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의 새로운 보급형 스마트폰 '아이폰SE'가 중국 예약판매에서 삼성전자와 샤오미의 경쟁작에 크게 뒤지는 등 초기 부진을 보이고 있다.
아이폰SE가 중국 현지업체들과 맞붙을 만한 가격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하고 작은 화면 스마트폰의 수요가 높지 않은 점이 원인으로 분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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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팀 쿡 애플 CEO. |
미국 CNBC는 29일 "아이폰 신제품이 중국에서 초반 흥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장기적 판매전망도 밝지 않아 우려된다"고 보도했다.
아이폰SE는 중국 온라인쇼핑몰인 JD닷컴과 수닝, 궈메이 등에서 예약판매를 시작한 뒤 닷새 동안 340만 대 정도의 사전주문량을 기록하고 있다.
이 쇼핑몰에서 3월11일부터 진행된 삼성전자 갤럭시S7 시리즈의 예약판매량이 6일 동안 1천만 대 가까운 판매량을 올린 것에 비해 부진한 성적이다.
중국이 지난해부터 애플 아이폰의 최대 시장으로 떠오를 정도로 아이폰의 인기가 높고 아이폰SE가 중저가로 출시된 점을 감안하면 이런 판매량은 기대치를 더욱 밑도는 수준이다.
중국의 한 휴대폰 유통업자는 CNBC와 인터뷰에서 "아이폰SE는 이전작과 변화가 없어 수요가 많지 않다"며 "초기 판매량이 부진해 벌써 가격을 20달러 정도 낮춰 판매할 정도"라고 밝혔다.
아이폰SE는 중국 현지업체인 샤오미의 '미5'와 판매시기가 겹쳐 고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샤오미의 프리미엄 신제품 미5는 예약판매를 시작한 지 일주일만에 1400만 대의 예약판매량을 기록하며 흥행하고 있다.
아이폰SE는 이전작인 아이폰5 시리즈와 같은 디자인과 4인치 화면을 적용한 보급형 제품으로 출시돼 중국에서 약 59만 원의 가격에 판매된다.
하지만 샤오미의 미5는 최상급 성능 부품을 탑재했으면서도 36만 원 정도부터 판매되고 있어 중저가 제품 수요를 노린 아이폰SE가 가격경쟁력을 갖추기 어렵다.
삼성전자 갤럭시S7의 경우 중국에서 87만 원, 갤럭시S7엣지는 89만 원의 고가에 판매된다. 하지만 5인치 이상의 대화면과 방수기능 등을 갖추고 있어 아이폰SE에 비해 인기를 끄는 것으로 분석된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중국 소비자들은 스마트폰으로 동영상을 보는 것을 선호해 큰 화면 제품의 수요가 높다"며 "4인치 화면의 아이폰SE가 중국에서 인기를 끌 가능성은 적다"고 예상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중저가 스마트폰을 찾는 중국 소비자들은 현지업체의 제품들로 선택지가 많아 아이폰SE를 구매할 이유를 크게 느끼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도 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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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 JD닷컴에서 진행되는 아이폰SE 예약판매. |
아이폰SE가 초반 예약판매에서 기대 이하의 성적을 거두며 이런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는 것이다.
팀 쿡 애플 CEO는 중국에서 애플 아이폰 사용자들의 진입장벽을 낮추기 위해 기존 제품보다 가격을 내린 아이폰SE를 내놓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메이주와 화웨이 등 중국업체들이 잇따라 프리미엄급 성능에 가격경쟁력을 확보한 신제품 출시를 앞두고 있어 아이폰SE의 흥행 전망이 더 어두워질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전자전문매체 앱어드바이스는 "중국에서 아이폰SE는 미국보다도 100달러 비싸게 판매되고 있어 가격경쟁력을 확보하기 어렵다"며 "현지 유통업체들도 우려를 표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