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과 조종사노조가 임금협상을 재개한다. 그러나 노사 모두 감정이 악화돼 쉽게 타결에 이를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8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대한항공과 조종사노조는 임금협상을 재개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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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창훈 대한항공 총괄사장. |
대한항공은 7일 조종사노조 측에 임금협상에 나서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에 앞서 조종사노조는 4일 회사 측에 임금협상 재개를 요청하는 공문을 보냈다.
노사가 조만간 임금협상에 나서지만 앞으로 협상이 원만하게 진행될지 불투명하다.
조종사노조는 대한항공이 쟁의행위를 한 기장을 파면하고 조종사의 가족에게 부담을 줄 수 있는 '가정통신문'을 전달하는 등 쟁의행위에 대해 강경하게 대응한 데 대해 크게 반발하고 있다.
조종사노조 게시판에 대한항공의 기장 파면조치를 비판하며 노조의 힘을 결집해 투쟁하자는 내용이 다수 올라와 있다.
대한항공은 조종사노조의 준법투쟁 방침을 따라 비행을 거부한 기장에 대해 7일 자격심의위원회를 열고 파면결정을 내렸다. 회사는 이 기장이 비행 전 브리핑 시간을 늘리는 등 의도적으로 운항업무를 방해했다고 판단했다.
조종사노조는 대한항공이 조종사의 가족들에게 가정통신문을 보낸 점도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조종사노조 관계자는 “가정통신문에 현재 조종사노조원이 펼치고 있는 쟁의행위가 불법일 수 있다는 내용과 함께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고 주장했다.
대한항공은 1월과 2월 두차례 조종사노조원의 가정에 가정통신문을 보냈다. 조종사노조는 사실상 협박에 가까운 내용이 가정통신문에 담겼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대한항공과 조종사노조가 임금협상을 재개해도 타협점을 찾기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이는 배경에 업계 특성도 자리잡고 있다.
항공업은 특성상 조종사노조가 파업 등 단체행동에 나서는 데 제약이 많다. 항공업은 2006년 필수공익사업장으로 지정돼 노조가 파업에 돌입해도 국제선을 기준으로 80% 이상 인력을 유지해야 한다.
이 때문에 조종사노조가 파업에 돌입해도 실질적으로 회사를 압박하는 효과가 크지 않을 수 있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대한항공이 조종사노조가 파업에 돌입할 가능성이 낮다고 보고 협상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조종사노조도 협상에 적극적이지 않을 것으로 보이기는 마찬가지다. 대한항공이 현실적으로 조종사들에 대해 강력한 제재를 취하기 어려울 것이란 계산이 깔려있기 때문이다.
조종사는 직업의 특성상 전문성이 높아 충원하기 쉽지 않은 데다 최근 국내 조종사의 이직이 늘어나면서 인력확보가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 대한항공은 지난해 한국인 조종사 2500여 명 가운데 130명이 이직했다.
최근 몇 년 동안 중국을 중심으로 외국항공사와 저비용항공사가 더 높은 연봉과 더 나은 근무조건을 내세워 스카웃 경쟁을 펼치면서 이직하는 조종사가 늘고 있다.
대한항공이 이번에 파면 조치를 내린 기장도 재심사나 법적 조치를 통해 앞으로 파면이 철회될 가능성이 높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협상이 타결되려면 대한항공과 조종사노조가 한발씩 물러서야 하는데 양쪽 다 크게 손해볼 것이 없는 입장이라고 판단하고 적극 나서기보다 기싸움만 펼치고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헌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