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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삼성엔지니어링 유상증자에 참여하는 자금을 마련하는 방안으로 삼성SDS 지분 일부를 매각하는 쪽을 선택해 주목받고 있다.
삼성SDS는 이재용 부회장이 최대주주여서 이 부회장이 삼성그룹의 경영권 승계에 삼성SDS 지분을 활용할 것으로 여겨졌다. 이 부회장은 삼성SDS 지분을 담보로 대출을 받을 수 있었는데도 삼성SDS 지분을 매각했다.
이재용 부회장은 29일 삼성SDS 주식 158만7천 주(지분 2.05%)을 시간외 대량매매(블록딜) 방식으로 처분했다.
처분가격은 전일 종가인 26만1천 원에 7.85%의 할인이 적용된 주당 24만500원이다. 이 부회장은 이번 블록딜로 3817억 원의 현금을 확보했다.
이 부회장은 이 자금을 삼성엔지니어링 유상증자에 참여하는 데 사용한다. 이 부회장은 지난해 삼성엔지니어링 유상증자에 최대 3천억 원까지 참여하겠다고 밝혔다.
이 부회장이 삼성SDS 지분을 처분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부회장의 삼성SDS 지분 매각은 다소 의외의 행보로 여겨진다.
지금까지 이 부회장의 삼성SDS 지분은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관측됐기 때문이다.
삼성그룹이 삼성SDS 기업가치를 키운 뒤 삼성전자 혹은 삼성물산과 합병을 시도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기도 했다.
이런 점을 고려할 때 이 부회장이 삼성SDS 지분을 매각하고 삼성엔지니어링 지분을 취득하려는 것은 의미심장한 대목으로 읽힌다.
특히 이 부회장이 유상증자 자금 마련을 위해 주식담보대출 등의 방법을 선택하지 않고 삼성SDS 지분 처분을 선택한 것을 놓고 여러 해석이 나온다.
물론 이 부회장이 삼성엔지니어링 증자에 참여하는 자금을 마련하는 데 '정정당당한' 방법을 쓰는 것이 좋다고 생각했고 이를 위해 지배구조에서 직접 영향력이 없는 삼성SDS 지분을 매각하는 쪽을 선택했을 수 있다.
이 부회장이 삼성SDS 지분보다 삼성엔지니어링 지분의 미래가치가 더 높다고 판단했을 것이라는 추측도 나온다. 그만큼 삼성엔지니어링의 회생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는 것이다.
삼성그룹 지배구조 재편이라는 측면에서도 삼성SDS보다 삼성엔지니어링 지분을 보유하는 쪽이 더 활용도가 높다고 판단했을 수도 있다.
일각에서 삼성물산과 삼성엔지니어링을 합병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삼성물산과 삼성엔지니어링을 합병하면 플랜트사업에서 시너지를 낼 수 있다. 이전부터 삼성그룹이 건설사업을 통합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기 때문에 충분히 가능한 시나리오로 받아들여진다.
이는 삼성SDS를 삼성전자 혹은 삼성물산과 합병하는 것보다는 훨씬 명분을 확보할 수 있다.
이 부회장이 삼성엔지니어링 지분을 얼마나 확보하게 될지는 현재로서 미지수다. 이 부회장은 일반공모에 참여하기 때문에 기존주주들이 증자참여를 포기해 실권주가 발생해야 지분을 확보할 수 있다.
삼성엔지니어링은 1조2652억 원의 유상증자를 계획하고 있는데 이 부회장이 3천억 원을 참여할 경우 최대 발행주식의 23.7%를 확보할 수 있게 되고 이 부회장은 유상증자 후 삼성엔지니어링 지분 18.9%를 보유하게 된다.
삼성SDS와 삼성엔지니어링 주가는 크게 엇갈렸다.
삼성SDS 주가는 29일 전일보다 15.13% 하락한 22만1500원으로 장을 마감됐다. 삼성SDS는 장중 한때 21만9500원까지 떨어져 52주 신저가를 기록했다.
반면 삼성엔지니어링 주가는 전일보다 13.96% 오른 1만2650원으로 장을 마쳤다. 삼성엔지니어링 주가는 신주인수권 발행 이후 약세를 나타내왔는데 모처럼 큰 폭으로 반등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