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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문기 미래창조과학부 장관이 2일 오후 경기도 과천시 국립과천과학관에서 열린 '미래부 공공기관 감사 회의'에 참석해 당부의 말을 전했다. <뉴시스> |
최문기 미래창조과학부 장관이 이동통신비 인하를 강력히 추진하면서 ‘요금인가제’도 손볼지 관심이 모이고 있다.
요금인가제가 사실상 이동통신사간 요금담합을 주도하고 있으므로 폐지하는 게 맞다는 주장이 강하다. 하지만 폐지될 경우 SK텔레콤의 시장 지배력이 강화될 수도 있다는 우려도 있어 손대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미래창조과학부는 최근 통신이용제도과를 중심으로 요금인가제를 검토할 별도 작업반까지 마련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올 하반기 안에 통신요금 인가제 개선작업에 들어간다.
미래창조과학부의 한 관계자는 10일 “최근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에 요금인가제 존폐와 관련된 용역을 의뢰한 상태”라며 “아직 폐지가 결정된 것은 아니지만 전문가들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 정책방향을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래창조과학부는 이달 말까지 관련 내용을 담은 ‘통신요금규제 개선 로드맵’을 마련하기로 했다.
국회에서도 요금인가제 관련법 개정이 추진되고 있다.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전병헌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전기통신사업법 일부개정법률안’을 준비중이다. 전 의원은 요금인가 사업자를 규정한 내용을 삭제하고 대신 사업자가 요금을 신고하는 방향으로 법안을 수정하기로 했다.
요금인가제는 시장 지배적 사업자를 규제해 통신사간 적정한 경쟁을 이끌어내기 위해 만들어진 제도로 1991년부터 도입됐다. 정부는 요금인가제를 통해 선발 사업자가 과도하게 요금을 인상 또는 인하하는 것을 막아 소비자와 후발 사업자를 보호하려고 했다.
인가 대상 사업자는 새로운 요금제를 출시하거나 기존 요금제를 변경하려면 정부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반면 나머지 사업자는 허가받을 필요 없이 정부에 요금을 신고만 하면 된다. SK텔레콤과 KT는 각각 무선과 유선부문 인가 대상 사업자이다.
업계는 정부의 이번 개선안이 무선부문 이동통신 요금에 초점을 두고 있다고 본다. 오는 10월부터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이 시행될 예정이지만 그 전에 요금인가제를 폐지해 이동통신사에 요금인하 압박을 가할 것이란 분석이다.
정부는 요금인가제가 폐지되면 이동통신사들이 더 적극적으로 요금경쟁에 나서게 돼 통신비가 줄어들 것으로 기대한다.
요금인가제가 제 구실을 하지 못하는 점도 폐지돼야 하는 이유로 꼽힌다. 도입취지를 살리려면 나머지 사업자들이 1위 사업자보다 파격적인 요금제를 출시해야 한다. 하지만 2위인 KT와 3위인 LG유플러스의 요금제는 1위인 SK텔레콤 요금제와 거의 차이가 없다. 이동통신 3사들은 서로의 요금제를 따라할 뿐 획기적 요금제를 선보인 적이 거의 없었다.
전병헌 의원실은 “지난 5년 동안 정부가 인가해주거나 신고받은 요금제를 분석해보니 통신3사가 사실상 요금담합을 하고 있었다”며 “20년 이상 된 제도를 폐지하고 보다 자유로운 요금경쟁을 통해 통신비 인하를 유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요금인가제의 직접 피해자였던 SK텔레콤은 당연히 폐지돼야 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SK텔레콤의 한 관계자는 “1위 사업자라고 해서 요금을 무기로 시장을 장악하는 건 현재로선 무리”라며 “인가제 등 요금규제를 개선해 사업자에게 자율성을 부여하고 통신비 인하를 이끌어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만년 3위에 머물고 있는 LG유플러스는 인가제 유지를 주장한다. LG유플러스의 한 관계자는 “현재 SK텔레콤을 규제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은 요금인가제”라며 “‘5:3:2’의 점유율 구조가 붕괴돼 공정한 자율 시장 경쟁체제가 확립되기 전까진 유지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KT역시 LG유플러스와 비슷한 입장을 보인다. KT의 한 관계자는 “인가제가 폐지되면 비용이 늘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국회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일부 나오고 있다. 강동원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통신요금 인가제를 폐지하게 되면 1위 통신사로의 쏠림현상이 심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강 의원은 “요금인가제는 공정한 경쟁환경을 조성하려는 취지에서 탄생한 것”이라며 “이를 위해선 오히려 SK텔레콤이 시장 지배력을 강화하는 수단인 결합상품에 대한 인가심사를 강화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문가들도 대안이 마련되지 않은 상태에서 요금인가제를 폐지하는 것은 위험이 크다고 지적한다. 통신업계의 한 관계자는 “요금경쟁을 이끌어내겠단 정부의 의도는 좋지만 이통사를 제재할 수단이 사라진다는 점도 고려해야 할 것”이라며 “정부는 시장 통제력과 자율경쟁이란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해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이에 따라 요금인가제의 대안으로 지목되는 것이 ‘유보신고제’이다. 통신요금 규제를 맡았던 정보통신부는 2000년 이동통신에 유보신고제를 단계적으로 도입하는 개선안을 만들었다. 하지만 이후 시장상황이 변하면서 이를 철회했다.
유보신고제는 사업자가 신규 요금제를 출시할 때 정부에 신고한 후 30일 동안 이견이 없으면 그대로 시행하는 제도다. 이 제도가 시행되면 통신회사는 신규 요금제 출시를 보다 수월하게 할 수 있고 요금인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