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화기업이 본업인 목재사업 실적을 발판삼아 신사업인 2차전지 전해액사업 확장에 박차를 가한다.
승명호 동화그룹 회장은 목재가격 상승과 판매량 증가로 1분기 실적이 크게 증가하면서 투자 확대에 따른 재무부담을 덜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25일 동화기업 안팎의 말에 따르면 올해 말 SK이노베이션 조지아 2공장 전해액 공급을 위한 현지공장 증설에 나선다.
동화기업은 1948년 설립된 국내 1위 목재 가공기업이다.
승명호 회장은 지난해 동화일렉트로라이트의 모체인 파나스이텍을 인수하면서 2차전지 소재사업에 뛰어든 이후 계속해서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동화기업은 지난해 6월 1천억 원 규모의 무보증 일반사채를 발행하고 이를 인수자금으로 삼아 7월 현금 1179억 원을 투입해 파나스이텍의 지분 89.64%를 확보했다. 파나스이텍은 2009년 설립돼 국내 전해액 시장에서 최초로 국산화를 성공한 제조 전문업체다.
동화일렉트로라이트를 인수한 뒤부터는 동화기업의 화학사업부를 따로 독립시키고 2차전지사업을 화학사업부에 포함시켰다. 자회사 동화일렉트로라이트와 시너지를 내기 위한 구조개편으로 풀이된다.
파나스이텍은 동화기업에 인수되기 전 이미 2019년 중국 텐진에서 전해액 2공장을 완공해 연간 2만3천 톤의 생산능력을 갖추고 있었다. 동화기업은 여기에 450억 원을 더 투자해 헝가리에 2만 톤의 생산능력을 갖출 전해액공장을 추가로 증설하고 있다.
2차전지소재인 전해액은 한국 기업들보다는 일본 등 해외 업체들이 절대적으로 높은 시장 점유율을 보이고 있다. 동화기업은 시장 점유율이 3% 수준에 그쳐 생산량을 늘리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동화기업은 국책 과제로 전고체전지용 전해질도 개발하고 있고 2021년 시험생산을 계획하고 있어 양산화 단계까지 많은 투자비용이 수반될 것으로 보인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동화기업의 투자활동현금흐름은 2018년 -1193억 원, 2019년 -1654억 원, 2020년 -1822억 원으로 계속해서 증가하는 추세다. 2021년 예상 투자활동현금흐름은 –2192억 원이다.
동화기업이 투자를 지속적으로 이어가기 위해서는 부채를 줄이고 현금 보유고를 늘려야 한다는 지적을 받는다.
동화기업은 외연을 확장하면서 현금 보유고가 늘었지만 부채도 크게 증가했다.
2019년 동화기업의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216억 원이었으나 2020년 467억 원으로 216% 늘었다. 반면 부채 총계는 2018년 5513억 원, 2019년 7640억 원, 2020년 8854억 원으로 지속해서 증가하고 있다.
부채비율도 커지면서 재무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부채비율은 2018년 말 기준으로 81.3%, 2019년 말 112.4%, 2020년 말 126.2%로 높아졌다.
승 회장에게 다행스러운 점은 본업인 건자재사업에서 실적이 크게 증가해 2차전지사업 투자를 이어나갈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는 것이다.
목재의 가격과 판매량이 모두 증가해 2020년 목재부문의 실적이 크게 개선됐다. 동화기업은 2020년 연결기준으로 국내 목재부문 매출은 4640억 원을 달성했다. 2019년과 비교해 21.8% 증가했다.
올해 1분기 실적도 시장 전망치를 크게 상회할 것으로 전망됐다.
주민우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본업인 목재의 판매가와 출하량 모두 이전 분기와 비교해 크게 개선됐다”며 “2021년 1분기 영업이익은 246억 원으로 추정되며 이는 시장 전망치보다 36% 높은 수치다”고 말했다.
승 회장의 증설을 중심으로 한 과감한 투자로 동화일렉트로라이트의 실적은 2022년부터 본궤도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SK이노베이션 미국 조지아 공장 관련 위험이 해소되며 전해액 판매 실적이 크게 증가할 것으로 전망됐다.
SK이노베이션이 전기차 배터리 영업비밀 침해 분쟁과 관련해 LG에너지솔루션과 합의에 성공하며 조지아주 공장 건설 등 미국에서 배터리사업을 계속 이어갈 수 있게 된 것이다.
동화일렉트로라이트는 SK이노베이션의 조지아 공장에 납품할 현지공장 증설을 올해 다시 추진할 방침을 세웠다.
헝가리 공장도 2만 톤의 생산능력을 보유하고 있는데 올해 4월 말 완공돼 전해액 생산에 들어간다.
시장 전망도 긍정적이다. 전기차 관련 시장조사업체인 SNE리서치에 따르면 전기차시장의 가파른 성장으로 전해액 수요도 급증할 것으로 기대됐다. 전해액 수요는 2019년 13.5만 톤에서 2025년 109만 톤까지 증가할 것으로 추정됐다. [비즈니스포스트 정용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