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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대교체] 현대차 MZ세대에 귀 기울여, 정의선 IT기업처럼 더 빠르게

이한재 기자 piekielny@businesspost.co.kr 2021-08-31 10: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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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대교체] 현대차 MZ세대에 귀 기울여, <a href='https://www.businesspost.co.kr/BP?command=article_view&num=338066' class='human_link' style='text-decoration:underline' target='_blank'>정의선</a> IT기업처럼 더 빠르게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배경은 현대모비스 신입사원들이 가상세계 메타버스를 통해 입문교육을 받고 있는 모습(왼쪽 아래)와 가상세계 메타버스 플랫폼에서 시승행사를 진행 중인 쏘나타N라인.
“ICT(정보통신기술)기업보다 더 빨리 변해야 한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은 2018년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가전전시회 ‘CES2018’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렇게 말했다.

정 회장은 자동차의 등장으로 이동수단으로서 말의 역할이 사라진 것을 예로 들며 친환경과 자율주행으로 자동차산업의 패러다임이 바뀌는 상황에 빠르게 대응하지 않으면 생존자체가 어려워질 것이라고 바라봤다.

그로부터 3년 반이 지났다. 

31일 재계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은 정의선 회장을 중심으로 최근 몇 년 사이 기업문화가 빠르게 변한 기업집단으로 꼽힌다.

현대차는 정 회장이 2018년 9월 수석부회장에 올라 경영전면에 나선 뒤 자율복장 도입, 점심시간 유연화, 임직원 직급체계 개편, 임원 수시인사제도 강화, 신입사원 공채제도 폐지, 임직원 소통 위한 타운홀미팅 등을 진행했다.

현대차그룹 기업문화는 여전히 진화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현대차 노조(금속노조 현대차지부)는 정 회장의 수석부회장 취임 이후 올해까지 단 한 번도 파업을 진행하지 않았고 기아 노조(금속노조 기아차지부)는 30일 조인식을 열어 2011년 이후 10년 만에 무파업으로 단체교섭을 마무리했다.

현대차는 6월 서울 종로구 계동 사옥과 용산구 원효로 사옥, 동작구 대방 사옥, 강동구 성내 사옥 등 수도권 7곳에 거점 오피스를 연 데 이어 현재 판교 등으로 확장을 검토하고 있다.

정 회장은 3월 임직원과 진행한 타운홀미팅에서 출퇴근 거리가 먼 직원들의 애로사항을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위성오피스를 만들고 그곳에서 일하는 솔루션을 생각해 볼 수 있다”고 말했는데 이를 곧바로 현실화한 셈이다.

현대모비스는 7월 신입사원 200여 명의 입문교육을 가상세계 메타버스를 활용해 진행하기도 했다. 신입사원들은 가상공간에서 아바타를 통해 소통하며 교육을 받았는데 코로나19 영향도 있지만 자율성과 창의성을 중시하는 기업문화 아래에서 가능했던 시도로 평가됐다.

기업문화 변화는 성과로 나타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최근 3년 반 동안 전통적 자동차제조업에서 벗어나 로봇, 하늘을 나는 도심항공모빌리티(UAM), 수소연료전지시스템, 차량공유 모빌리티서비스 등으로 사업영역을 빠르게 확장하고 있다.

자동차분야 역시 넥쏘, 엑시언트 등을 통해 수소전기차의 기술 리더십을 유지한 채 아이오닉5와 EV6 등 전용 플랫폼 E-GMP를 활용한 전기차를 선제적으로 출시하며 세계 전기차시장에서 경쟁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현대차와 기아는 내연기관차 판매를 놓고도 올해 국내는 물론 미국에서도 사상 최대 점유율을 보이며 전성기를 보내고 있는데 변화한 기업문화 속에서 노사가 합심한 결과로 평가된다.

정 회장은 최근 3년 반 동안 미국 로봇업체 보스턴다이내믹스 인수를 비롯해 미래 모빌리티분야 글로벌 선도업체에 과감하고도 빠른 다수의 투자를 진행했는데 이 역시 창의적 기업문화가 뒷받침됐기에 가능했던 일로 여겨진다.

이런 점에서 최근 들어 현대차그룹 MZ세대가 적극적으로 목소리 내는 점은 앞으로 기업문화 변화에 긍정적 요인이 될 수 있다.

