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이용구 전 법무부 차관의 택시기사 폭행사건 부실수사 의혹을 자체조사한 결과 외압이나 경찰 윗선의 개입은 없었다는 결론을 내렸다.
서울경찰청 청문·수사 합동진상조사단은 9일 이 전 차관사건과 관련한 수사에 외압과 윗선 개입이 없었다는 자체적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당시 사건을 담당한 서울 서초경찰서 수사관 A경사는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특수직무유기 혐의로 검찰에 송치하기로 했다.
경찰은 A경사가 사건 5일 뒤인 2020년 11월11일 폭행 당시 상황이 담긴 택시 블랙박스 영상을 확인하고도 압수나 임의제출 요구 등 적절한 조치를 하지 않았고 이를 상부에 보고하지도 않았다고 판단했다.
이 사건은 이튿날인 12일 내사종결 처리됐다.
A경사는 그로부터 한 달여 뒤 12월 말 언론보도 이후 경찰이 진상 파악에 나선 뒤에도 영상의 존재를 알았다는 사실을 보고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진상조사단은 이 전 차관을 비롯해 A경사의 상급자였던 당시 서초경찰서장과 형사과장, 형사팀장 등 91명을 조사해 사건 처리 과정에 외압이나 청탁이 있었는지 살폈으나 이를 의심할 만한 정황을 확인하지 못했다고 했다.
이 전 차관과 서초서 관계자 등의 통화내역 8천여 건 분석, 휴대전화·사무실PC 디지털포렌식, 폐쇄회로TV(CCTV) 확인 등에서도 의심스러운 부분이 발견되지 않았다고 했다.
다만 서초서장과 형사과장, 팀장의 보고 과정에서 문제가 될 소지가 있었던 것으로 보고 감찰조사를 진행하기로 했다.
이들은 이 전 차관이 초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장 후보로 거론된다는 사실을 알았음에도 이후 진상 파악 과정에서 “평범한 변호사로 알았다”고 윗선에 허위보고한 것으로 드러났다.
진상조사단은 이 사건이 경찰청 훈령 범죄수사규칙상 보고대상 사건임에도 서초서가 상부에 보고하지 않은 점도 문제가 있다고 봤다.
당시 서초서장 등은 상급기관인 서울청 수사부서에 사건을 보고하지 않은 이유를 놓고 “서초동 쪽에 변호사사건이 너무 많아 보고하지 않았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진상조사단은 이 전 차관이 택시기사와 합의한 뒤 연락해 폭행상황이 담긴 영상 삭제를 요청한 점 등은 증거인멸교사 혐의가 인정된다고 봐 함께 검찰에 송치할 방침을 세웠다.
애초 피해자였던 택시기사도 요청 이후 영상을 삭제한 정황이 확인돼 증거인멸 혐의로 송치하되 삭제가 이 전 차관의 요청에 따른 행위였던 점 등을 고려해 정상참작 사유를 명시하기로 했다.
경찰은 2020년 말 언론보도로 의혹이 불거지자 올해 1월 서울청에 진상조사단을 설치해 4개월여 동안 감찰과 함께 수사를 진행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류근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