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이미지센서 생산량을 늘리고 용도도 스마트폰 중심에서 차량용으로 다각화한다.
앞으로 글로벌 이미지센서시장에서 자율주행 카메라 등 차량용 이미지센서가 가파른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전자는 이 시장을 공략해 글로벌 이미지센서 1위인 일본 소니를 잡으려 할 것으로 예상된다.
▲ 강인엽 삼성전자 시스템LSI사업부장 사장. |
14일 삼성전자에 따르면 경기도 화성 캠퍼스의 D램 생산라인 가운데 일부를 이미지센서 생산라인으로 전환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이미지센서는 아날로그 반도체의 일종으로 렌즈를 통해 들어온 빛을 디지털 신호로 변환해 이미지화하는 반도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최근 D램 수요가 늘고 있어 D램 13라인을 이미지센서 라인으로 전환하는 작업은 속도를 조절하고 있다”면서도 “D램 11라인의 이미지센서 생산라인 전환 작업은 문제없이 진행하는 중이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스마트폰 중심의 이미지센서 라인업에 차량용 제품도 추가하기 시작했다.
앞서 13일 삼성전자는 차량용 이미지센서 ‘아이소셀 오토 4AC’를 내놨다. 이 제품은 삼성전자의 첫 차량용 이미지센서다. 차량의 양 측면 카메라인 ‘서라운드뷰(Surround View) 카메라’와 후방카메라에 쓰인다.
삼성전자는 차량용 이미지센서 라인업을 자율주행카메라나 인캐빈(차량 내부) 카메라 등으로 확장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반도체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글로벌 이미지센서시장에서 소니를 따라잡기 위해 차량용 이미지센서를 무기로 내세우기 시작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특히 자율주행카메라용 이미지센서와 관련한 사업계획에 주목하는 시선이 많다.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차량용 이미지센서는 앞으로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이미지센서 제조회사들에게는 놓칠 수 없는 시장이다”며 “특히 자율주행카메라용 이미지센서는 여러 차량용 이미지센서 가운데서도 전망이 가장 밝은 제품으로 꼽힌다”고 말했다.
반도체시장 조사기관 IC인사이트(IC Insights)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으로 글로벌 이미지센서시장의 주력 제품은 매출 점유율 48%의 스마트폰이다. 차량용 이미지센서는 점유율 14%의 2위 제품이다.
그러나 앞으로는 차량용 이미지센서의 비중이 스마트폰용만큼 커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시장 조사기관 태크내비오(TechNavio)에 따르면 2020~2024년 글로벌 이미지센서시장은 연 11%씩 성장할 것으로 전망됐다. 같은 기간 차량용 이미지센서만 놓고 보면 시장 성장률이 연 29%로 전체 이미지센서 성장률을 웃돌 것으로 예상됐다.
테크내비오는 자율주행카메라용 이미지센서가 차량용 이미지센서시장의 고성장을 이끌 것으로 바라봤다.
자율주행기술이 발달하기 위해서는 정교한 자율주행카메라가 필요하다. 자율주행카메라의 성능이 개선되려면 이미지센서의 성능이 개선돼야 할 뿐만 아니라 이미지센서 탑재 숫자도 늘어야 하기 때문이다.
삼성전자가 D램 생산라인까지 활용해 이미지센서사업에 힘을 주는 이유이기도 하다.
소니가 차량용 이미지센서시장에서 고전하고 있다는 점이 삼성전자에게 기회요인이 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조사기관 TSR에 따르면 지난해 글로벌 이미지센서시장에서 소니가 45.1% 점유율로 1위, 삼성전자가 19.8% 점유율로 2위에 올랐다. 두 회사 사이에 상당한 격차가 있다.
그러나 차량용 이미지센서시장에서는 미국 온세미컨덕터가 점유율 38.3%로 1위, 미국 옴니비전이 18.8%로 2위다. 3위 소니는 점유율이 9.7%에 불과하며 소니 아래로는 중소 반도체회사들이 난립한 형태로 시장 구도가 짜여 있다.
소니는 스마트폰카메라 등 일반 영상장치용 이미지센서에 강점이 있다. 그러나 일반 영상장치용 이미지센서와 차량용 이미지센서는 요구되는 기술이 다르다.
▲ 삼성전자의 차량용 이미지센서 '아이소셀 오토 4AC'. <삼성전자> |
일반 영상장치용 이미지센서에는 높은 화소나 높은 화질을 구현할 수 있는 기술이 요구되는 반면 차량용 이미지센서는 카메라 사각을 줄이는 기술과 사물을 정확히 인식하는 기술, 가혹한 환경에서 정상 작동하는 능력이 중요하다.
자율주행카메라는 차량의 눈 역할을 해 운전자나 보행자의 생명과 직결되는 제품인 만큼 이런 성능이 더욱 요구된다.
삼성전자는 기술적으로 차량용 이미지센서시장에서 싸울 준비가 된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아이소셀 오토 4AC에 ‘코너픽셀(Corner Pixel)’ 기술을 적용했다. 이 기술은 카메라의 사각지대를 최소화할 뿐만 아니라 밝기 차이가 큰 환경에서도 영상을 잔상 없이 선명하게 인식할 수 있도록 한다.
삼성전자는 차량용 부품 신뢰성 인증인 ‘AEC-Q100’ 인증을 통해 아이소셀 오토 4AC가 영하 40도~영상 125도의 환경에서도 작동이 보장된다는 점도 입증했다.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기술력을 통해 차량용 이미지센서 고객사를 수월하게 확보할 수 있다면 소니와의 격차를 빠르게 좁혀나갈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강용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