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학 현대엔지니어링 대표이사 사장이 고급 아파트 브랜드 ‘디에이치’를 들고 서울 강남 도시정비사업 수주전에 나설까?
김 사장은 현대엔지니어링 상장과 관련해 기업가치를 극대화할 전략을 마련해뒀을 것으로 보이는데 주택강자로서 입지를 확실히 다질 수 있는 강남권 도시정비사업의 수주는 기업가치 상승에 필요해 보인다.
14일 증권업계와 건설업계 관계자들의 의견을 종합하면 현대엔지니어링은 상장에 대비해 도시정비사업에서 기업가치를 높일 여러 전략을 준비해 놓고 있다.
코로나19로 해외발주시장이 위축되면서 현대엔지니어링의 주력인 해외플랜트사업에서는 기업가치를 높일 만한 사업들을 펼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김 사장은 도시정비사업에서 이전에 사용하지 않았던 전략을 꺼내야만 상장을 앞둔 현대엔지니어링의 기업가치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할 수 있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지난해 1조4207억 원 규모의 도시정비사업을 따내 수주순위 5위에 오른 데 이어 올해 1분기 기준으로는 5천억 원이 넘는 수주를 확보해 수주순위 4위를 차지했다.
이미 도시정비사업에서 영향력이 큰 만큼 웬만한 전략으로는 시장이 바라보는 기업가치가 크게 움직이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고 볼 수 있다.
김 사장이 기업가치를 높이기 위해 도시정비사업에서 꺼낼 수 있는 효과적 카드로는 서울 핵심지역인 강남권에서 단독 수주를 따내는 방법이 꼽힌다.
현대엔지니어링은 2017년 132세대 규모의 서울 서초구 신반포22차 재건축사업을 단독으로 수주한 적이 있다.
하지만 규모가 작은 데다 이후 강남권에서 단독수주가 없어 아직까지는 강남권 도시정비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하지 못한 건설사쪽으로 구분된다.
강남권 도시정비사업은 삼성물산, 현대건설, DL이앤씨, GS건설 등 주택강자로 손꼽히는 대형건설사들의 아성으로 여겨진다.
현대엔지니어링이 강남권에서 도시정비사업을 단독으로 수주할 수 있다면 플랜트 뿐만 아니라 주택분야에서도 대형건설사들과 어깨를 견줄 만한 입지를 확보했다는 의미를 지닐 수 있다.
김 사장이 강남권 도시정비사업 수주전에 뛰어든다면 '디에이치' 브랜드를 처음으로 활용할 가능성이 높다.
현대건설도 이미 경쟁이 치열한 강남권에서는 힐스테이트 대신 디에이치를 내세워 수주전을 치르고 있기도 하다.
현대엔지니어링은 2014년 9월부터 현대건설과 아파트 브랜드 사용계약을 맺어오고 있는데 여기에는 힐스테이트 뿐만 아니라 디에이치도 사용할 수 있는 권리가 포함돼 있다.
김 사장으로서는 적합한 도시정비사업만 확보하면 디에이치를 활용할 수도 있는 것이다.
김 사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새로운 성장 모멘텀을 확보하기 위해 전사적 노력을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는데 디에이치를 활용한 강남권 도시정비사업 수주는 현대엔지니어링에게 새로운 도약의 기회가 될 가능성이 높다.
다만 김 사장이 디에이치를 활용해 강남권 도시정비사업에 뛰어들기 위해서는 현대건설과 협의를 마쳐야 할 것으로 보인다.
현대엔지니어링과 현대건설은 모두 도시정비사업을 적극적으로 수주하고 있지만 서울 핵심지역에서는 수주 경쟁력이나 영업조직 규모 등을 고려해 현대건설이 주로 입찰에 참여해 왔다.
하지만 상장을 앞둔 현대엔지니어링의 기업가치를 올리는 일은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에게도 중요한 사안이 될 수 있는 만큼 그룹 차원의 협력이 이뤄질 가능성도 있다.
정의선 회장은 현대엔지니어링 지분 11.72%를 보유하고 있는데 이 지분은
정몽구 현대차그룹 명예회장의 주요 계열사 지분을 물려받기 위한 증여세 재원 등으로 쓰일 것으로 증권업계는 보고 있다.
현대엔지니어링은 현대모비스, 현대자동차처럼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상단에 있는 회사가 아니기 때문이다.
현대엔지니어링은 디에이치 브랜드를 활용할 가능성은 열어뒀지만 사용계획이 구체적으로 정해져 있지는 않다는 태도를 보였다.
현대엔지니어링 관계자는 "디에이치를 그동안 활용하지 못한 것은 디에이치를 활용할 만한 도시정비사업장을 확보하지 못했기 때문이다”며 "아직 구체적으로 디에이치 브랜드를 어떤 사업장에서 활용하겠다는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감병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