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 대표는 이번 연설에서 “민주당이 2030 청년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지 못했다”며 “청년의 삶을 짓누르는 잘못된 구조를 바꾸겠다”고 말했다.
송 대표는 이날 대표연설을 통해 부동산과 백신, 반도체, 기후위기 대응, 한반도 평화 등 다섯 가지 과제를 강조했다.
하지만 무게중심은 청년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고시원 청년의 고달픈 일상, 공군 중사 성추행사건 등을 들면서 청년이라는 표현만 21번 사용했다.
이날 연설의 상당 부분을 할애한 부동산정책도 '누구나 집' 프로젝트를 통해 청년들의 주거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강조했다.
누구나 집 프로젝트는 무주택자와 청년, 신혼부부 등이 집값의 6~16%(거주권 6%, 분양권 10%)만으로 10년 동안 시세의 80~85% 수준의 임대료를 내며 거주하고 10년 뒤 최초 공급가격에 집을 분양받을 수 있는 제도다.
게다가 분양 뒤 발생하는 시세 차익을 사업시행자가 독점해왔던 분양전환 임대사업과 달리 사업주와 입주자가 시세차익을 공유할 수도 있다. 민주당은 인천·안산·화성·의왕·파주·시흥시 등 6개 지역에 1만785가구를 시범 공급하기로 했다.
송 대표는 "민주당 부동산특위는 수도권 6개 도시에 약 1만 세대의 누구나 집을 시범사업으로 건설해 청년과 신혼부부, 무주택자 서민에게 공급하기로 했다"며 "집값의 6%를 마련하면 일반 분양아파트와 동일한 수준의 집에서 살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죽어라 일해서 번 돈의 30~40%를 주거비로 내는 삶이 아니라 집값 상승분을 배당받으며 희망을 키워가는 청년기본소득시대를 만들겠다"고 덧붙였다.
특히 송 대표는 이날 청년 특임장관 신설이라는 카드를 꺼냈다. 청년들이 직접 정부를 향해 목소리를 낼 수 있는 통로를 만들고 근본적 해결책을 찾을 주체를 세우겠다는 것이다.
송 대표는 “청년 재난의 시대다. 저는 대통령께 청년문제를 총괄하는 청년 특임장관 신설을 제안한다”며 “파편적이고 단기적 청년정책이 아닌 장기적이고 종합적 대책이 필요하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그는 “청년장관직은 청년들의 주거, 일자리, 교육 등에 관한 종합적 지원은 물론 청년들이 정부와 소통할 수 있는 창구가 돼야할 것이다”고 덧붙였다.
특임장관은 대통령과 국무총리가 주는 ‘특별한 임무’를 수행하는 장관직이다. 기존 조직으로 대응하기 어려운 현안을 주로 다루기 위함이다.
과거 정부에서도 운영된 적이 있다.
김대중 정부에서 ‘정무장관’이란 명칭으로 운영됐다가 업무 중복과 비효율을 이유로 폐지됐다. 그 뒤 이명박 정부에서 ‘특임장관’이란 이름으로 부활했다.
주호영 전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이명박 정부에서 특임장관을 지냈다.
실제 주 전 원내대표는 지난해 5월 청와대 오찬 회동에서 문재인 대통령에게 특임장관 신설을 제안했다. 특임장관을 지낼 때 정부 입법 통과율이 4배 올랐다는 점을 근거로 꼽았다.
민주당도 지난해 제21대 총선에서 청년분야 공약으로 청년 특임장관 신설안을 공약으로 내걸었지만 이행되지 않았다.
송 대표가 청년 특임장관까지 제안하고 나선 것은 국민의힘의 '이준석 현상'의 영향이 크다는 풀이가 나온다. 야당이 청년층과 적극 소통하는 모습을 연출함에 따라 서둘로 대응책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야권은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전주혜 국민의힘 원내대변인은 “말에 그치는 변화와 혁신으로는 국민의 마음을 돌릴 수 없을 것”이라며 “천안함 최원일 전 함장을 비하한 당내 인사 징계를 외면하고 부동산투기 의혹 의원들에 관해 탈당 요구로 할 일을 다했다는 모습을 보인다”고 말했다.
이동영 정의당 수석대변인은 이날 국회 소통관 언론 브리핑을 통해 “청년을 호명하면서 퉁칠 것이 아니라 근본적이고 실질적 대책 마련을 촉구한다”며 “은폐된 진실 속에 죽어간 공군 ‘이 중사’의 이름을 부르고자 했다면 ‘군내 성폭력’을 뿌리뽑기 위한 국정조사나 특검을 수용하고 군 사법체계 개편 등 군 개혁방안을 말해야 했다”고 말했다.
실제 여권 내부에서도 청년 특임장관이라는 형식 안에 어떤 내용을 채워넣느냐가 핵심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민주당 한 관계자는 “청년특임장관 신설이라는 하나의 이벤트만으로 이준석 현상을 대항하는 성과를 당장 거두기는 어려울 수 있다”면서도 “그래도 주거문제, 군개혁 등 현안에서 성과를 꾸준히 쌓아가면서 내용을 채워가는 것이 우리 여당이 할 일이다”고 말했다.
송 대표는 이번주 안에 꾸려질 대선 기획단에 청년층을 대거 영입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동학(39) 청년 최고위원이 가장 먼저 꼽힌다. 이 최고위원은 하버드대학교 출신 엘리트인 이준석 대표와 달리 실업계 고교와 경기대 법학과 출신으로 아르바이트를 하다가 정치권에 뛰어든 흙수저다.
이에 앞서 송 대표는 '국민소통·민심경청 프로젝트'를 진행한 뒤 청년층에게 사과하기도 했다.
송 대표는 2일 조국 전 법무장관의 자녀입시 문제를 두고 “좋은 대학을 나와 좋은 지위와 인맥으로 서로 인턴을 시켜주고 품앗이 하듯 스펙 쌓기를 해 주는 것은 딱히 법률에 저촉되지 않는다 하더라도 그런 시스템에 접근조차 할 수 없는 수많은 청년들에게 좌절과 실망을 주는 일이었다”며 “민주당은 국민과 청년들의 상처받은 마음을 헤아리지 못한 점 다시 한 번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성보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