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혜원 기자 hyewon@businesspost.co.kr2021-07-23 16:0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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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홍 오리온 중국법인 대표이사 사장이 신제품을 내놓고 유통채널을 개편해 중국에서 실적 반등을 노릴 것으로 보인다.
필요하다면 가격 인상 카드를 꺼낼 수도 있다.
▲ 이규홍 오리온 중국법인 대표이사 사장. <오리온>
23일 오리온 안팎의 말을 종합하면 2020년 중국에서 좋은 실적을 거두다가 올해 들어서는 중국사업에서 어려움을 겪으면서 다방면으로 해결책을 마련하고 있다.
올해 2분기 오리온이 중국에서 거둔 잠정 영업이익은 132억 원 수준으로 2020년 2분기 영업이익 861억 원보다 절반 이상 감소했다. 같은 기간 중국 매출도 2582억 원에서 1950억 원(잠정치)으로 30%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오리온은 지난해 중국에서 코로나19에 따른 식음료 비축수요 확대효과를 톡톡히 누리며 역대 최대 실적을 거뒀다.
하지만 올해 중국에서 코로나19가 점차 완화되면서 식음료 비축 수요가 줄자 오리온은 실적에 타격을 입고 있다.
게다가최근 식음료에 쓰이는 곡물을 비롯해 부자재 가격까지 오르면서 영업이익이 크게 감소한 것으로 분석된다.
과자를 만들 때 사용되는 대두유 8월 선물가격은 파운드당 67.02센트(769원)에 거래돼 1년 전 가격인 30.7센트(353원)보다 2배 넘게 올랐다.
이 사장은 우선 중국 양산빵·음료시장을 공략하며 사업을 다각화할 것으로 보인다.
이 사장은 앞서 1월 중국에서 양산빵(간편대용식)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아침 대체식인 '송송케이크'를 출시했다. 송송케이크는 젊은층을 겨냥해 닭가슴살을 원료로 써 칼로리를 상대적으로 낮추고 단백질, 비타민 등 영양소도 함유한 제품으로 개발됐다.
시장조사기관인 유로모니터는 2020년 중국 베이커리식품시장 규모를 2567억 위안(약 45조 원대)에 이른 것으로 추산했다.
이맹맹 코트라 중국 칭다오무역관은 “중국인들의 생활리듬이 빨라지고 서양 음식문화가 침투하면서 중국인들에게 베이커리가 점차 간식이 아닌 식사로 자리잡고 있다”며 “2, 3선 도시의 경제가 빠르게 발전하면서 주력 소비층인 젊은이들이 건강과 맛, 영양성분을 중시해 관련 시장이 앞으로 더욱 빠르게 발전할 수 있는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정은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중국에서 출시한 신규 카테고리 양산빵은 전체 유통채널로 분포를 넓혀 가고 있어 향후 중국 실적 개선폭을 견인할 것이다"고 전망했다.
오리온은 지난해 ‘닥터유 제주용암수’도 중국에 출시했다.
특히 제주용암수는 지난해 1260톤을 수출했는데 올해 들어 4월까지 이미 5배가 넘는 7374톤을 수출하는 데 성공했다. 이는 올해 4월까지 우리나라 전체 물 수출량의 58%를 차지한다. 오리온은 국가별 수출량은 공개하고 있지 않지만 매출 비중을 고려하면 역시 중국에서 판매가 늘었을 것으로 보인다.
이 사장은 유통채널을 개편하는 작업도 진행하고 있다.
중국의 기존 영업사원을 한국의 판매 대리점 격인 경소상으로 바꾸고 있다. 경소상은 중국에서 중간판매상에 해당하는데 직접 물건을 매입해 소매점으로 유통시키는 별도 사업체를 말한다. 대개 경소상은 지역별 거점을 둬 중국 3, 4선 도시 등 중국 각 지역에 상품을 유통시키는 데는 경소상을 통한 유통이 더 적합한 것으로 알려졌다.
식품업계 한 관계자는 “제조사가 일일이 거래처를 찾아 계약하는 것보다 100개 영업처를 확보한 경소상 1곳을 확보하면 훨씬 효율적으로 상품 유통이 가능해진다”며 “중국에서는 지역별로 주요 영업처를 확보한 경소상이 꽤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오리온은 올해 2분기에 이렇게 유통채널 개편작업을 진행했다. 이에 따라 직접 고용했던 영업사원에게 퇴직금 형식으로 주는 경제보상금이 발생해 실적에 부담이 됐을 것으로 파악된다.
이 사장이 가격 인상 카드를 쓸 가능성도 충분하다.
경쟁업체인 해태제과는 8월1일부터 국내 주요 과자제품 가격을 10.8% 인상하기로 했다.
증권가에서는 오리온이 중국에서 2011년 이후 가격 인상이 없었던 초코파이 가격만 올려도 실적 개선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심은주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중국 초코파이 판매가격을 10% 인상하면 오리온의 연결 영업이익은 기존 추정치 대비 6%가 증가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다만 오리온은 아직 가격 인상과 관련해서는 말을 아끼고 있다.
오리온 관계자는 “상반기의 지속적 국제 원자재 가격 인상 속에서 원·부자재 구매와 조달, 생산, 판매 등 전 단계에서 전사적 노력으로 원가 상승압박을 해소해 나가고 있다”며 “특히 원·부자재 글로벌 통합 구매를 통해 원가 상승에 대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정혜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