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전 총장이 현충일 하루 앞둔 5일 현충원을 참배하고 방명록에 “희생한 분들이 분노하지 않는 나라를 만들겠다”고 적었다.
지난 1월 검찰총장으로서 ‘바른 검찰을 만들겠다’고 적은 것을 떠올려 보면 '나라 만들기'에 나선 셈이다. 대선 출마 의지를 명확히 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그는 6일 현충일을 맞아 천안함 생존자 전준영씨를 만났다.
윤 전 총장은 이날 대전 유성구의 전씨 자택을 찾아 “천안함 피격 사건은 대한민국이 여전히 전쟁의 위협에 노출된 분단국가임을 상기시키는 뼈아픈 상징”이라며 “안보가 위태로운 나라는 존속할 수 없고 경제와 민주주의 모두 튼튼하고 강력한 안보가 담보되어야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는 “그들을 잊지 않아야 하는 이유는 목숨을 걸고 이 나라를 지켜야 할 사람들에게 '끝까지 함께 한다'는 믿음을 주기 위한 것이다”며 “내가 국립현충원 방명록에 '희생한 분들이 분노하지 않는 나라를 만들겠다'고 쓴 이유”라고 덧붙였다.
윤 전 총장의 이번 행보를 두고 안보를 중요시하는 보수 지지층의 결집을 유도하면서 동시에 안보를 정책 브랜드를 삼으려는 움직임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안보분야에서 더불어민주당 쪽과 대척점에 서며 색깔을 분명히 하고 있다는 것이다.
윤 전 총장은 지난 3월 검찰총장을 사퇴한 뒤 줄곧 전문가들을 만나왔다.
일각에서는 ‘대선 수업’이라 봤지만 공개 행보만 따져보면 일정한 대국민 메시지가 있다는 평가가 가능하다. 주로 문재인 정부의 약점을 꼽히는 ‘경제’와 ‘청년’ 문제에 집중했다.
윤 전 총장은 지난 5월17일 문 대통령의 방미 출국(19일)을 앞두고 서울대 반도체공동연구소를 찾아 반도체 연구·개발현장을 둘러봤다.
미국과 중국 반도체 패권경쟁이 벌어지는 가운데 반도체 수급 대란으로 국내 자동차 생산까지 중단되는 상황에서 이른바 미래산업 현장을 직접 찾은 것이다.
서울대 반도체공동연구소장을 지낸 정덕균 석좌교수는 5월19일 동아일보 통화에서 “반도체산업 분야의 인력을 확충해야 한다는 점 등 현장에서 느끼는 애로사항을 말씀드렸다”고 말했다.
윤 전 총장은 지난 5월24일 2030세대 정보기술 스타트업 창업자들 만나 블록체인과 컴퓨터 프로그래밍 분야에 관한 대화를 나누기도 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 청년 기업가들에게 “4차산업시대에서는 컴퓨터와 소통하는 프로그래밍(코딩) 능력이 필수적”이라며 “초등학생뿐만 아니라 공무원들에게도 코딩 교육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윤 전 총장은 ‘정책을 입안하고 국민들을 설득하기 위해서는 데이터에 기반한 조사가 이뤄져야 하는데 데이터를 추출하고 분석하기 위해서는 컴퓨터와 소통하는 프로그래밍 능력이 필수적’이라는 의견도 냈다.
윤 전 총장은 5월 말에는 유명 건축가인 유현준 홍익대 건축학부 교수를 만나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 투기 사태 등을 논의했다. 획일화된 아파트 문화 개선, 부동산 재건축 문제에 관한 의견도 주고 받았다.
그는 이 자리에서 토지주택공사 사태의 원인을 두고 “독과점구조는 폐단이 생길 수밖에 없다”며 “한쪽으로 권력이 집중되는 것은 시장에 반하는 것이기 때문에 경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윤 전 총장은 1일 ‘골목길 경제학자’로 알려진 모종린 연세대 국제대학원 교수와 서울 연희동 골목상권을 찾았다. 그는 골목상권 문제를 청년실업문제와 연결지었다.
그는 “골목상권 개발에도 독특한 문화가 우선시 돼야 한다. 골목상권 주인공은 청년이 돼야 한다. 서울 연희동처럼 골목상권이 뜨게 되면 자연스럽게 그 지역 소상공인도 행복해지고 지방경제도 살아날 것이다”고 말했다.
이 밖에 윤 전 총장은 김형석 연세대 명예교수, 정승국 중앙승가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김성한 고려대 국제대학원 교수, 권순우 한국자영업연구원장 등과 만나 노동, 외교·안보, 경제 분야에 관한 의견을 교환한 것으로 전해졌다.
여권의 반응은 싸늘하다.
김남국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6일 페이스북을 통해 "이제 막 반도체공장을 견학 다니며 공부를 시작한 윤석열 전 총장을 보면 불안하다"며 "불과 10개월을 앞두고 대통령이 되겠다고 경제, 외교, 안보, 교육 등 복잡한 사회현안을 벼락치기로 수박 겉핥기식으로 공부하는 모습에서 진정성보다는 준비 부족과 실력 부족만을 느끼게 된다"고 비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성보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