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GS리테일이 시범운영하고 있는 통합온라인 애플리케이션 ‘마켓포’를 살펴보면 GS 색깔을 최대한 배제하는 등 경쟁 유통사의 온라인몰인 SSG닷컴, 롯데온과 차별화된 전략을 펼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마켓포라는 이름에 GS를 연상할 수 있는 단어가 포함되지 않은 것처럼 앱에서도 GS를 연상할 수 있는 로고나 이름을 찾아보기 힘들다. 상품을 검색한 뒤 ‘이 상품은 GS숍 상품입니다’라는 문구를 봐야 GS 브랜드를 확인할 수 있을 만큼 브랜드 노출을 최소화했다.
이는 SSG닷컴이나 롯데온이 온라인몰 이름이나 앱 구성에서 각각 신세계와 롯데를 강조한 것과 상반된다.
GS리테일 관계자는 “마켓포는 현재 시범운영되고 있어 콘셉트나 방향성 등이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며 “7월 GS홈쇼핑과 합병과 동시에 정식서비스가 시작되면 자세한 내용을 말할 수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마켓포는 앱 디자인뿐만 아니라 운영에서도 SSG닷컴이나 롯데온과 다른 길을 가고 있다.
마켓포는 오픈마켓을 운영하지 않는 대신 검증된 외부 온라인 전문몰이 입점하는 방식을 선택했다. 마켓포가 중점적으로 강화하고 있는 신선식품분야에서 영세업체들을 모두 관리하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오픈마켓이란 인터넷에서 판매자와 구매자를 직접 연결해 자유롭게 물건을 사고 팔 수 있는 곳을 말한다. 롯데온은 2020년 4월 출범과 동시에 오프마켓사업을 진행하고 있고 SSG닷컴도 오픈마켓 도입을 앞두고 있다.
반면 마켓포는 동원F&B의 반찬 배송업체 ‘더반찬’, 수산물 전문 이커머스 ‘얌테이블’을 유치하는 등 제품의 신뢰성 강화에 더 초점을 맞추고 있다. 온라인 신선식품에서 후발주자인 만큼 당장 사업규모를 키우는 것보다는 소비자들이 믿고 구매할 수 있도록 일관된 품질을 확보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특히 허 부회장은 마켓포의 배송 측면에서 기존 온라인몰과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
마켓포에 입점한 전문몰에서 제품을 구매한 소비자는 GS리테일 제품과 함께 배송받을 수 있는 '합배송'이 가능하다. 예를 들어 소비자는 GS프레시몰, 달리살다, 심플리쿡 등 다른 판매자로부터 물건을 구매해도 한 번에 받을 수 있으며 결재금액이 4만 원 이상이면 배송은 무료가 된다.
합배송이 가능한 것은 전국 1만4688개의 GS25 매장과 320여 개의 GS더프레시 매장이 배송기지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롯데온, SSG닷컴은 아직 합배송시스템을 도입하지 못했다.
또 GS리테일은 편의점 GS25를 거점으로 하는 근거리 배송에서 차별적 경쟁력이 부각될 것으로 전망되다. 최근에는 GS리테일과 합병을 앞둔 GS홈쇼핑이 배달 대행서비스업체 ‘부릉’ 지분 19.53%를 인수하기도 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GS리테일이 배송 경쟁력만으로 후발주자의 한계를 극복하기는 쉽지 않다는 분석도 나온다.
▲ 마켓포 애플리케이션 화면.
마켓포가 중점을 두고 있는 신선식품은 SSG닷컴, 마켓컬리 등 기존 업체들이 치열하게 경쟁을 벌이고 있는 시장이다. 편의점 중심의 GS리테일이 시작부터 신선식품을 겨냥한 마켓컬리, 대형마트를 모회사로 두고 있는 SSG닷컴과 비교해 경쟁우위에 있기 쉽지 않다.
또 올해 7월 마켓포가 정식 출범한 뒤 기존의 GS샵 온라인몰, GS프레시몰 등이 그대로 운영되는 점도 마켓포 성장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
롯데그룹이 온라인몰 롯데온을 출시했음에도 불구하고 통합 시너지를 내지 못했던 것은 롯데백화점, 롯데하이마트 등 기존 온라인몰을 그대로 운영했던 탓이 컸다.
다만 GS그룹에서 가장 많은 가입자를 확보하고 있는 GS샵 온라인몰이 마켓포와 달리 오픈마켓 형태 위주인데다 식품보다는 생활용품, 의류 등을 주로 팔기 때문에 각 플랫폼의 매출 잠식 부작용은 적을 것으로 예상된다.
남성현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GS그룹은 GS홈쇼핑 모바일커머스(GS샵)를 통해 온라인시장에 대응을 하고 있었지만 홈쇼핑을 기반으로 사업영역을 하는 구조이기 때문에 경쟁력을 높이기에는 한계가 있었다”며 “GS리테일은 편의점이라는 최적화된 거점망을 활용할 수 있는 만큼 기존 업체가 갖추지 못한 경쟁력으로 모바일 커머스시장에 안착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