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훈 한국수력원자력 사장이 일감을 노리는 체코 원자력발전사업 수주전에서 러시아가 배제됐다.
정 사장은 강력한 경쟁국이었던 러시아가 빠졌지만 긴장을 늦추지 않고 체코 상황을 주시하며 국내 원전관련 업체들로 구성된 입찰전담조직을 통해 수주전에 대비하고 있다.
20일 한수원 안팎에 따르면 체코 정부가 러시아와 외교 갈등으로 체코 원자력발전사업의 입찰후보기업에서 러시아 국영원자력회사 로사톰을 배제하면서 한수원의 수주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카렐 하블리체크 체코 부총리 겸 산업통상부 장관은 19일 로사톰을 잠재적 입찰후보기업에서 제외한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하블리체크 부총리는 로사톰이 원자력발전사업에서 하청업체로도 참여할 수 없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체코 정부는 체코 두코바니 지역에 1천~1200MW 규모의 원전 1기를 건설하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데 올해 러시아 로스톰, 한수원, 미국 웨스팅하우스, 프랑스 EDF를 잠재적 입찰후보로 선정했다.
체코 정부는 에너지 안보를 이유로 러시아의 입찰배제를 주장해 온 야당과 달리 러시아의 입찰 참여를 옹호해 왔다.
하지만 2014년 체코인 2명이 사망한 탄약창고 폭발사건에 러시아 대외정보국과 총정찰국 요원이 연루된 사실이 드러나면서 상황이 반전됐다.
체코와 러시아는 탄약창고 폭발사건을 놓고 17일과 18일 자국 주재 외교관 수십 명을 맞추방하는 등 두 나라 사이의 긴장감은 한층 커지고 있다.
이에 따라 체코 원자력발전사업의 입찰후보기업은 한수원과 웨스팅하우스, EDF로 좁혀졌다.
체코 정부는 30일까지 세 회사에 보안평가 설문지를 보낼 계획을 세워 놓았다.
체코 정부는 세 회사로부터 회사의 지배구조 및 재무지표, 사이버보안과 원자력 안전제어시스템, 품질관리 및 기술이전 등에 관한 정보를 제출받아 보안평가를 진행한다.
체코 정부는 12월까지 보안평가를 끝낸 뒤 2022년부터 후보자들과 협상을 진행하고 2023년 공급업체를 최종 선정한다. 원자력발전 건설 공사는 2029년부터 시작해 2036년에는 시운전에 들어간다.
한수원은 강력한 경쟁자였던 러시아가 배제되면서 체코 원자력발전의 수주 가능성이 한층 커졌다.
업계에 따르면 한수원은 EDF보다 가격 경쟁력이 뛰어나고 웨스팅하우스보다는 기술력이 상대적으로 나은 것으로 평가된다.
게다가 한수원은 체코가 이번 사업에서 원전사업 모델을 정하는 데 처음부터 도움을 줬기 때문에 웨스팅하우스와 EDF보다 수주전에서 유리한 고지에 올라설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수원은 한국전력기술, 한전원자력연료, 두산중공업, 대우건설 등으로 구성된 입찰 전담조직을 꾸려 수주를 준비하고 있다.
정 사장은 지난해 체코 현지에서 수주 활동을 벌이면서 “지난 50여 년간 축적한 경험과 역량을 결집해 체코 원전사업을 수주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승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