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야권은 윤 전 총장의 X파일과 관련해 윤 전 총장을 엄호하는 동시에 정확한 실태 파악에 주력하고 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최고위원회의에서 X파일 논란을 두고 “지금 언급되는 내용은 사실이 아니거나 사실상 문제되지 않는 내용일 것이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내용 없이 회자되는 X파일은 국민들에게 피로감과 함께 정치권을 향한 짜증만 유발할 뿐”이라고 덧붙였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도 국민의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야권의 모든 양심적 세력들이 힘을 합쳐 여권의 야비한 정치공작을 분쇄하고 야권후보들을 지켜내야 한다”며 윤 전 총장 지키기 대열에 동참했다.
정치평론가인 장성철 공감과논쟁 정책센터소장은 19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윤 전 총장과 부인, 장모 의혹이 정리된 일부 문서 파일을 입수했다”며 “윤 전 총장에게 많은 기대를 걸었지만 이런 의혹을 받는 사람이 국민의 선택을 받는 일은 무척 힘들겠다는 게 고심 끝에 내린 결론”이라고 적었다.
장 소장은 “윤 전 총장이 정치출발 직후 며칠 안에 의혹들이 한두 개씩 툭툭 던져지면 결국 네거티브 공격을 해명만 하다 날 샐 것 같다”며 “출마 명분인 공정과 정의가 한 순간에 날라갈 것이다. 안 되는 것은 일찍 포기하는 게 낫다”고 덧붙였다.
장 소장은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의 보좌진을 지냈고 이른바 기획통으로 꼽힌다. 그의 말이 사실이라면 윤 전 총장의 대선 행보에 매우 치명적일 수밖에 없다.
사실과 다소 다르더라도 의혹이 완전히 해소되기는 어려울지 모른다는 얘기가 벌써부터 야권 안에서 나온다. 야권에서도 나온 얘기인 탓에 여권의 정치공작으로 몰고 가는 것도 한계가 있다.
윤 전 총장은 이제 막 정치를 시작하는 찰나에 캠프 내부의 혼선을 여과없이 보여주는 실책도 저질렀다.
윤 전 총장 캠프에서 대변인으로 일했던 이동훈 전 조선일보 논설위원은 20일 캠프에서 물러나기로 했다. 건강 등 일신상의 이유를 들었지만 캠프 내부의 불협화음 탓이란 시선이 더 많다.
이 전 논설위원은 18일 라디오방송에 나와 윤 전 총장이 국민의힘에 입당할 것이란 취지로 말했지만 당일 윤 전 총장이 직접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입당설을 강하게 부인했다. 이 전 논설위원이 경질됐다거나 적어도 캠프의 방향과 뜻이 맞지 않아 스스로 물러났다 해도 어색하진 않다.
하필 윤 전 총장이 27일경 대선 출마를 공식화하는 등 정치 활동을 제대로 시작할 무렵에 그의 용인술에 큰 의구심을 자아낼 수 있는 일이 벌어진 셈이다.
윤 전 총장이 처음 대선 조직을 갖추며 발탁한 사람이 대변인 2명인데 그 가운데 1명이 선임된 지 열흘 만에 물러났다. 이와 함께 캠프 내부에서 윤 전 총장의 정치적 거취와 관련한 의견 정리가 제대로 되지 않았다는 인상도 남겼다.
야권도 곤혹스런 모습이 감추지 못하고 있다. 야권의 압도적 대선주자인 윤 전 총장이 중심을 못 잡고 갈팡질팡을 거듭한다면 야권의 대선전략에 차질이 불가피하다.
물론 야권이 표면적으로는 윤 전 총장을 감싸고 있지만 일부에서는 만약의 사태를 대비한 플랜B를 진지하게 고민할 때가 됐다는 주장이 고개를 들고 있다.
현재 국민의힘은 지지도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여론 조사기관 리얼미터의 정당 지지도를 보면 ‘국민의힘을 지지한다’고 대답한 응답자가 39.7%로 집계됐다. 2016년 국정농단 사태 이후 최고치다. 민주당 지지도는 29.4%로 국민의힘에 오차범위 밖에서 뒤처지고 있다. 이 여론조사는 YTN 의뢰로 14~18일 닷새 동안 전국 18세 이상 2514명의 응답을 받아 이뤄졌다. 신뢰 수준 95%에 표본 오차는 ±2.0%포인트다.
국민의힘 간판으로 윤 전 총장이 아니라 다른 대선후보를 내도 승산이 있다고 기대할 만하다는 분위기가 형성될 수 있다. 과거처럼 당 밖 대선주자에게 목을 맬 이유도 적어진 셈이다.
야권 대선주자 인재풀도 전보다 넓어진 것으로 평가된다. 최재형 감사원장과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등이 대표적 대안으로 거명된다.
두 사람 모두 대선주자로 부각시킬 만한 ‘인생스토리’를 지닌 데다 윤 전 총장과 같은 의혹도 확인되지 않았다.
여론 조사기관 PNR리서치의 6월 3주차 대선주자 적합도 조사를 보면 최재형 감사원장은 4.5%의 응답을 받으며 순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윤 전 총장은 33.9%로 선두를 지켰지만 지난주보다 5.2%포인트나 낮아졌다.
비록 격차는 있지만 최 원장이 본격적으로 대선 무대로 뛰어들고 윤 전 총장이 X파일 등의 공세를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다면 윤 전 총장도 ‘대세론’이 한 순간에 사라질 수 있다.
이 여론조사는 머니투데이 더300 의뢰로 19일 하루 동안 만 18세 이상 1003명을 대상으로 진행했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다.
윤 전 총장도 그동안의 실수를 만회하기 위해 고삐를 죌 것으로 보인다.
이날 이석준 전 국무조정실장을 캠프에 받아들인 것도 그런 차원이란 시선이 나온다. 이 전 실장 인사는 대변인 인사를 제외한 첫 영입이다.
일각에서 윤 전 총장을 놓고 검사로서 제한된 경험만 지닌 탓에 대통령으로서 검증되지 않았다는 말도 나오는 만큼 국정실무를 총괄한 경험을 지닌 이 전 실장을 영입한 것으로도 풀이된다.
앞서 인용한 여론조사들과 관련해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참고하면 된다. [비즈니스포스트 류근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