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병현 기자 naforce@businesspost.co.kr2021-04-12 15:3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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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그룹이 통합온라인몰 ‘롯데온’을 이끌 새 수장으로 나영호 전 이베이코리아 전략사업본부장을 임명하면서 이커머스사업을 재정비에 들어갔다.
나영호 롯데쇼핑 e커머스사업부장(롯데온 대표)은 이베이코리아에서 성공했던 간편결제, 전용 신용카드 등을 롯데온에도 적용해 거래액을 끌어올리는 데 사활을 걸 것으로 예상된다.
▲ 나영호 롯데쇼핑 e커머스사업부장.
롯데지주는 12일 롯데쇼핑 e커머스사업부장에 나영호 부사장을 임명해 정식 인사발령을 냈다고 밝혔다.
롯데지주 관계자는 “나 사업부장의 인사발령을 내 공식 업무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롯데쇼핑 e커머스사업부장 자리는 이번에 전무에서 부사장급으로 격상됐다.
그만큼 롯데그룹이 롯데쇼핑의 이커머스사업의 부진에 위기를 느끼고 있으며 앞으로 나 사업부장에게 전폭적으로 힘을 실어주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나 사업부장은 이베이코리아에서 근무한 ‘외부 전문가’로 영입됐지만 롯데그룹에서도 일했던 만큼 롯데의 문화를 잘 이해하고 있어 조직융합에는 전혀 문제가 없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나 사업부장은 1996년 롯데그룹 광고 계열사인 대홍기획에 입사해 롯데닷컴(롯데온 전신)을 만드는 데 일조했다.
나 사업부장의 가장 중요한 과제는 롯데온의 거래액 확대다.
롯데온은 2020년 4월 출범했지만 더딘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롯데쇼핑의 2020년 전체 온라인 거래액은 7조6천 억 원이었는데 이는 2019년보다 7% 성장한 수치다. 2020년 국내 온라인 쇼핑시장의 거래액 증가율이 19%라는 점을 고려하면 성장률이 시장 평균치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 셈이다.
나 사업부장은 우선 간편결제시스템, 롯데온 전용 신용카드 도입 등을 통해 활로를 찾을 것으로 보인다.
나 사업부장은 이미 이베이코리아에서 근무할 때 간편결제시스템인 ‘스마일페이’를 선보이고 전용 신용카드(PLCC)인 ‘스마일카드’를 출시하며 고객을 끌어모으는 데 성공한 경험이 있다.
이베이코리아가 2018년 현대카드와 손잡고 내놓은 스마일카드는 G마켓과 옥션, G9 등 이베이코리아 아래 온라인 플랫폼에서 최대 2.3%의 적립 혜택을 제공했고 출시 1년 만에 발급자 수가 42만 명을 넘겼다. 스마일카드 회원들의 월평균 이베이코리아 이용 실적은 카드 발급 뒤 60% 이상 증가했다.
이베이코리아가 2014년 선보인 스마일페이도 2021년 1분기 기준 1600만 명의 사용자를 확보했고 온·오프라인 가맹점을 지속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롯데온도 최근 결제시스템을 재정비하고 있다.
롯데쇼핑은 올해 1월 롯데정보통신으로부터 모바일상품권사업을 68억 원에 인수했고 그동안 롯데멤버스에 맡겨온 결제대금예치제도를 이커머스사업부로 이전했다. 결제대금예치제도는 구매자의 결제대금을 제3자에게 예치하고 있다가 배송이 정상적으로 완료된 뒤 대금을 판매자에게 지급하는 거래안전장치다.
이런 롯데온의 움직임은 쿠팡이 자회사 쿠페이를 통해 이커머스에 최적화한 간편결제를 도입한 방식을 답습하기 위한 작업으로 해석되고 있다.
나 사업부장의 합류로 전용 신용카드 출시를 검토할 가능성도 높아진 것으로 분석된다.
나 사업부장은 롯데온 중심의 그룹 이커머스사업 통합에도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롯데그룹 안팎에서는 롯데온이란 통합몰이 출범했음에도 계열사의 기존 온라인몰이 계속 운영되며 시너지를 내는 데 실패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나 사업부장은 각기 다른 플랫폼을 묶어서 시너지를 내는 데 적임자로 평가받는다.
나 사업부장은 이베이코리아의 3개 이커머스 플랫폼인 옥션, G마켓, G9를 ‘스마일클럽’이라는 유료회원서비스로 묶어 각 플랫폼의 시너지를 극대화했다. 스마일클럽은 연회비 3만 원으로 옥션, G마켓, G9에서 모두 최고 등급의 혜택을 받을 수 있는데 현재 가입자 수는 약 300만 명에 이른다.
롯데쇼핑의 이베이코리아 인수전에서도 나 사업부장의 역할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나 부사장이 이베이코리아의 사정에 누구보다 밝은 만큼 인수전략과 적정 기업가치 측정 등에서 롯데쇼핑은 경쟁사보다 유리할 수 있다.
이진협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플랫폼 통합을 진행한 롯데온은 오랜 시간 준비했음에도 출범 뒤 예상치 못한 문제점들로 통합 시너지효과보다 소비자 이탈을 경험해야 했다”며 “롯데쇼핑이 이베이코리아를 인수하더라도 별개의 플랫폼을 유지하되 해당 플랫폼의 경쟁력을 끌어올릴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나병현 기자]