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선 승리는 반가운 일이지만 너무 쉬운 승리는 이른바 컨벤션효과를 얻을 수 없어 본선 경쟁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
▲ 이재명 경기도 지사.
7일 민주당 안팎의 말을 종합하면 이재명 지사는 4일부터 시작된 민주당 지역순회 경선에서 큰 이변 없이 승리할 것으로 보인다.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가 네거티브 자제와 미래 비전 제시로 경선 전략을 수정하고 있지만 의미있는 반등을 이뤄내기엔 시간 등이 부족하다는 얘기가 나온다.
앞서 이 지사는 민주당 경선 첫 격전지인 충청권에서 50%가 넘는 압도적 지지를 받으며 1위를 차지했다.
4일과 5일 각각 대전·충남과 세종·충북에서 현장투표 및 온·오프라인 투표의 개표가 이뤄졌는데 이 지사는 이틀 누적 득표율로 54.72%를 얻었다. 2위에 오른 이 전 대표 득표율(28.19%)의 곱절 수준이다.
충청권은 영남·호남의 지역색이 없고 투표성향도 현실성에 바탕을 두고 있는 곳으로 평가된다. 특히 특정 후보가 대세를 형성하는 곳이 아니며 역대 대선에서 캐스팅보트 역할을 해 온 만큼 이번 투표 결과는 큰 의미를 가진다.
이 전 대표 캠프가 충청권에 한 자릿수 차이를 예상했던 만큼 이 지사의 과반 득표는 '이재명 대세론'으로 곧장 이어졌다.
더불어민주당 원로인 유인태 전 의원은 6일 SBS 주영진의 뉴스브리핑에 출연해 "지금 2위, 3위 후보들한테는 조금 안 된 소리겠지만 이 지사와 차이가 더 벌어지지 않을까 한다"며 "어쩔 수 없이 본선 경쟁력이라는 게 많이 작용했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 지사는 그동안 숱한 논란이 있었지만 이 전 대표 쪽의 집요한 네거티브 공세를 이겨내고 지지율 방어에 성공했다. 특히 국민의힘 대선 주자들 가운데 선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가상대결에서도 제일 좋은 성적을 거두면서 본선 경쟁력을 입증했다.
그러나 이 지사에게 지금 형성되고 있는 대세론이 반갑지만은 않다는 분석이 점차 확산하고 있다. 한마디로 컨벤션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것이다.
민주당은 역대 대선후보 경선에서 흥행에 성공해 톡톡한 재미를 봤다.
문재인 대통령은 2017년 민주당의 대선후보 경선에서 93만6419표로 57%의 득표율을 보였다. 과반을 넘은 대세론이 있었지만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국면에서 치뤄진 선거의 특수성이 있었다. 그래도 안희정 당시 충남도시자사가 21.5%,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이 21.2%를 차지해 2위 싸움이 볼 만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2002년 민주당 경선에서 역대 최고의 경선 드라마를 보여줬다. 애초 이인제 대세론이 자리잡고 있었지만 광주 경선을 거치면서 바람이 일었다. 노무현 당시 대선 후보는 경선 승리 직후 일반 여론조사에서도 압도적인 지지율을 보이기도 했다.
경선 드라마가 없다면 유권자들의 관심을 식을 수밖에 없다. 특히 상대편인 국민의힘 대선 후보 경선이 유권자들의 눈과 귀를 끌어당기고 있는 점은 더욱 부담스럽다.
그동안 국민의힘은 윤 전 총장이 독주하고 있었다. 이대로 가면 국민의힘 쪽도 경선 드라마는 없을 뻔 했다.
그런데 최근 국민의힘은 윤 전 총장과 홍준표 의원의 양강체제를 형성하기 시작했다. 윤 전 총장을 둘러싼 고발청부 의혹이 불거지면서 역전의 전망까지 나온다.
특히 홍준표 국민의힘 의원의 지지율 상승세가 가파르다. 고발청부 의혹의 최대 수혜자라는 평가까지 나온다.
여론조사공정이 이날 발표한 대선주자 가상 양자대결에서 홍 의원이 이 지사를 처음으로 앞서는 결과까지 나왔다. 이 조사에서 이 지사는 37.7%, 홍 의원은 46.4%을 덩어 격차는 오차범위 밖인 8.7%포인트다.
이 조사는 데일리안의 의뢰로 3일부터 4일까지 이틀 동안 전국 만18세 이상 1003명을 대상이며 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3.1%포인트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등에서 확인할 수 있다.
향후 한두 달 동안 국민의힘 안에서는 엎치락뒤치락 새로운 뉴스가 쏟아져 나올 가능성이 높다. 민주당은 10월에, 국민의힘은 11월에 각각 대선 후보가 결정된다.
이 지사 캠프 쪽은 이미 경선 승리를 기정사실로 하고 본선 전략 짜기에 들어갔다는 말이 민주당 주변에서 흘러나온다. 윤 전 총장이 아닌 다른 후보를 상대할 가능성도 커졌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경선 승리의 컨벤션효과를 얻지 못할 경우를 대비해 국민의 관심을 끌어모을 묘수를 찾아야 한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서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