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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
삼성전자는 왜 주식 액면분할을 하지 않을까?
주당 100만 원이 넘는 이른바 ‘황제주’의 액면분할이 잇따르고 있다.
삼성전자는 액면분할이 주식시장의 이슈로 떠오를 때마다 롯데제과와 함께 투자자의 주목을 받았다.
◆ 롯데제과 크라운제과 등 고가주 액면분할 러시
1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들어 고가주들 가운데 액면분할을 결정한 곳은 주당 270만원을 웃도는 롯데제과와 50만 원이 넘는 크라운제과다.
이밖에 고가주는 아니지만 KNN, 넥센, 성보화학, 엠에스씨, 케이티롤, 동양물산, 극동유화, 셀루메드, 행남자기, 슈프리마, 동부, 일동제약 등도 액면분할 혹은 분할재상장을 결정한 상태다. 액면분할이 지난해에 이어 올해 들어서도 계속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액면분할이 일단 결정되면 해당 회사 주가에 호재로 작용하는 경우가 많다.
롯데제과는 7일 액면가를 5천 원에서 500원으로 낮추는 액면분할을 결정하면서 10일까지 나흘째 장중 사상 최고가 기록을 세웠다. 크라운제과도 2월24일 액면분할을 결정한 뒤 주가가 강세를 보이고 있다.
액면분할이 이뤄지면 일반적으로 개인투자자들의 매매가 활발해져 주가상승 효과를 거둘 수 있고 그만큼 주주가치를 끌어올릴 것이라는 기대를 받는다.
대표적 ‘황제주’로 꼽혀온 아모레퍼시픽도 지난해 액면분할을 단행한 뒤 30%에도 못미쳤던 개인투자자 비중이 변경 상장 직후 50%대 이상으로 늘어났다.
액면분할이 주식시장의 이슈로 떠오를 때마다 단연 관심은 초고가주에 쏠린다.
11일 종가 기준 주당 100만원이 넘는 종목은 롯데칠성(109만5천 원), 삼성전자(124만9천 원), 영풍(115만 원), 오뚜기(105만 원), 태광산업(101만1천 원)등이다.
이 회사들의 주식은 액면가가 5천 원으로 이른바 ‘황제주’로 꼽힌다. 물론 이 가운데서도 가장 주목을 받는 곳은 국내 시가총액 1위인 삼성전자다.
이상훈 삼성전자 경영지원실장(사장)은 9일 삼성수요사장단에 참석하면서 액면분할 추진에 대해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삼성전자 주식의 액면분할) 계획이 없다”고 잘라말했다.
김종중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사장과 윤용암 삼성증권 사장도 “(액면분할에 대해) 들은 바 없다”고 가능성을 일축했다.
◆ 삼성전자 액면분할 가능성은?
삼성전자 주식 액면분할 추진 가능성은 과거에도 꾸준히 나돌았다. 그러나 삼성그룹은 액면분할설이 나올 때마다 일관되게 이를 부인하고 있다.
한국거래소는 기업들이 액면분할에 적극 동참해줄 것을 기대한다. 주식 거래량이 늘면 거래소의 거래수수료 수입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7일 기업경영성과 평가사이트인 CEO스코어 조사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경우 지난해 주식회전율은 40.3%로 나타났다. 주식회전율은 주식거래량을 상장주식 수로 나눈 것으로 숫자가 높을수록 주식매매가 활발하게 이뤄졌다는 뜻이다.
삼성전자 주식회전율은 같은 조사에서 19개 IT·전기·전자업체의 지난해 주식 회전율 평균 145.6%에 크게 못 미친 것이다. 소액투자자들이 삼성전자 주식을 가까이 하기에 ‘몸값’이 너무 비싸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삼성전자가 액면분할 요구를 받는 이유는 또 있다. 삼성전자와 같은 ‘황제주’는 소액주주가 접근하기 어려워 배당을 확대해도 소액투자자에게 돌아가지 않는다.
삼성전자는 11일 주총에서 지난해 배당금 총액 2조9198억 원을 의결했는데 이 시가배당률은 시중금리보다 높은 1.56%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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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건희 삼성전자 부회장. |
이건희 회장은 배당금 997억1천만 원, 부인 홍라희 삼성리움미술관장 216억 원, 이재용 부회장 168억 원을 배당금을 받는다. 배당을 확대하는 것이 ‘주주친화’인 듯 보이지만 오너주주를 위한 ‘착시효과’라는 비판도 제기된다.
이는 지난해 국정감사에서도 지적을 받았다. 김상민 새누리당 의원은 지난해 9월 국감에서 “배당금총액 증가에도 불구하고 일반개인투자자에게 지급되는 배당금은 매우 적다”며 “배당의 가계소득 환류가 원할하게 이뤄지기 위해서는 배당의 절대적 비중이 높은 초고가주의 액면분할이 전제돼야 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증권업계 전문가들은 삼성전자가 액면분할에 쉽게 나서지 않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본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액면분할은 유통주식 수가 늘어나는 것일 뿐 그 자체가 기업가치를 끌어올리는 요인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실적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액면분할이 결정된 직후 단기적으로 주가가 올라도 곧 하향곡선을 그릴 수 있다는 얘기다.
유통주식 수가 늘고 소액주주가 많아지면 삼성전자 입장에서 사업에 필요한 의사결정에서 '참견꾼'만 많아질 수 있다.
삼성전자가 액면분할을 추진할 가능성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삼성그룹 지배구조 구축 과정에서 삼성전자를 투자회사와 사업회사로 쪼개고 이 가운데 투자회사를 통합삼성물산과 합병을 추진할 수 있다는 관측도 꾸준히 흘러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액면분할이 주가를 단기에 끌어올리는 효과가 있는 만큼 삼성전자에 대한 액면분할이 이뤄질 수 있다는 추측도 나온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