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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파고가 지휘하면 관객들은 감동할까

김광현 777khkim@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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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파고가 지휘하면 관객들은 감동할까  
▲ 인공지능 알파고가 구글 딥마인드 챌린지 매치에서 이세돌 9단과 대국을 해 초반 파죽의 3연승을 거뒀다.

이 글을 쓰는 현재, 이세돌과 알파고의 세기의 대결은 이제 그 마지막 대국만을 남겨놓고 있다. 온 세계가 알파고의 승승장구에 경악을 금치 못했고, 전패할 것이라는 예상을 뒤엎은 이세돌의 반격에 감동하고 환호했다. 오늘 열릴 마지막 대국에서도 이세돌의 감격적 승리를 인간의 한 사람으로써 기대한다. 그것이야말로 인간승리 아닌가.

이세돌과 알파고의 대결이 세간에 회자되면서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직업에도 인공지능이 가능할지 가늠해 보았을 것이다. 뉴스에서도 몇 년 뒤면 인공지능 때문에 인간의 일자리가 얼마만큼 없어질 것이다 예측하고, 정말 공상과학 영화에서나 나올 법한 일이 실제로 일어나지 않을까 두려워하는 시선도 존재한다. 그리고 이참에 나도 가만히 앉아서 생각해 보았다. 과연 알파고 같은 인공지능이 지휘를 할 수 있을까. 로봇 지휘자가 나타날 수 있을까.

심지어 작곡을 하는 인공지능 로봇도 등장했다고 한다. 아마 모든 악기를 연주할 수 있는 인공지능 로봇도 분명히 등장할 것이다. 그런데 인공지능 로봇이 작곡한 작품이 과연 정말 순수하게 ‘작곡되어진’ 것일까? 그 행위를 작곡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클래식이건 대중음악이건 그 장르를 막론하고 대중들의 기호에 맞았던 히트곡들과 그 패턴, 또한 표절조차 분석해서 철저히 데이터화해 나온 곡이 과연 순수하게 작곡되어진 곡인가 생각해 보면 그것은 엄밀히 말하여 작곡이라고 부를 수 없다. 작곡이란 말 그대로 창조의 행위여야만 하지만, 그 곡은 그냥 모방되어진 습작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물론 대중음악 장르에서 많은 작곡가들이 비슷한 방법으로 곡을 써서 발표한다. 지금 대중적으로 유행하는 장르가 있고, 그 장르의 패턴과 대중의 기호를 분석해서 곡을 만드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 그리고 그렇게 작곡되어진 곡을 유명한 가수에게 주면 바로 히트곡이 되어버리지 않는가. 제 2의 조용필, 제 2의 서태지처럼 시대를 바꾸어버리는 선구자적 작곡가 내지는 가수가 요즘에 과연 얼마나 있는가.

역사가 오래된 클래식 분야도 마찬가지였다. 베토벤이 살던 고전주의 시대의 대부분의 작곡가들은 그 당시 유행했던 하이든이나 모차르트의 음악들을 그대로 모방하고 답습했다. 하지만 베토벤은 어떤가. 고전주의에서 낭만주의 그리고 현대음악까지도 넘볼 수 있을만한 과감한 작품들을 발표하지 않았는가. 그리고 2016년 지금은? 같은 시기에 전 유럽에 존재했던 수많은 작곡가들 중 결국 베토벤만 연주된다.

이는 베토벤의 선배인 하이든이나 모차르트, 그리고 바흐와 헨델도 마찬가지였다. 즉 작곡은 모방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서 새로운 것을 창조하는 행위를 일컫는다는 것이다. 인공지능 작곡기계가 하는 것은 모방에 불과하다.

알파고를 보라. 이세돌이 자신의 수 천만개의 데이터에서 벗어나는 한 수를 두자 마치 버그가 생긴 것처럼 당황하여 말도 안되는 수로 패배를 자초하지 않는가. 알파고가 창조적 바둑을 두었는가, 아니면 그냥 이기기 위한 데이터에 따른 바둑을 두었는가. 그러면 알파고가 하는 행위는 진정한 바둑인가?

지휘 또한 마찬가지다. 모든 곡들의 악보를 입력하고, 그에 맞는 템포와 다이나믹, 그리고 그에 따른 지휘 방법을 입력하여 항상 일정한 지휘를 하게끔 로봇을 만들 수는 있을 것이다. 일명 박자젓기 로봇.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오해하는 것처럼 지휘자가 하는 일이 박자젓기만 있는 것이 아니다.

화성과 음악적 표현에 따른 각 악기별 밸런스를 분석해서 오케스트라 악기별로 그에 알맞은 데시벨을 잡아서 단원들에게 설명하고, 그들로 하여금 그렇게 연주하도록 할 수는 있을 것이다. 그것은 충분히 예상된다. 하지만 그것 또한 박자젓기 로봇에 소리 조절 기능을 더한 기계에 불과할 것이다.

그 지휘 로봇이 매일매일 컨디션과 연습상태가 다른 단원들을 과연 제대로 리허설할 수나 있을까? 아, 연습지휘자 정도로 써먹을 수는 있겠다. 일단 매일매일 일정한 템포대로 지휘가 가능하니까. 순간의 감정에 따라 템포가 달라지는 사람보다 나을 수 있다.

그런데, 음악은 소리가 다가 아니다. 한 곡이 있으면 그 곡의 캐릭터를 우선 이해해야 하고 곡의 부분별 내용이 다르고 그에 따라서 단원들이 연주하는 마음이나 소리를 내는 방법 그리고 그 음향도 달라져야 하는데, 이런 모든 것들을 과연 로봇이 할 수 있을까? 단원들의 순수한 마음을 끌어내어 최고의 음악으로 승화시켜서 관객에게 감동을 줄 수 있을까? 내 생각은 절대 그렇지 않다. 그 결정적 이유는? 인간에게 인간만이 가진 최고의 악기. 바로 심금(心琴)이 있기 때문이다.

결론을 내리자. 인공지능이 인간을 이길 수는 있다. 그러나 결코 인간의 마음을 울릴 수는 없다. 우리 마음속에 있는 심금이라는 악기는 오직 인간만이 울릴 수 있다. 나는 이것을 굳게 믿는다.

지휘자 김광현은 예원학교 피아노과와 서울예고 작곡과를 졸업하고 서울대학교 음악대학에서 지휘를 전공하였다. 대학재학 중 세계적 지휘자 샤를르 뒤트와에게 한국대표 지휘자로 발탁되어 제9회 미야자키 페스티벌에서 규슈 심포니를 지휘하였고, 서울대60주년 기념 정기오페라 '돈 지오반니'를 재학생 최초로 지휘했다. 독일 슈투트가르트 국립음대 지휘과 석사과정을 졸업했다. 독일 슈투트가르트 필하모니, 로이틀링겐 필하모니, 남서독일 콘스탄츠 관현악단, 루마니아 크라이오바 심포니, 경기필, 부천시향, 원주시향, 과천시향, 프라임필 등을 지휘하였다. 경기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부지휘자를 역임하였으며, 현재 원주시립교향악단 상임지휘자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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