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 부회장은 올해 들어 야구단 SSG랜더스, 여성패션숍 W컨셉을 인수하는 등 인수합병(M&A)에 공격적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이베이코리아의 기업가치가 5조 원, 요기요의 가치는 1조 원 정도로 평가되고 있는 만큼 최종적으로는 2곳 가운데 하나를 선택할 공산이 크다.
이마트가 보유한 자금은 2020년 말 기준 현금과 현금성자산, 단기금융상품을 합쳐 약 1조4276억 원으로 이베이코리아와 요기요를 모두 인수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정 부회장은 여전히 이베이코리아 인수를 1순위로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베이코리아는 국내 이커머스시장에서 점유율 12%를 차지하고 있는 만큼 인수에 성공한다면 당장 2.5%에 불과한 SSG닷컴의 점유율을 단숨에 2위까지 끌어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국내 이커머스 1위는 점유율 17%의 네이버이고 2위는 점유율 13%인 쿠팡이다.
유통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베이코리아가 운영하는 G마켓, 옥션, G9이 성장성에 의문은 있지만 이만큼 한 번에 시장 점유율을 높일 수 있는 매물은 다시 나오기 힘들다”며 “이커머스 후발주자인 신세계그룹과 롯데그룹은 이베이코리아 인수에 적극적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자금력과 인수 의지 등에서 이마트보다 롯데쇼핑이 앞서고 있다는 말이 유통업계에서 나온다.
롯데쇼핑은 올해 4월 회사 공모채 발행과 서울 잠실 롯데월드타워 지분 매각 등을 통해 약 1조2250억 원의 자금을 마련했다. 2020년 말에도 5개 매장과 물류센터 부지 등을 롯데리츠에 매각해 7300억 원을 확보했다. 또 통합온라인몰 ‘롯데온’의 새 수장으로 나영호 전 이베이코리아 전략사업본부장을 영입하기도 했다.
이마트도 4월 약 5천억 원 규모의 공모채를 발행했지만 이 가운데 3800억 원은 자금 만기가 도래한 채권 상환에 사용돼 이베이코리아 인수에 활용될 수 있는 자금은 많지 않다.
박은정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이베이코리아는 이커머스시장에서 경쟁력이 저하되고 있고 인수 뒤 시너지 효과도 불확실하다”며 “이마트 등이 이베이코리아 본입찰에 참여할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다”고 말했다.
정 부회장이 이베이코리아 대신 요기요를 인수한다면 물류와 배송 측면을 강화할 수 있다.
특히 요기요는 주문한 물품이 구매자에게 직접 배송되는 마지막 단계인 라스트마일 배송에 특화돼 있다는 점에서 정 부회장이 관심을 보이고 있다.
라스트마일은 배송기사, 배송물품의 수량, 배송 속도, 배송 제품 상태 등의 영향으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데 배송단계 가운데에서도 가장 비효율적이며 비용도 많이 드는 구간이다. 따라서 향후 배송 경쟁력은 라스트마일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개선하느냐에 달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SSG닷컴은 현재 이마트의 오프라인 물류거점을 활용해 새벽배송 등의 서비스를 강화하고 있는데 라스트마일 배송에 강점을 갖춘 요기요까지 인수하면 골목 구석구석까지 더 빠르고 정확하게 상품을 배송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게다가 당초 유력 후보자로 꼽히던 네이버, 카카오, 쿠팡, 롯데쇼핑 등이 예비입찰에 참여하지 않으면서 SSG닷컴이 의지만 있다면 인수전에서 충분히 승산이 있다.
다만 요기요와 당장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부분이 많지 않다는 시각도 있다. 요기요는 아직 단순 배달대행서비스업체로 편의점 이마트24와 외식사업을 하는 신세계푸드 등 정도만이 요기요와 연계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최근 배송에서 라스트마일의 중요성이 특히 부각되고 있는 추세여서 SSG닷컴도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부분을 들여다보기 위해 요기요 예비입찰에 참여한 것으로 안다”며 “다만 요기요의 예상 매각가격이 1조 원이 넘는 만큼 이마트가 이베이코리아 본입찰에 참여한다면 SSG닷컴이 요기요 본입찰에 참여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