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썸홀딩스 인수에 게임업계가 커다란 관심을 보이고 있다. 한국 게임회사의 맏형 격이라고 할 수 있는 넥슨이 유력 인수자로 거명되기도 한다.
넥슨은 예전부터 가상화폐에 관심이 많았다. 2017년 가상화폐거래소 코빗의 지분 60%를 사들였고 다음해에는 유럽의 가상화폐거래소 비트스탬프도 인수했다.
넥슨은 왜 가상화폐 거래소를 인수하려는 것일까? 넥슨의 주력사업인 게임과 가상화폐는 어떤 관계가 있는 걸까?
우선 가상화폐의 경제적 가치가 계속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거래소 인수를 통해 수수료 수익을 얻을 수 있다. 실제로 넥슨은 “가상화폐의 성장 가능성에 대한 투자일 뿐”이라며 게임과 가상화폐의 연관성에 선을 긋고 있다.
하지만 게임회사가 가상화폐에 투자하는 ‘진짜 이유’가 따로 있다는 이야기도 끊임없이 나온다. 게임회사가 예전부터 다뤄왔던 ‘게임머니’와 가상화폐 사이의 유사성 때문이다.
게임의 경제시스템은 대부분 게임머니라는 이름의 ‘데이터 쪼가리’를 통해 돌아간다.
현금은 ‘데이터’가 아니기 때문에 게임 내에서는 전혀 가치가 없다. 반대로 게임머니라는 데이터 쪼가리는 현실에서는 아무런 가치가 없다.
하지만 가상화폐는 다르다. ‘데이터’이자 ‘화폐’이기 때문에 데이터세상인 게임 안에서도, 현실에서도 모두 가치를 지닌다.
게임 안에서 통용되는 게임머니가 가상화폐로 대체된다면 어떻게 될까?
게임은 단순한 오락거리로서의 게임을 넘어 가상화폐를 통화로 사용하는 ‘플랫폼’으로도 기능하게 된다. 게임이 플랫폼으로 기능하게 되면 게임회사는 게임 내에서 발생하는 거래에서 수수료 수익도 거둘 수 있게 된다.
물론 지금도 대부분 게임사들은 사용자 사이 게임머니 거래에 수수료를 부과하고 있다. 하지만 게임머니는 화폐가 아니기 때문에 현재 게임회사들이 거둬들이는 수수료는 단순히 시중에 풀려있는 게임머니를 회수하는 기능만을 지니고 있다.
하지만 게임이 가상화폐를 통화로 사용하는 플랫폼으로서 기능하게 된다면 게임회사들은 이 수수료를 통해 직접적 수익을 거둘 수 있게 된다.
특히 넥슨이 가상화폐거래소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는 것을 살피면 게임에서 거래된 가상화폐가 현금화되는 과정에서도 넥슨은 수익을 낼 수 있게 된다.
좀 더 재밌는 이야기도 있다. 바로 NFT(대체불가능 토큰)이다.
데이터는 복사가 가능하기 때문에 ‘희소성’이 없다는 특징이 있다. 희소성은 경제적 가치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기 때문에 희소성이 없다는 말은 경제적 가치가 없다는 말과도 일맥상통한다.
하지만 대체불가능 토큰을 활용하면 데이터에 특정 코드를 심어 그 데이터를 ‘특별한 데이터’로 만들 수 있다. A라는 파일을 최초로 생성한 뒤 여기에 대체불가능 토큰을 적용한다면 이 파일이 몇 번 복사가 되더라도 최초로 생성됐던 그 파일만이 ‘진품’ 파일이 되는 셈이다.
이 개념이 게임에 활용된다면 게임 아이템 하나하나가 훨씬 더 큰 가치를 지니게 될 수 있다.
다 같은 운동화라도 마이클 조던이 신었던 운동화는 경매에서 훨씬 큰 값을 받게 되는 것처럼, 같은 A라는 무기라도 유명 프로게이머가 사용했던 A무기는 게임 내에 널려있는 A무기보다 더 커다란 가치를 지니게 된다. 가치가 높아지면 이익은 게임을 관리하는 게임회사도 같이 누릴 수 있게 된다.
최근 넥슨과 엔씨소프트 등 게임기업들이 가상현실세계, 메타버스에 커다란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데 메타버스가 현실을 대체하는 새로운 가상세계라는 것을 살피면 메타버스 안에서 경제를 구현하는 데에도 가상화폐와 대체불가능 토큰은 매우 중요한 개념으로 작용할 수 있다.
국산 메타버스 서비스의 대표격이라고 할 수 있는 네이버의 제페토를 보면 이미 나이키, 구찌 등 현실의 패션브랜드들이 제페토 내에서 그 브랜드의 이름을 쓰는 가상 아이템을 팔고 있다. 이미 현실경제가 가상경제 안으로 침투하고 있다는 뜻이다.
물론 지금까지 했던 이야기들은 게임경제가 그대로 현실경제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는 이야기이기 때문에 아직까지 규제 등 넘어야 할 산이 매우 많다.
실제로 게임에 가상화폐를 도입하려 했던 여러 게임들이 최근 게임물등급위원회로부터 분류 불가 판정을 받고 국내에서 게임을 운영할 수 없게 되는 사태도 발생했다.
넥슨을 비롯한 게임회사들이 가상화폐에 투자하면서도 ‘단순투자 목적’이라며 선을 긋고 있는 이유도 게임과 가상화폐가 연결됐을 때 발생할 수 있는 사행성 논란을 방지하기 위해서일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가상화폐, 블록체인 기술과 관련된 시장의 관심이 높아지고 세계적으로도 관련 규제를 풀기 위한 움직임이 계속 일어나고 있는 만큼 이와 관련된 규제가 빠른 시일 안으로 해결될 가능성도 있다.
우리가 지금은 상상할 수 없는 새로운 게임회사의 사업모델이 탄생할 날이 멀지 않았을지도 모를 일이다. [채널Who 윤휘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