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정보통신(IT)업계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5G통신 인프라가 구축되면서 산업현장뿐 아니라 일상의 다양한 생활영역에서 로봇의 활용도가 높아지고 있다.
초저지연, 초고속 특성을 지닌 5G 네트워크시스템 덕분에 자율주행, 사물인터넷(IoT) 등 로봇 구동에 필요한 기술을 구현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여기에 코로나19 확산으로 비대면서비스 수요가 늘어나면서 서비스로봇시장이 빠르게 개화하고 있다.
KT는 구 사장의 의지에 따라 로봇분야에서 로봇 제조사와 수요자를 연결해주고 로봇의 판매, 컨설팅, 운영 등을 아우르는 서비스를 종합적으로 제공하는 플랫폼사업을 준비하고 있다.
산업용 로봇이 중심이었던 기존의 로봇시장에서는 플랫폼사업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배송과 물류 등 소매유통, 식음료서비스, 의료 및 헬스케어, 돌봄 등 일상생활분야로 확장되면 잠재력은 무궁무진해진다.
KT는 우선 배송, 돌봄 및 푸드테크, 물류 등 3개 분야를 중심으로 한 플랫폼을 통해 다양한 서비스로봇을 단계적으로 선보인다는 계획을 세워뒀다. 방역, 소독, 바리스타로봇 등 영역으로 사업 확장도 구상해뒀다.
KT 관계자는 “지금까지 로봇사업은 제조사가 로봇을 만들어서 공장 등 필요한 곳에 공급하는 공급자 중심의 방식이었다”며 “반면 KT는 로봇 제조사와 전략적 제휴를 통해 로봇시장 생태계를 구축하고 여기에 KT의 5G 네트워크 기술 등을 얹어 각 수요자가 원하는 맞춤형 로봇을 제공하겠다는 것이다”고 말했다.
예를 들면 지금까지 물류로봇이 대부분 도로에서 가로로 움직이는 로봇으로 만들어졌다.
그런데 고객이 크레인타워에서 위아래로 움직이며 일하는 로봇이 필요하다고 하면 KT의 로봇 플랫폼에서 컨설팅을 먼저 받은 뒤 이를 토대로 KT가 제조사와 협업해 수직형 물류로봇을 개발해 제공하는 방식이다.
5G인프라 등을 보유한 통신기업들에게 로봇 플랫폼사업은 새로운 먹거리로 떠오르고 있다.
미국의 통신기업 버라이즌도 올해 2월 오스트리아 로봇 스타트업 ‘인큐브드IT’를 인수했다. 인큐브드IT는 로봇관리 플랫폼과 최적화기술을 제공하는 기업이다.
버라이즌은 5G, 에지컴퓨팅기술 등을 인큐브드IT의 플랫폼과 결합해 기업 고객들에게 로봇관리 솔루션 등을 제공하는 사업을 추진한다.
구 사장은 로봇분야를 5G, 인공지능과 결합해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영역으로 꼽고 로봇사업의 잠재력에 주목해왔다.
구 사장은 로봇 제조기업과 전략적 제휴, 로봇 관련 기술기업에 투자를 비롯해 로봇분야 전문인력 영입에 적극적으로 나서며 KT의 로봇분야 역량 키우기에도 힘을 쏟았다.
구 사장이 KT 대표에 오른 뒤 실행한 첫 전략적 투자도 로봇분야였다.
구 사장은 2020년 6월 현대로보틱스에 500억 원을 투자해 지분 10% 확보했다. 그 뒤 현대로보틱스와 호텔, 레스토랑 등에서 활용할 수 있는 식음료 서빙로봇, 청소와 보안기능 탑재한 청소로봇 등을 함께 개발하고 있다.
2020년 10월에는 KT 내부에 인공지능 로봇사업 전담조직인 AI로봇사업단을 만들어 각 부서에 흩어져 있던 로봇사업을 하나의 조직으로 통합했다. AI로봇사업단은 현재 올해 상반기 출시를 목표로 어린이와 노인들에게 돌봄서비스를 제공하는 반려로봇을 개발하고 있다.
올해 1월에는 로보틱스분야 세계적 권위자인 데니스 홍 미국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대학 교수가 KT 자문위원으로 합류했다. 구 사장은 KT 융합기술원에 새롭게 만든 인공지능사업 연구소장에는 한화테크윈 로봇사업부 인공지능 개발팀장 등으로 일한 배순민 전 네이버 인공지능 리더를 영입했다.
구 사장은 2021년 신년사에서 디지털플랫폼기업으로 도약을 위해 로봇 등 신사업분야에 도전해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박혜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