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은 2017년 정의선 회장시대가 열린 이후 현재까지 수십 건의 지분투자와 협력 등을 통해 자율주행역량을 강화해 왔다. 2019년에는 미국 자율주행 기업인 앱티브와 합작해 모셔널이라는 회사를 세우기도 했다.
모셔널은 라스베이거스에서 로보택시 시험서비스를 10만 회 이상 진행하고 241만km의 사전 시험주행 등을 통해 자율주행 4단계 역량을 인정받고 있다.
하지만 현대차그룹의 속도가 여전히 더디다는 목소리도 증권가에서 나온다.
김준성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자율주행의 뇌라 할 수 있는 에지컴퓨터 없이는 인공지능모델 개발을 위한 데이터 확보가 불가능하다”며 “현대차그룹의 에지커퓨터는 엔비디아와 협업을 통해 2023년 이후 장착될 예정인데 이전까지는 자율주행 개발을 위한 데이터 축적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고 내다봤다.
그는 “현대차그룹은 2023년 로보택시를 출시하기로 했는데 이는 완성차기업과 비교 관점에서 느린 전개는 아니지만 완성차기업과 협업해 로보택시 개발을 이어가고 있는 빅테크와 비교 관점에서는 빠르다고 할 수 없다”고도 진단했다.
실제로 구글과 아마존, 알리바바 등 글로벌 선두권 빅테크기업은 이미 2020년 말부터 피닉스와 라스베이거스, 샌프란시스코, 상하이 등 대도시에서 로보택시의 상용화에 들어갔다.
현대차와 기아가 갈수록 빨라지는 모빌리티 흐름에 발맞추려면 더욱 공격적으로 데이터 확보 전략을 전개해야 한다는 뜻이다.
양질의 데이터 확보를 위한 차량 공급과 데이터 공유 플랫폼을 구축하는 것이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다른 완성차기업처럼 빅테크기업과 연합을 더욱 강화하는 것이다.
김 연구원은 “구글과 애플 등 대부분의 (자율주행) 개발 기업들은 시험주행을 위한 차량 확보가 난제”라며 “현대차그룹은 높은 에너지 효율성을 지닌 순수전기차를 공급해 데이터 확보를 위한 오픈 플랫폼을 조성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현대차그룹이 빅테크기업에 경쟁력 있는 전기차를 공급하고 이를 통해 얻는 데이터를 공유받는 방식으로 협업해야 한다는 얘기다. 초기에는 많은 비용이 드는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다양한 주체로부터 많은 데이터를 빠르게 확보할 수 있는 길이기도 하다.
현대차그룹은 여러 완성가기업 가운데 미래 모빌리티시대에 빠르게 대응하고 있는 기업으로 꼽힌다.
독일 자동차분석기관 CAM이 모빌리티기술과 투자성과와 관련해 291개 기준으로 산출한 모빌리티 혁신지수에서 현대차그룹은 58.2점을 받아 4위에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