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수 지부장은 2019년 12월 현대차 노조 새 지부장에 당선돼 이번이 임기 마지막 교섭인데 이번 성과로 임기 내 교섭을 모두 무파업으로 이끈 두 번째 현대차 노조 지부장이 될 가능성이 커졌다.
첫 번째는 2009년부터 2011년까지 현대차 노조를 이끈 이경훈 전 지부장인데 이상수 지부장은 이경훈 지부장체제에서도 수석부지부장을 맡아 노사관계 개선에 기여했다.
이상수 지부장은 당시 수석부지부장으로 3년 연속 조합원 찬반투표에서 잠정합의안이 가결됐다는 의사봉을 두드리며 교섭의 종결을 알리기도 했다.
애초 하언태 사장과 이상수 지부장에게 올해 협상은 시작부터 쉽지 않을 싸움이 될 것으로 예상됐다.
현대차는 코로나19 재확산과 차량용 반도체 부족에 따른 생산차질 등 사업적 불확실성이 여전한 상황에서 젊은 연구직과 사무직 직원들을 중심으로 공정한 성과급 지급을 요구하며 신규노조까지 결성됐다.
하지만 하 사장과 이 지부장은 6월 초 교섭을 시작한 지 두 달도 채 되지 않아 파업 등 큰 갈등 없이 잠정합의안을 마련하는 데 성공했다.
하 사장은 교섭 초반부터 여름휴가 전 타결을 목표로 속전속결을 주장한 노조의 요구에 적극 대응했고 노조가 쟁의권을 확보해 사측을 압박할 때에는 노조 사무실을 직접 찾아가 교섭 재개를 요청하는 등 교섭 내내 진정성 있는 모습을 보이며 노조의 신뢰를 얻었다.
이 지부장 역시 협상 막판 해고자 복직 등을 주장하는 현장조직의 강한 요구에도 뚝심 있는 모습을 보이며 사측과 협상을 추진했고 결국 성과금 규모를 사측의 1차 제시안보다 1인당 500만 원 가량(기본급 100%+격려금 80만 원+우리사주 5주+복지포인트 10만 원+재래시장 상품권 10만 원) 늘리는 성과를 냈다.
시장에서는 이번 임단협 잠정합의안이 조합원 찬반투표에서 통과될 가능성을 상대적으로 높게 보고 있다.
이번에 합의된 성과금은 과거 2010년 초반부터 2014년 정도까지 이어진 현대차 임금 전성기 시절과 비교하면 다소 부족하지만 최근 5년 사이 최대 규모다.
현대차 노조는 지난해 기본급을 동결하는 잠정합의안도 52.8%의 찬성률로 통과시켰다.
현대차 노조는 그동안 보통 50%대 찬성률로 잠정합의안을 가결하는 모습을 보였다. 현대차 노조 찬반투표에서 가장 최근 1차 잠정합의안이 부결된 것은 2017년인데 지금의 잠정합의안은 당시 최종 통과안보다 성과금 수준이 높은 것으로 평가된다.
하 사장과 이 지부장의 이번 성과는 현대차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도 큰 의미를 지닌다.
▲ 이상수 현대차 노조 수석부위원장이 2009년 12월24일 현대차 울산 공장 노조사무실에서 조합원 투표를 거쳐 단체교섭 잠정합의안이 통과됐다고 알리며 의사봉을 치고 있다. <연합뉴스>
증권업계에서는 현대차가 무파업으로 올해 임단협을 마무리할 가능성이 커지면서 생산 측면에서 불확실성이 크게 줄어들었다는 시선이 나온다.
현대차는 하반기 글로벌 완성차시장이 빠르게 회복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그동안 노조의 파업이 큰 위험요인으로 꼽혔다.
권순우 SK증권 연구원은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현대차는 현재 글로벌시장의 빠른 수요 회복으로 재고가 빠르게 줄어들고 있다”며 “노조가 파업을 했다면 생산 측면에서 차질이 클 수 있었는데 이번 잠정합의안 마련으로 생산 관련 우려가 크게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차는 올해 들어 미국와 유럽 등 주요 완성차시장에서 사상 월별 최대 판매기록을 새로 쓰는 등 판매가 빠르게 늘고 있는데 국내공장이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
현대차는 미국 앨라배마나 유럽 체코에 현지 공장을 두고 있지만 미국과 유럽 판매물량의 절반 이상을 국내 생산물량에 의존하고 있다.
현대차는 미국 앨라배마 공장에서 올해 들어 6월까지 모두 15만7천 대의 완성차를 생산해 판매했는데 같은 기간 국내 공장에서 23만9천 대를 생산해 미국과 캐나다 등 북미에 수출했다.
현대차는 올해 들어 6월까지 국내에서 완성차 84만 대를 생산해 판매했다. 이 가운데 54%인 45만4천 대를 해외로 내보냈다.
현대차 관계자는 "자동차산업 대전환기에 상생과 협력의 노사관계를 바탕으로 위기를 극복하겠다“며 "노사가 합심해 품질 경쟁력을 높여 미래 모빌리티시대 글로벌 선도업체로 도약하기 위해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한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