현대차그룹은 MZ세대를 주축으로 하는 사무연구직노조가 생기는 등 재계에서도 MZ세대가 목소리를 적극적으로 내는 곳으로 꼽힌다.
 
[세대교체] 현대차 MZ세대에 귀 기울여, <a href='https://www.businesspost.co.kr/BP?command=article_view&num=338066' class='human_link' style='text-decoration:underline' target='_blank'>정의선</a> IT기업처럼 더 빠르게
▲ 현대차는 MZ세대를 향한 마케팅도 지속해서 강화하고 있다. 사진은 현대차가 전기차 ‘아이오닉5’의 디자인에 영감을 준 포니쿠페를 MZ세대가 즐겨하는 게임 '베틀그라운드'에서 소개하는 모습. <현대자동차>

MZ세대는 불합리한 것을 참기보다 변화를 요구하는 성향이 상대적으로 다른 세대보다 강한 것으로 여겨진다.

현대차그룹이 지금껏 위로부터 변화를 추구했다면 앞으로는 MZ세대를 중심으로 아래로부터 변화가 이뤄질 가능성이 그만큼 커진 셈이다.

이 과정에서 MZ세대가 중요시 여기는 공정의 가치를 어떻게 보상해 주느냐는 정 회장의 주요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그룹 MZ세대가 사무연구직노조를 결성한 것도 처음에는 최고경영진의 임금이 상대적으로 빠르게 늘어나는 성과급 불만에서 시작했다.

정 회장은 3월 타운홀미팅에서 그동안 성과급체계가 직원의 눈높이를 따라가지 못했다고 사과하며 공정하고 투명한 보상체계 구축을 약속했다.

정 회장은 8월 도쿄올림픽 양궁경기를 일본 현지에서 직접 응원한 뒤 귀국하는 길에 기자들과 만나서도 “성과보상과 관련해 MZ세대 목소리를 많이 반영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정 회장은 인재를 쓰는 과정에서 투명성과 공정성의 중요성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경영인으로 평가되기도 한다.

한국 양궁대표팀은 이번 도쿄올림픽에서 여자 단체전 9연패, 남자 단체전 2연패, 혼성 단체전 첫 금메달, 하계대회 첫 3관왕 등 좋은 성적을 냈는데 현대차그룹이 후원하는 대한양궁협회는 공정한 국가대표 선발방식으로 큰 주목을 받았다.

정 회장은 도쿄올림픽 양궁 대표팀 환영회에서 “대한민국 양궁은 투명한 협회 운영과 공정한 선수 선발이라는 두 가지 원칙을 기반으로 최고의 자리에 올랐다”며 “현대차그룹도 대한민국 양궁의 영광스러운 역사가 길이 이어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한재 기자]

[편집자주]

시대의 변화에 속도가 붙었다.

인공지능과 로봇이 인간의 일을 빠르게 대체하고 메타버스라는 사이버세계가 광속으로 확장되고 있다. 기후변화와 코로나19 팬데믹은 생활양식의 변화를 물론 사고방식의 대전환을 요구한다.

상생, 동반성장, 사회적 가치 같은 개념은 이미 기업 경영의 기본이념이 된 지 오래고 ESG, 탄소중립, MZ세대 등 새로 등장한 개념들조차 벌써 낯설지 않은 기업 경영의 화두가 됐다.

재계는 어느 때보다 긴장한다. 새 세대와 새 시대를 읽지 못하면 금세 뒤처질 수 있다. 기업들이 리더십을 다시 꾸리고 미래 세대를 탐구하는 데 힘을 쏟는 이유다.

정치권에는 30대 제1야당 당수의 출현으로 이미 세대교체 폭풍이 몰아치고 있다. 대통령선거와 지방선거가 함께 치러지는 2022년은 한국 정치사에 큰 획을 긋는 해가 될 가능성이 높다.

새 세대와 새 시대를 준비하는 기업과 정치권의 움직임을 짚어본다.

1부. 재계는 리더십 세대교체 중

2부. 기업의 미래 세대 읽기

3부. 새로운 세대가 바꾸는 기업문화
1. 현대자동차
2. 삼성그룹

4부. 2022선거 2030이 결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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