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조만간 삼성전자, 삼성디스플레이, 삼성SDI, 삼성전기 등 4개 회사의 삼성웰스토리 부당지원행위와 관련한 제재 수위를 결정하는 심의를 연다.
공정위는 4개 법인은 물론이고 최지성 전 삼성 미래전략실 부회장과 정현호 삼성전자 사업지원TF(태스크포스)장 사장 등 과거 삼성 미래전략실에서 근무했던 전현직 임원 4명을 함께 고발할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5월 삼성그룹에 이런 내용을 담은 심사보고서를 보내기도 했다.
삼성 미래전략실은 삼성그룹의 경영전략을 총괄하는 역할을 하던 조직이다. 현재는 해체됐으며 삼성전자 사업지원TF가 삼성그룹 전자계열사들의 현안을 조율하는 역할을 하며 미래전략실의 기능을 일부 계승했다.
공정위가 미래전략실 출신 전현직 임원들의 고발방침을 세운 것은 삼성웰스토리 일감 몰아주기의 기획 주체를 미래전략실로 보고 있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이는 삼성웰스토리가 삼성물산의 100% 자회사로 이재용 부회장의 제일모직-삼성물산 부당합병 의혹 재판과도 연결점이 있는 계열사라는 점에서 의미가 적지 않은 것으로 분석된다.
삼성물산 부당합병 재판의 주요 쟁점 가운데 하나는 삼성에버랜드와 제일모직,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연쇄 합병 등 내용이 담긴 ‘프로젝트G’ 문건이다.
프로젝트G 문건은 2012년 작성됐다. 검찰은 미래전략실이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위해 문건 작성을 주도했다고 보는 반면 이 부회장 측은 문건이 전반적 지배구조 개선안에 불과하다고 맞서고 있다.
5월6일의 2차 공판, 5월20일의 3차 공판, 6월3일 4차 공판에 프로젝트G 문건 작성 당시 자문역할을 맡았던 전직 삼성증권 직원이 연달아 증인으로 출석해 신문을 받는 등 검찰과 변호인단의 대립이 치열하다.
이 부회장은 삼성에버랜드의 대주주로 2014년 제일모직과 삼성에버랜드의 합병, 2015년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을 거쳐 삼성물산의 지분 16.4%를 보유한 최대주주가 됐다. 삼성물산을 통해 그룹의 핵심 삼성전자를 간접적으로 지배할 수도 있게 됐다.
이 과정에서 삼성웰스토리의 성장은 2014년 삼성에버랜드와 제일모직의 합병에서 삼성에버랜드의 기업가치를 높게 평가받을 수 있도록 해 이 부회장이 제일모직의 대주주에 오를 수 있었던 요인이 됐다.
삼성웰스토리는 에버랜드 외식사업부가 물적분할돼 설립된 회사로 삼성에버랜드의 100% 자회사였다.
분할 당시였던 2013년 12월 한 달 동안의 영업이익이 9억 원에 그쳤으나 삼성그룹 계열사들의 구내식당 일감을 수의계약 형태로 받아 2014년에는 영업이익이 1175억 원까지 급증했다.
2015년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에서는 제일모직의 자회사 삼성바이오로직스가 2014년 삼성웰스토리의 역할을 하며 제일모직의 기업가치를 높게 평가받도록 하는 데 기여했다. 물론 삼성웰스토리도 제일모직의 기업가치를 높이는 데 힘을 보탰다.
공정위는 삼성그룹의 삼성웰스토리 일감 몰아주기 문제만을 조사한 것일 뿐 연쇄 합병과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 문제를 겨냥하는 것은 아니다. 미래전략실 임원들을 고발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옛 미래전략실이 삼성웰스토리의 성장을 기획했다는 공정위 판단이 미래전략실이 연쇄 합병을 통해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 과정을 기획했다는 검찰의 논리에 힘을 더해줄 가능성은 충분하다.
이 때문에 삼성물산 합병 관련한 재판에서 이 부회장 측에 부정적 영향이 미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앞서 공정위로부터 법인 고발방침이 세워진 삼성그룹 4개 계열사는 5월12일 삼성웰스토리 일감 몰아주기 문제와 관련해 동의의결 절차를 신청했다.
동의의결은 공정거래법을 위반한 사업자가 스스로 소비자나 거래 상대방의 피해를 구제하기 위한 시정방안을 제안하면 공정위가 이해관계자들의 의견 수렴을 거쳐 위법 여부를 확정하지 않고 사건을 종결하는 제도다
당시 경제개혁연대는 자료를 내고 “이 부회장은 국정농단사건으로 수감된 채 삼성물산 합병 관련 재판을 받고 있다”며 “공정위 제재로 이 부회장의 관여 여부나 사적 이익 추구 여부가 부각될 수밖에 없는 만큼 삼성이 전략적으로 동의의결을 신청했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 부회장의 사면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삼성 측으로서는 삼성웰스토리 문제가 제재의 형태로 부각되는 것이 달가울 리 없다.
글로벌 반도체 공급부족현상과 코로나19 백신 수급난이 지속되면서 삼성의 오너 이 부회장이 재계 리더로서 역할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2일 청와대 상춘재에서 4대그룹 총수 및 최고경영자들과 만나 이 부회장의 사면을 건의받기도 했다.
김기남 삼성전자 DS부문 대표이사 부회장이 ‘반도체는 대형 투자결정이 필요한데 총수가 있어야 의사결정이 신속해진다’며 사면의 필요성을 꺼내자 문 대통령은 “고충을 이해한다”며 “지금은 경제상황이 이전과 다르게 전개되는 만큼 기업의 대담한 역할이 요구된다는 것도 잘 알고 있다”고 대답했다.
▲ 시민단체들이 2일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사면 및 가석방 논의를 중단할 것을 요구하는 퍼포먼스를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문 대통령의 이런 말에서는 이 부회장의 사면을 둘러싼 분위기가 이전과는 확연히 달라졌다는 점이 감지된다.
4월26일 한국경영자총협회, 대한상공회의소, 한국무역협회, 중소기업중앙회, 한국중견기업연합회 등 경제5단체 회장들이 청와대에 이 부회장의 사면 건의서를 냈을 때만 해도 청와대는 사면을 검토한 바 없으며 검토할 계획도 없다는 태도를 보였다.
이 부회장 사면을 놓고 삼성물산 합병 관련한 재판도 반대 목소리의 근거로 작용하고 있다.
국정농단사건으로 수감된 이 부회장을 사면하게 되면 합병 관련한 재판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것이다. 참여연대와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경제개혁연대, 경제민주주의21 등 시민단체들은 이 점을 들어 이 부회장을 사면해서는 안 된다는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공정위의 삼성웰스토리 제재가 합병 관련 재판으로 불똥이 튀면 사면론은 더욱 부담을 안게 될 수도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강용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