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원식 남양유업 회장이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 증인으로 출석을 앞두고 전문경영인 중심체제를 강화하는 등 혁신방안을 내놓을까?
홍 회장이 사모펀드인 한앤컴퍼니와 주식매매계약을 깨면서 시장에서 남양유업 이미지와 신뢰도가 바닥까지 떨어졌는데 국정감사 증인으로 채택되면서 경영쇄신방안과 함께 대리점주와 상생방안을 내놓아야 할 필요성이 더욱 커졌다.
28일 윤주경 국민의힘 의원실에 따르면 10월5일 열리는 공정거래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홍 회장을 상대로 오너 리스크로 대리점주와 주주들이 피해를 본 것과 관련해 질의한다는 계획을 세워두고 있다.
윤주경 의원은 남양유업 본사와 경영진의 잘못으로 불매운동이 벌어질 때마다 대리점주와 주주들이 피해를 봤는데도 누구도 책임지지 않아 적절한 보상이 이뤄지지 못한 것으로 보고 있다.
윤주경 의원실 관계자는 “남양유업 대리점주와 주주들은 오너의 잘못으로 불매운동이 일어났을 때도 적절한 보상을 받지 못했다”며 “이럴 때 어떻게 보상을 할 수 있는지 등과 관련해 질의할 것이다”고 말했다.
남양유업은 2013년 대리점 밀어내기 사태, 경쟁사 비방 댓글사건 등 악재가 생길 때마다 불매운동으로 번졌던 탓에 대리점주와 주주들이 적지 않은 피해를 봤다.
홍원식 회장은 그때마다 안일하게 대응하면서 오히려 논란을 키웠다는 말을 듣기도 했다.
홍 회장 본인도 올해 5월 ‘불가리스 사태’와 관련해 대국민 사과를 하며 “논란들이 생겼을 때 회장으로서 더욱 적극적 자세로 나서 사과하고 필요한 조치를 취했어야 했는데 부족했다”고 말했다.
홍 회장은 외부에서 대표이사를 발탁하거나 지배구조를 크게 바꾸는 등 방안을 검토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기존 경영체제를 개선하는 것 말고는 국정감사에서 내놓을 해결책이 없기 때문이다.
남양유업의 지배구조가 홍 회장과 가족을 중심으로 굳건하다는 점은 홍 회장이 여러 논란에도 불구하고 기업을 쇄신하는데 소홀한 모습을 보인 이유로 꼽힌다.
홍 회장은 당초 회사를 매각하고 떠나려 했으나 한앤컴퍼니와 주식매매계약을 깨고 소송전에 들어가면서 당분간 재매각을 추진하는 게 어렵게 됐다.
남양유업은 10월 임시 주주총회를 여는데 이때 안건으로 경영 정상화를 위한 방안 등을 올릴 것으로 파악된다.
남양유업 관계자는 “경영 안정화를 위한 임시 주주총회를 10월 안에 진행할 것이다”며 “주주총회를 소집하기 2주 전에 소집결의를 올리는데 아직 안건이 다 정해지지 않아 공지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식품업계 일각에서는 홍 회장이 국정감사에 출석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지만 이러면 여론이 더욱 나빠질 수 있어 부담이 크다.
홍 회장이 일사천리로 회사 매각을 결정했던 것과는 달리 정작 매각 과정에서는 망설이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 데다 당초 약속과 달리 여전히 가족경영체제가 유지되고 있어 시장에서는 오너일가의 경영쇄신 의지를 놓고 의구심이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홍 회장과 홍 회장의 어머니 지송죽씨, 아들 홍진석 상무가 여전히 사내이사에 이름을 올리고 있고
홍원식 회장의 두 아들은 최근 남양유업 임원으로 복직하거나 승진했다.
남양유업의 2021년 상반기보고서에 따르면 홍 회장의 첫째 아들인 홍진석 상무는 5월26일 전략기획 담당 상무로 복직했고 둘째 아들인 홍범석 상무는 5월26일 외식사업본부장 상무로 승진했다.
특히 홍진석 상무는 4월 회사 차를 개인용도로 사용하는 등 회삿돈을 유용한 의혹을 받아 보직해임됐던 만큼 복직한 것을 두고 곱지 않은 시선이 따라붙는다.
당장 남양유업 주가만 봐도 한앤컴퍼니를 새 주인으로 맞는다는 기대감에 한때 81만 원까지 치솟기도 했는데 주식매매계약이 무산되면서 반토막이 났다. 이날 남양유업 주가는 43만9천 원에 거래를 끝냈다.
홍 회장은 2013년과 2019년에도 국정감사 증인으로 채택됐는데 모두 출석하지 않았다. [비즈니스포스트 차화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