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삼성전자에 따르면 미국 파운드리 투자지역을 텍사스주와 애리조나주, 뉴욕주 가운데 어떤 곳으로 정할 지를 놓고 고민하고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세 지역의 지방자치단체와 투자와 관련한 내용을 논의하고 있다”며 “아직 투자지역이나 투자시기 등과 관련해 결정된 것은 없다”고 말했다.
앞서 5월21일 김기남 부회장은 한국과 미국 정상회담의 비공식 경제인사절단으로 미국을 방문해 삼성전자가 미국에서 170억 달러(20조 원가량) 규모의 파운드리 투자를 진행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이 발표 뒤 한 달이 지난 현재까지도 삼성전자의 구체적 투자내용에 관한 발표가 없다.
삼성전자가 이미 파운드리공장을 운영하고 있는 텍사스주가 투자의 최유력 후보지로 꼽힌다. 그러나 다른 후보지들도 투자여건이 나쁘지 않다.
이에 김 부회장이 후보지역 지자체들과 투자요건을 세심하게 따져보는 데 시간을 들이고 있다는 시선이 나온다.
삼성전자가 텍사스주 오스틴에 보유한 파운드리공장에는 넓은 잔여 부지가 있다. 이 부지를 활용하면 파운드리 투자를 위해 땅을 추가로 구매할 필요가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텍사스주는 겨울에도 영상 10도 수준을 유지하는 등 기후가 온화한 지역이다. 이는 반도체 생산에서 중요한 물과 전기를 안정적으로 조달할 수 있다는 이점으로 이어진다.
삼성전자가 지난해 말~올해 초 텍사스주 한파로 전기가 끊겨 오스틴 파운드리공장에서만 3천억 원 이상의 손실을 보기는 했다. 다만 이 한파는 30년 만에 불어닥친 기록적 한파로 천재지변에 가까운 것으로 여겨진다.
텍사스주는 파운드리공장의 부지와 인프라가 모두 갖춰진 지역이라는 뜻이다.
다만 삼성전자가 텍사스주에서 20조 원에 이르는 대규모 투자를 진행할 때 세제혜택을 충분히 볼 수 있는지가 문제다.
2022년 텍사스 주정부의 ‘챕터313’ 조항이 만료된다.
챕터313은 오스틴시와 같은 자치구에 투자하는 기업에 부동산 및 설비의 재산세를 삭감해주는 규정이다. 텍사스주가 대규모 투자를 유치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월스트리트저널 등 외신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텍사스주정부에 제출한 투자의향서에 앞으로 20년 동안 8억550만 달러(9천억 원가량)의 세제혜택을 요청하는 내용을 담았다.
일각에서는 삼성전자가 챕터313이 만료된 뒤에도 세제혜택을 그대로 누릴 수 있도록 하는 조건을 놓고 텍사스주정부와 논의가 길어지고 있다는 말도 나온다.
삼성전자가 고려하는 다른 투자 후보지인 뉴욕주와 애리조나주는 최근 주정부 차원에서 투자유치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지역이다.
애리조나주는 올해 들어 인텔과 대만 TSMC의 파운드리 투자를 잇달아 유치하며 미국에서 신흥 반도체 허브로 떠오르고 있다. 주정부가 삼성전자에 1조 원 규모의 세제혜택을 약속한 것으로도 알려졌다.
뉴욕주는 반도체, 로봇, 태양광 등 산업의 생산시설들이 모인 첨단제조산업단지가 위치해 있다. 나이아가라폭포와 수력발전소가 있어 물과 전기를 조달하기도 용이하다는 점이 장점으로 꼽힌다.
김 부회장으로서는 텍사스주가 아닌 다른 지역도 나름의 강점을 보유한 만큼 신중하게 검토하는 것이 당연한 셈이다.
삼성전자는 현재 오너 이재용 부회장이 수감 중이다. 오너가 대규모 투자의 결단을 내리고 세밀하게 개입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에 놓여 있다.
때문에 삼성전자의 반도체사업을 이끌고 있는 김 부회장이 이 부회장의 역할을 일정 부분 대신할 것이라는 시선이 나온다.
삼성전자의 미국 파운드리 투자를 처음 공식화한 것도 김 부회장이다.
김 부회장은 5월 한미정상회담의 부속행사로 미국 상무부가 주최한 ‘한미 비즈니스 라운드 테이블’에서 “미국이 IT산업 발전에 대단히 중요한 반도체의 공급망을 확보하는 데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며 “170억 달러 규모의 파운드리 투자를 통해 미국 기업과 동반성장하며 혁신의 활로를 찾겠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강용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