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마이크론이 D램과 낸드플래시 등 메모리반도체 최신 공정기술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큰 격차로 앞서고 있다며 경쟁에 자신을 보였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메모리반도체업황 악화에 맞서 수익성과 시장 점유율을 지켜내기 위해 반도체 미세공정기술 개발 및 전환투자에 속도를 내야 할 필요성이 커졌다.
▲ 김기남 삼성전자 DS부문 대표이사 부회장(왼쪽)과 이석희 SK하이닉스 각자대표이사 사장. |
대만 디지타임스는 5일 “삼성전자가 세계 메모리반도체시장에서 압도적 시장 지배력을 확보하고 있지만 경쟁사의 끊없는 도전에 직면하고 있어 여유를 찾기 어려운 상태”라고 보도했다,
D램과 낸드플래시 등 메모리반도체의 성능 및 생산효율을 높일 수 있는 공정기술력에서 마이크론을 비롯한 경쟁사의 공세가 거세지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마이크론이 2021회계연도 4분기(7월~9월)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을 통해 한국 경쟁사들을 기술력으로 압도하겠다는 계획을 밝히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자극하고 있다.
마이크론의 회계연도 4분기 실적 발표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3분기 실적에 반영되는 D램과 낸드플래시업황을 반영하고 있는 만큼 사실상 한국 반도체기업 실적을 예고하는 역할을 한다.
마이크론에서 발표한 이 기간 매출은 82억7천만 달러로 지난 회계연도 4분기와 비교해 약 36% 늘어나며 증권사 평균 전망치를 웃도는 우수한 실적을 냈다.
다만 자체적으로 발표한 다음 회계연도 1분기 매출 전망치는 블룸버그에서 집계한 증권사 평균 예상치를 약 11% 밑도는 수준으로 나타났다.
마이크론은 PC 제조사 등 IT기업의 생산차질 문제로 연말까지 반도체업황 악화가 불가피하다며 당분간 메모리반도체 공급과잉과 가격 하락추세가 지속할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았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실적에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메모리반도체의 업황 변화 영향을 공유하는 만큼 3분기까지 좋은 실적을 낸 뒤 연말에 실적이 악화하는 흐름을 보일 가능성이 커졌다.
마이크론의 이번 실적발표 내용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더 경계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D램 미세공정과 낸드플래시 3D낸드 공정기술에서 마이크론이 선두를 자신했기 때문이다.
산제이 메로트라 마이크론 CEO는 콘퍼런스콜에서 “기존 공정보다 성능이 20%~30% 개선된 10나노급 4세대(1α) D램과 176단 3D낸드에서 경쟁사보다 몇 분기는 더 앞서고 있다”고 말했다.
메로트라 CEO는 구체적으로 올해 말까지 1α급 D램과 176단 3D낸드 공정 비중이 전체 메모리반도체 생산량에서 대부분을 차지해 장기간 기술우위를 차지하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실상 메모리반도체 최대 경쟁사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제치고 메모리반도체시장에서 마이크론의 기술 우위를 지속할 수 있을 것이라는 자신감을 나타낸 셈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이미 176단 3D낸드 양산을 시작했고 하반기부터 1α급 D램 공정 도입을 본격화하면서 마이크론과 같은 공정기술을 두고 속도전을 벌이고 있다.
그러나 마이크론이 새 공정기술 안정화와 고객사 확보 등에 확실한 우위를 갖추고 있다는 주장을 내놓은 만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강력한 자극을 받을 수밖에 없다.
코로나19 사태 장기화에 따른 PC 등 IT기기 생산차질이 세계적으로 지속되면서 당분간 메모리반도체 수요가 줄어 재고가 누적되고 업황은 악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메모리반도체 재고 증가는 결국 가격 경쟁으로 이어져 반도체기업 수익성 악화를 낳을 수 있지만 최신 공정기술을 활용한 D램과 낸드플래시는 상대적으로 이런 영향에서 자유롭다.
앞선 성능을 갖춰 제품 경쟁력 측면에서 차별화할 수 있는데다 공정 미세화에 따라 반도체 생산에 드는 원가도 줄어드는 만큼 반도체기업들의 수익성 저하를 방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마이크론이 반도체공정 기술 우위를 자신하더라도 실제 생산공정 안정화와 충분한 수율 확보, 미세공정 비중 확대 등 측면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실제로 앞서는 일은 장담하기 어렵다.
올해 상반기 마이크론에서 메모리반도체 시설 투자에 들인 금액이 60억~70억 달러 수준인데 아직까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투자규모에는 미치지 못한다는 시선이 많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마이크론보다 더 적극적으로 투자를 벌이는 것은 최신 공정 중심의 반도체 생산라인 전환에 속도를 붙이고 있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1α급 공정을 적용한 D램 양산 등은 계획에 맞춰 진행되고 있다”며 “순차적으로 투자 등이 이뤄지고 있는 단계”라고 말했다.
다만 마이크론도 미국 정부 지원을 받아 생산설비 투자를 대폭 확대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마이크론의 움직임을 면밀하게 지켜봐야 만 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반도체 공정 개발현황 및 투자계획은 10월 말 열리는 3분기 실적발표 및 콘퍼런스콜을 통해 구체적으로 전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