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전 총장의 장모 최아무개씨는 2일 의료법 위반과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사기 혐의로 1심에서 징역 3년을 받고 법정구속됐다.
윤 전 총장 측은 장모의 구속을 듣고 한 시간여 뒤에 곧바로 기자들에게 보낸 메시지를 통해 “그동안 누누이 강조해 왔듯이 법 적용에 누구나 예외가 없다는 게 소신”이라고 말했다.
장모를 옹호하거나 '정치 탄압' 논리를 전개할 것이라는 일각의 예측은 빗나갔다.
혐의가 어느 정도 구체적으로 드러난 일인 만큼 장모와 관련한 리스크를 서둘러 차단하고 정치적 피해를 최소화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다만 윤 전 총장이 공정과 법치를 정치적 자산으로 삼고 있는 만큼 이번 일로 정치적 타격은 불가피하다.
하지만 이번 일로 받을 정치적 상처는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 여당과 야당 경쟁후보들이 윤 전 총장을 공격하고 있지만 '연좌제'라는 한계가 있다. '친인척 관리'는 대통령의 중요한 덕목이지만 장모는 한 다리 건너 관계이다. 불법 행위는 친인척이라도 용서하지 않는다는 태도로 정면돌파할 가능성이 높다.
문제는 이번 일이 끝이 아닐 수 있다는 점이다.
장모의 구속을 시작으로 윤 전 총장 가족에 얽힌 여러 의혹을 두고 의심의 눈초리는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우선 장모 관련 의혹은 이번 구속건에 그치지 않는다.
최씨는 땅을 사는 과정에서 은행에 347억 원을 예치한 것처럼 잔고증명서를 위조한 혐의(사문서 위조 및 위조 사문서 행사, 부동산실명법 위반)로 따로 재판을 받는 중이다.
게다가 최씨는 노아무개씨로부터 추모공원 경영권을 빼앗는 데 공모했다는 의혹도 받는다. 노씨는 최씨를 횡령 및 사기, 사문서 위조 등의 혐의로 고소했다.
윤 전 총장에게 더 치명적일 수 있는 문제는 부인 김건희씨가 연루된 사건들이다. 장모 의혹은 법에 따라 처리해야 한다며 거리를 두면서 넘어갈 수도 있을지라도 의혹 당사자가 부인이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김씨는 수입차 판매기업 도이치코터스 주가조작에 관여했다는 의혹과 그가 대표를 맡고 있는 전시기획사 코바나컨텐츠의 각종 전시회를 주관하며 여러 대기업으로부터 보험성 협찬을 챙겼다는 의혹 등을 받고 있다.
만약 범죄사건에 부인이 얽혀 있다면 윤 전 총장도 경제공동체로서 책임이 있다는 추궁을 피하기 어렵다.
윤 전 총장의 검찰은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부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의 사모펀드 관련 의혹을 두고 '조 전 장관과 정 교수는 경제공동체'라는 논리를 폈다. 현재 정 교수는 사모펀드와 관련한 대부분 혐의에서 대법원으로부터 무죄를 확정받았다.
앞서 윤 전 총장은 박근혜 정부의 특검(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 사건 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수사팀장으로 이들을 수사한 바 있는데 이 때도 박 전 대통령과 최순실씨는 경제공동체란 논리를 폈다.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2일 최고위원회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윤 전 총장이 박 전 대통령과 최씨를 기소했을 때 썼던 논리가 경제공동체론, 묵시적 동의론이었다”며 “부인과 장모 관계에는 사실상 경제공동체 논리가 적용될 수 있는데 그런 처지에서 장모 유죄 판결에 관한 명확한 언급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치권은 이날 장모 구속이 ‘X파일’ 의혹의 포문을 열었다고 봤다. X파일에는 윤 전 총장의 장모와 부인을 둘러싼 각종 의혹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장모의 법정구속은 X파일 내용에 신빙성을 높이는 계기가 될 수 있다. 하나가 사실이라면 나머지도 사실일 수 있다면서 윤 전 총장에 대한 압박이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최근 윤 전 총장은 대선주자 지지도에서도 주춤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전날 발표된 엠브레인퍼블릭, 케이스탯리서치, 코리아리서치, 한국리서치 등 4개 여론 조사기관의 대선후보 적합도 공동 여론조사를 보면 윤석열 전 총장이 21%의 응답을 받았다. 지난주 조사보다 1%포인트 오른 수치다. 이 여론조사는 6월28~30일 사흘 동안 전국 성인남녀 1007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표본 오차는 95% 신뢰 수준에서 ±3.1%포인트다.
윤 전 총장의 정치참여 기자회견에 따른 이른바 컨벤션효과가 일부 반영된 여론조사였음에도 상승효과가 미미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이 조사에서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27%의 응답을 받았다. 자세한 조사 개요와 결과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윤 전 총장의 지지도가 주춤한 계기가 X파일 의혹이 불거지기 시작할 때부터라는 데는 정치권도 대체로 수긍하고 있다.
야권에서는 이전부터 윤 전 총장의 낙마에 대비한 ‘플랜B’도 거론되고 있다. 장모의 구속에 이어 X파일 의혹이 점차 수면 위로 오르면 앞으로 윤 전 총장이 더 난처한 처지에 몰릴 수도 있다.
'정치신인'인 윤 전 총장으로서는 정치를 시작하자마자 정치인이 받는 검증의 쓴 맛을 경험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류근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