 명품시계업체들이 생각했던 주요시장은 유럽과 미국 중국 등이었는데 최근 중국이 경기침체와 부정부패 척결 정책 때문에 소비가 줄고 있다”며 “대신 아시아에서 한국이 중요한 명품 시장으로 부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명품시계시장이 뜨는 것은 부유층뿐 아니라 20~30대 젊은층과 중산층의 구입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신세계백화점 관계자는 “최근 20~30대는 작은 것은 아끼더라도 지불할 가치가 있는 것은 과감하게 구매하는 경향이 강하다”고 말했다.
명품시계는 가방이나 의류와 달리 환금성이 좋아 더 인기가 있다는 분석도 있다.
명품 마케팅 전문회사인 컴플리트케이의 김지영 이사는 “시계나 보석은 시간이 지나면 값이 더 오르는 경우도 있고 언제든 되팔 수 있어 불황에 특히 인기가 높다”고 말했다.
◆ 고사 위기 내몰린 한국 시계산업
명품시계가 인기를 끌면서 전통의 한국 시계산업은 고사 위기에 내몰렸다.
한국시계산업협동조합에 따르면 국내 시계시장 규모는 2조3350억원(2014년 기준)인데 이 가운데 외국산이 전체의 95%인 2조2200억원을 차지하고 국산은 1350억원(5%)에 그치고 있다.
국내 시계 판매액은 2005년 6천억원을 넘기며 외국산을 앞서기도 했는데 10년 새 ‘반의 반토막’으로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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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기문 로만손 회장. |
한국산 시계의 입지가 흔들리면서 ‘간판 주자’ 로만손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로만손은 인지도 높은 자체 브랜드를 보유한 국내 유일의 시계업체지만 지난해 매출에서 시계가 차지하는 비중은 14.8%로 쪼그라들었다. 대신 주얼리(49.7%)와 핸드백(35.5%)이 주력사업으로 자리잡았다.
이 회사는 최근 강도 높은 구조조정으로 시계사업부 인력을 크게 줄였고 매년 참가해온 세계 최대 시계박람회 ‘바젤 월드’에 올해는 아예 부스조차 차리지 않았다.
업계에서는 로만손이 시계사업에서 발을 빼려는 수순이라고 파악한다.
한국의 시계산업은 30년 전만 해도 스위스, 일본 등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하지만 세계 시계 시장이 스위스산 명품과 중국산 저가품 중심으로 빠르게 재편되면서 브랜드 파워와 가격 경쟁력에서 밀린 한국산 시계의 입지는 갈수록 좁아지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재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